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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트 프라캐오
 와트 프라캐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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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는 1262년 망라이왕에 의해 란나왕조의 수도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1294년 왕조의 수도를 치앙마이 지역으로 옮기면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1432년에는 지진으로 에메랄드로 만든 부처인 프라캐오(Phra Kaeo)가 발견됨으로써 와트 프라캐오 사원이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불상은 실제 에메랄드라기보다는 녹색이 가미된 옥으로 만들어졌고, 황금으로 된 가사를 걸치고 있다. 높이가 66㎝밖에 안 되는 작은 불상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아 방콕의 왕궁 사원에 안치되어 있다. 현재 와트 프라캐오 사원에는 프라요크(Phra Yok)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현재 치앙라이의 볼거리로는 사두무앙(Sadue Mueang)으로 불리는 석주(Stone Pillar)가 있다. 사두무앙은 대개 도시의 중심부에 세워지며, 인체로 말하면 배꼽에 해당한다. 위앙무앙(Wiang Mueang) 지역에 있는 시계탑도 치앙라이를 상징한다. 현재 치앙라이는 치앙라이주의 주도로 인구는 7만 명 정도 된다. 미얀마와의 국경도시 매사이와는 62㎞, 라오스와의 국경도시 치앙샌과는 60㎞ 떨어져 있다. 남쪽으로 치앙마이까지는 200㎞ 떨어져 있다.

백색사원의 원래 이름은 와트 롱쿤

치앙라이 백색사원
 치앙라이 백색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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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앙라이 시내에서 남쪽으로 12㎞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백색사원(White Temple)을 찾아간다. 이 사원은 1990년대 지어진 현대적인 사원으로 1997년부터 일반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이 사원을 지은 사람은 찰럼차이 코시피팟(เฉลิมชัย โฆษิตพิพัฒน์: 1955~)이다. 그는 화가이자 비쥬얼 아티스트로 성공을 거둬 이곳에 백색사원을 만들고, 인근에 자신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예술에 있어 대표적인 주제와 소재는 불교와 불상이다.

사원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2070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모두 9개 건물로 완성될 계획이며, 그 중 경배와 기도의식이 행해지는 건물인 우보솟(Ubosot), 유물실, 명상실, 갤러리, 승방, 휴게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백색사원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수양과 명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관광객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50바트의 입장료를 받는다. 태국인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욕망의 손을 뻗치는 인간군상
 욕망의 손을 뻗치는 인간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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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사원의 공식 명칭은 와트 롱쿤(Wat Rong Khun)이다. 사원에 들어가면 흰색의 우보솟과 노란색의 휴게실이 대조를 이룬다. 동선은 노란색(황금색)과 흰색 건물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문을 지나 흰색의 우보솟으로 이어진다. 노란색 건물이 인간의 육체를 상징한다면, 흰색 우보솟은 인간의 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황금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욕망을 떨쳐버리고, 선업과 공덕을 쌓아 깨끗한 평정심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백색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다리가 인간으로 하여금 온갖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재탄생의 다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리 아래로는 연못이 있고, 그 주위에는 손을 뻗치는 수백 명의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손은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다리를 지나면 천국의 문이 나온다. 다음 단계인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하는데, 지나치게 치장이 되어 그로테스크하다.

우보솟의 부처
 우보솟의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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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지나면 우보솟으로 불리는 본당 건물이다. 이곳에 세 분의 존상이 모셔져 있다. 가장 아래 인간 부처, 중간에 황금 부처, 가장 위에 흰색 부처다. 이 분들이 천국을 주재하는 부처라면 아미타불이 된다. 건물의 내부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 역시 혼란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 소용돌이치는 불꽃, 악마의 얼굴, 서양 대중문화의 우상이나 등장인물들이 뒤섞여 있다.

이건 천국이 아니고 오히려 지옥처럼 보인다. 인간정신을 황폐화하고 파괴하는 온갖 대상들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핵전쟁, 테러리스트의 공격, 원유 시추와 채굴 등 인류가 만들어 놓은 현대 물질문명의 부정적인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인류는 기본적으로 사악하게 그려진다. 그것은 이 사원을 만든 코시피팟의 예술관과 관련이 있다. 그는 처음부터 전통적인 부처 이미지에 동시대 이미지를 결합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은 태국의 전통예술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백색사원 와트 롱쿤
 백색사원 와트 롱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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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피팟의 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스리랑카 예술가 만주 스리(Manju Sri)다. 1980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그로부터 보고 배운 흰색 불상과 사원이 평생 그의 작업에 영향을 끼친다. 치앙라이 백색사원도 그와 관련이 있다. 그가 백색사원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그의 작품을 부미폴 국왕이 구입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그의 작품이 크리스티 싱가포르 경매에서 1만 7500달러에 팔리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코시피팟은 자신의 죽음만이 자신의 꿈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백색사원 프로젝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백색사원이 그의 인생 역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고, 불교예술사에 불멸의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치앙라이 남서쪽 27㎞ 지점에 있는 마에라오(Mae Lao) 지진으로 백색사원이 피해를 입었다. 코시피팟은 안전을 위해 과감하게 사원을 헐려고 했으나,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안전하다는 진단 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백색사원의 복구작업이 이루어졌고, 다시 정상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황금색으로 치장된 휴게실

황금색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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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솟 주변으로는 호수가 감싸고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물을 건너야 천국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사후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반야용선을 타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관광객은 배를 타지 않고 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들어갔다 다시 다리를 건너 현세로 돌아가게 된다. 우보솟을 나오며 다리에서 천국을 되돌아보면 건물이 온통 불꽃 속에 있는 것 같다. 호수 밖으로는 푸른색 잔디밭이 있어 이곳이 인간세상임을 알 수 있다.

인간세상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황금색으로 치장된 휴게실로 향하게 된다. 육체적인 휴식을 위해서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화장실이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기초적인 욕구, 휴식과 배설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내부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오늘 치앙마이까지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까지는 버스로 3시간 이상 걸린다. 중간에 도이루앙(Doi Luang) 국립공원과 쿤채(Khun Chae) 국립공원 사이 높은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촌풍경을 보며 태국의 산업을 생각하다

논을 삶는 트랙터
 논을 삶는 트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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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우리는 잠시 주유소 겸 휴게소에 들른다. 그곳에는 편의점도 있고, 과일가게도 있고, 간이식당도 있다. 편의점에 지도나 관광안내책자라도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없다. 과일가게에는 열대과일이 많지만, 지금은 과일이 여름처럼 다양하지도 않고 값도 비싸다고 한다. 나는 휴게소 옆에 있는 농사 짓는 논을 살펴본다. 마침 모내기를 준비하느라 트랙터가 바쁘게 움직인다. 논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다. 논에 물을 넣고 그것을 삶는 중이다. 여기서 삶는다는 것은 논바닥을 갈아엎은 다음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다.

트랙터를 따라 까치들이 날아오른다. 그것은 논을 삶는 과정에서 벌레들이 튀어나오거나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태국도 이제는 농사가 기계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일본과 한국의 농기계 업체들이 동남아에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태국에서는 국내제품을 보기가 쉽지는 않다. 그것은 태국이 역사적으로 일본과 동맹관계에 있었고, 그런 연유로 일본과 교역이 많기 때문이다.

논 옆의 주유소 겸 휴게소
 논 옆의 주유소 겸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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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 자동차는 도요다, 혼다, 미쓰비시 등이 주류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를 볼 수가 없다. 건설기계, 엘리베이터 등도 일본 제품이다. 농기계도 구보다, 얀마, 고마츠다. 우리 제품은 삼성, 엘지 같은 전자제품 정도다. 동남아에서 한국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해 있다면, 일본은 태국에 많이 진출해 있다고 보면 된다. 쌀생산량에 있어서도 베트남과 태국은 라이벌이다. 베트남이 인도에 이어 쌀수출 세계 2위고 태국이 3위다.
 
태국 정부에서는 농촌소득 증대를 위해 몇 가지 정책을 취하고 있다. 첫째가 쌀생산량 증대정책이다. 관개시설 확충, 농로 개설, 농업기계화 정책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화를 통한 대규모 농업정책이 생산증대를 가능하게는 했지만, 소작농을 임금노동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신의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농부의 비율이 2004년 44%에서 2011년 15%로 떨어졌다고 한다.

둘째가 고미가 정책이다. 정부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쌀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2011년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에 의해 처음 시행되었으나, 부작용이 많아 2014년 폐지되었다. 셋째가 2016년 프라윳(Prayut Chan-o-cha) 총리에 의해 실행된 농가소득 증대 정책이다. 그것은 쌀값 하락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 정책 역시 경지면적 확대, 옥수수 같은 작물로의 전환 등이 주가 되어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새로 재배하는 작물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농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사양산업이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태그:#치앙라이, #백색사원, #와트 롱쿤, #찰럼차이 코시피팟, #태국의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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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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