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레코딩 시스템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도 녹음을 할 수 있는 홈레코딩 시스템

▲ 홈레코딩 시스템 전문 스튜디오가 아닌 곳에서도 녹음을 할 수 있는 홈레코딩 시스템 ⓒ 강상오


매일 낮 12시 음원사이트에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신곡이 발매된다. 그중 메이저 소속사의 유명한 가수가 발표한 노래는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추천음악' 코너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하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뮤지션들 중에는 당연하게도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아니,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곡이 훨씬 더 많이 쏟아진다.

나 역시 후자다. 대중에게 유명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신곡을 만들어 내는 한 명의 뮤지션이다. 그리고 지난 25일 낮 12시, 역시 다른 뮤지션들의 신곡과 함께 '아빠투툼(필자의 활동명)'의 싱글 앨범 <보태준 거 있어?>가 발매됐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 어느 음원 사이트 차트에서도, 신곡 소개 코너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홈 레코딩' 환경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전문 스튜디오에 가지 않고서도 누구나 집에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음원유통사를 통해 각 음원사이트에 자신의 음악을 발매할 수 있다. 그 덕에 우리는 다양한 뮤지션의 개성있는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나는 힙합 음악을 만든다. 어릴적 힙합 음악에 빠져 나 자신을 '래퍼'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내 생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그 꿈은 잊혀졌다. 하지만 조금씩 발전해가는 '홈 레코딩' 기술과 함께 점점 나의 꿈도 현실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난생처음으로 정식 음원인 '언제나 너일께'를 출시했다. 지역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안 찌질한 랩스타'(관련기사: 2월 4일, 지역 래퍼 최강자를 가린다)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공연에 필요한 비트를 직접 만들었는데, 그 비트에 나만의 가사를 붙여 곡을 완성했다.

그 곡을 발매하기 위해, 만든 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다행히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셔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음악이 대중들을 만나게 됐다. 그 전까지는 음악을 만들어도 전문적인 레코딩 기술이나 믹싱, 마스터링과 같은 후반작업에 대한 기술이 없어 상업용으로 유통을 할 수는 없었다.

하나의 음원을 발매하고 난 뒤, 새로 준비하는 신곡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내 음악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겨 보니 내 마음에 꼭 드는 결과물이 나오지도 않았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의리'로 도움을 받다 보니 마음 편히 수정요청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작업하는 신곡은 오롯이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음악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없다. '화성학'도 모르고 '피아노'도 칠줄 모른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 내 아이맥 앞에 마스터 건반이 놓여있긴 하지만 난 그 건반을 독수리 타법으로 하나하나 소리 들어가며 눌러보면서 미디(midi)를 입력한다. 때로는 그 건반 사용하는 게 더 어려워 소위 말해 마우스로 멜로디를 '찍는'다.

애플 로직X 프로그램 작곡부터 믹싱까지 가능한 애플의 로직X 프로그램

▲ 애플 로직X 프로그램 작곡부터 믹싱까지 가능한 애플의 로직X 프로그램 ⓒ 강상오


음악적 이론 지식이 없기에 나는 소리를 귀로 직접 들어가면서 듣기 좋은 소리를 조합해서 찾아낸다. 머릿속에 떠오른 멜로디를 직접 입력하려고 해도 내 머릿속에 있는 소리가 어떤 음정인지 알 수 없기에 직접 건반을 눌러 머릿속의 멜로디와 음정을 맞춰가며 입력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그렇기에 나는 사용법이 쉬운 태블릿PC로 곡을 만드는 걸 더 선호한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있으면 '개러지 밴드'를 사용할 수 있다. 개러지 밴드는 나처럼 음악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해가며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어플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어플의 퀄리티는 높다. 그리고 계속해서 점점 업그레이드가 되어간다. 개러지밴드로 곡을 먼저 스케치한 뒤 아이튠스를 연결해 프로젝트 파일을 맥 컴퓨터로 뽑아낼 수 있다.

태블릿PC에서 스케치한 개러지밴드 프로젝트 파일은 맥 컴퓨터에서 PC버전 개러지밴드나 좀 더 전문적인 '로직X'라는 프로그램으로도 호환하여 열 수 있다. 그렇게 PC에서 만든 음악을 좀 더 보완하여 곡(비트)을 완성한다.

그리고 나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애플루프'라는 샘플 멜로디가 있는데 그것들도 잘 활용한다. 일부 뮤지션들은 애플루프를 이용해 곡을 만드는 것에 아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애플에서는 애플루프를 이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경우 창작자가 저작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광고음악이나 프로 음악인들도 애플루프를 자주 이용한다. 이는 TV 광고 속 광고음악이나 라디오CM 등을 듣다보면 알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찍은 멜로디와 애플루프를 적절히 이용하면 좀 더 퀄리티 있는 곡을 완성할 수 있다.

곡을 만들었다면 이제 가사를 써야 한다. 나는 힙합 음악을 만들고 있으므로 랩 가사를 주로 쓴다. 랩 가사는 '라임'을 잘 맞춰서 써야 실제로 음악을 들었을 때 박자감이 더 잘 느껴지고 노래가 지겹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어진다. 물론 그보다 '진실성' 있는 가사를 써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게 더 우선이다. 나의 음악은 모두 다 내가 경험하고 느낀 생각들이 가사가 된다.

어릴적부터 직접 가사를 써서 만든 음악들을 쭉 들어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내 가사의 주제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20대에는 주로 사랑 이야기가 많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이야기, 이별하고 아파하는 이야기, 친구와의 우정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30대 이후로 만들어진 내 가사들은 대부분 직장이야기, 사회비판적인 내용들이 더 많다.

이제 곡과 가사가 완성됐으면 녹음을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홈레코딩'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되는데 꼭 녹음실에 가지 않고 비싸고 좋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엄청난 고가의 장비들을 이용하는 전문적인 스튜디오 수준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가난한' 뮤지션들을 위해 돈 안들이고 앨범을 내는 방법이다.

나는 녹음 할 때도 곡을 만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로직X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로직X에 만든 비트를 불러오고 마이크를 연결한다. 마이크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30만원대 USB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홈 레코딩에서 녹음할 때 잡음이나 울림이 심해 녹음 퀄리티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울림방지용 '리플렉션 필터' 그리고 파열음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팝 필터'도 함께 사용한다.

녹음준비가 끝났으면 이제 헤드셋으로 로직X 1번 트랙에 불러온 비트를 들으며 2번 트랙부터 나의 목소리로 레이어를 쌓아간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음악을 들어보면 가수 혼자서 부르는 노래인데도 여러 명이 부르는 것처럼 코러스가 빵빵하게 나오는데 그런 효과를 만들기 위해 2번 트랙엔 노래를 녹음하고 3번 트랙에는 코러스를 녹음해 함께 들으면 여러 명이 부르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음악을 만들 때에는 이런 부분도 잘 기획이 되어야 한다. 최종 결과물이 어떤 형태의 음악이 될지 미리 생각해보고 녹음 단계에서부터 거기에 맞도록 녹음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이번에 만든 신곡은 피처링없이 혼자서 부른 곡으로 혼자서 랩도 하고 코러스도 해야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녹음할 때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러서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 나누어서 녹음을 한다. 그렇게 녹음하면 나중에 편집해서 하나의 노래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쭉 불러서 마음에 드는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투자하는 시간보다 훨씬 효율적인 녹음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태준거 있어? 1/25일 발매된 아빠투툼의 신곡 '보태준거 있어?' 커버 이미지

▲ 보태준거 있어? 1/25일 발매된 아빠투툼의 신곡 '보태준거 있어?' 커버 이미지 ⓒ 강상오


후반작업도 비싼 스튜디오에 가지 않고 홈 스튜디오에서 가능

녹음까지 끝났다면 이제 후반작업이 남아있다. 믹싱과 마스터링이 그것인데 이 분야는 워낙 전문적인 부분이라 개별 전문가들이 따로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시 홈 레코딩이 가능하도록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먼저 믹싱을 한다. 믹싱은 비트를 만들 때 사용한 여러 가지 악기들과 내가 녹음한 랩, 코러스, 노래 등의 목소리가 모두 잘 들리도록 비빔밥으로 따지만 여러 가지 재료들이 골고루 잘 비벼지도록 하는 작업이다. 비빔밥도 덜 비비면 고추장이 한쪽에 몰려있어서 어느 부분은 짜고 어느부 분은 싱겁듯이 믹싱도 잘못하게 되면 음악을 들었을 때 일부 악기 소리가 안들린다던지 목소리가 악기 소리에 파묻혀 안 들린다든지 하게 된다.

나는 믹싱을 할 때 메인이 되는 목소리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악기들의 볼륨을 조정하면서 시작한다. 아무래도 보컬이 있는 음악은 보컬의 목소리가 제일 또렷하게 잘 들려야 하기 때문에 보컬을 기준으로 다른 악기들의 볼륨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적절한 볼륨을 만든다. 그리고 패닝으로 각 악기와 목소리의 좌우 위치를 조정한다. 킥드럼과 목소리를 센터로 두고 나머지 악기들을 적절히 좌우로 이동시켜 모든 소리가 고루 잘 들리도록 하는 작업이다.

볼륨과 패닝을 잘 하면 믹싱의 절반 이상을 한 셈이다. 그 이후에는 각 악기나 목소리에 Eq, 컴프레셔, 딜레이 등의 효과를 넣어 사운드를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이 부분은 각 기능의 플러그인들을 자주 만져보면서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감을 익혀야 한다. 초보자라면 미리 저장되어 있는 프리셋 기능을 잘 활용해 프리셋을 적용 후 미세하게 추가 조정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믹싱 완료되고 나면 이제 마스터링 작업만 남았다. 믹싱까지는 로직X에서 진행을 했다면 마스터링은 '오존'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사운드를 잘 정리해서 뽑아낸 믹싱 음원을 오존에서 불러와 최종 작업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약간의 사운드 보정을 추가로 해준 후 '음압'을 키운다.

음압은 가끔 여러 가지 음악을 듣다 보면 노래를 듣는 기기의 볼륨은 같은데 각 음악마다 볼륨이 다른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상업용 대중음악이라면 다른 음악보다 음압이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믹싱과 마스터링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이므로 자신의 음악 장르나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따라 분위기를 달리 만들어 낸다.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치면서 처음 태블릿PC로 비트를 만들고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을 때와 달리 음악은 좀 더 입체감이 있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하게 되면 같은 노래는 수도 없이 반복해 들으면서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귀가 피로해져서 완성된 음악을 다음날 다시 들을 때 또 다른 어색한 부분이 느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귀의 피로도를 생각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나는 완성된 음원을 스마트폰에 넣어서 이어폰으로도 들어보고 출퇴근할 때 차에서도 들어보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리는 느낌을 확인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10여 차례 진행했다. 하나를 수정하면 하나가 마음에 안 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음악의 후반작업을 자기가 직접 하다보면, 어쩌면 평생 100%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약간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속에서도 점점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0% 만족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의 작품도 발표하지 못하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나는 그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작품을 내면서 대중의 평가도 받아보고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좀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도 아티스트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다.

이제 음악이 완성됐다면 음원을 발매할 때 필요한 재킷 이미지가 필요하다. 프로필 사진을 찍어서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도 있고 자신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이용해 직접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료 이미지 사이트의 저작권 프리 이미지를 이용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와 같은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 들어가면 수많은 주제의 사진, 일러스트 이미지 등을 무료로 다운 받아 상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내 음악과 분위기가 비슷한 키워드를 통해 이미지를 찾아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이번 음원에 픽사베이에서 고른 이미지를 차용했다.

음원유통 승인 메일 음원유통사에서 날아온 음원발매 승인 메일

▲ 음원유통 승인 메일 음원유통사에서 날아온 음원발매 승인 메일 ⓒ 강상오


그리고 마지막은 음원 유통이다. 검색창에 '음원유통'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음원 유통사들이 나온다. 이 중에서 수익 배분율이나 기존에 발매한 음원 유통 이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적당한 유통사를 골라 절차에 맞게 유통에 필요한 자료를 보내면 이제 며칠 뒤 자신의 음악을 각 음원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 소속사 없이도 충분히 자신의 음악을 음원사이트에 유통시킬 수 있다. 문제는 유통된 음악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많이 알리느냐다. 홍보는 숙제로 남는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처럼 개인이 대중을 쉽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많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을 잘 만들고 이런 인터넷 매체를 잘 활용한다면 당신도 충분히 '뮤지션'이 될 수 있다.

25일 발매된 아빠투툼의 신곡 '보태준 거 있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모든 걸 혼자 다 해낸 첫 음원이라 100%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나는 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고 나로 인해 '돈'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조금 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음악 음원유통 음반발매 작곡 믹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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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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