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윤식당

tvN 윤식당 ⓒ tvN


과학 기술의 혁신은 분명 인간에게 멋진 삶을 약속했다. 분명 기술의 발전은 인간 생활의 여러 면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서 지구 반대편의 상황은 더 이상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다 조금 멀리 있는 옆 동네의 일이 된 것이다.

현대인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고백한다. 시간이 없다고 너무 빠듯하다고 말이다. 이윤 추구의 극대화를 위해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을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대상행동(substitute behavior). 대리만족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현대인의 일상에 비집고 들어왔다. 현대인은 마치 거대한 자본으로 운영되는 공장. 한구석에서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작은 톱니바퀴처럼 산다. 대리만족은 이런 현대인에게 있어서 무미건조한 일상의 한줄기 구원의 빛이 된 것이다.

TV 프로그램의 장르 중에서 예능은 대리만족의 최고봉이다. 사람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뉴스보다 감각의 향연 그 자체인 예능을 더 선호한다. 예능 한 편의 출연으로 유명해진 무명의 배우들은 보면 쉬이 알 수 있다. 예능은 대중의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장르다.

자극은 날마다 학습된다. 현대인은 매일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빚을 갚기 위한 삶의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예능은 리얼리티라는 단어를 새로운 자극제로 삼았다. 영화 속 부호들의 삶이 아닌 대중의 일상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일. 이것은 대중의 일상의 절반을 의미한다. 예능은 대중과는 다른 일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대중의 일을 하도록 맡겼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이나 <강식당>도 이런 케이스다. JTBC <효리네 민박>도 마찬가지다.

일이라는 친숙한 일상은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 예능들을 보다 보면 일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떠오르게 된다. 자연스레 나 역시 저런 곳에서 식당을 차리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예능은 예능이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현실과 맞닿은 부분인 일로 접근했지만 비전문적이며 소자본, 그리고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현실과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운영 실패의 위험이 덜한 예능에는 큰 괴리감이 있다. 어쩌면 예능이 노리는 부분이 이 지점인듯하다. 예능 속 현실이 내 일상 속에 없기 때문에 더 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예능과 다큐는 다르다. 예능을 다큐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예능이 추구하는 것은 식당 경영을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니다. 그들은 식당을 경영하는 과정 속에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길 원한다. 현대인을 놀라게 할 새로운 자극 말이다. 그런 이유로 예능은 예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예능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팍팍한 현대인의 삶을 단 1시간이라도 부드럽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하나 예능이 TV 속 현실과 현대인의 현실 사이에 괴리감을 확인시켜 주는 것도 한 사실이다. 단지 이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대리만족보다 본인의 일상에서 얻게 되는 만족의 크기가 큰 사회를 꿈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일까? 예능의 인기가 식어갈 날만을 날마다 고대한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커피 한 잔을 사준다는 셈 치고 커피값 후원해 주시면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식당 강식당 대리만족 불편한 예능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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