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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은 날씨가 춥다 못해 살이 아린 날이었다. 이번 주 뉴스의 주요 첫 소식은 전국적인 최강의 한파였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기 망설이지만, 우리에겐 할 일이 있었다. 오늘 나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선거권 헌법소원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목요행동>을 참가했다. 자리에는 우리미래와 더불어 녹색당 그리고 한국YMCA의 청년들이 함께했다. 우리는 모여 추위에 떨었지만, 기자회견 시작 전 옹기종기 모여 매서운 추위를 이야깃거리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일찍이 작년 12월 21일 피선거권 조항 헌법 조항을 통해 함께 헌법재판소 앞에서 자리했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끼기도 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불리는 오늘에 칼바람은 장갑을 뚫고, 찬 바닥은 발을 얼렸다. 핫팩을 준비하고, 귀도리를 끼고, 털모자를 푹 눌러쓰는 등 저마다의 노하우로 추위를 이겨냈다. 아니 버텼다.

나는 왜 출마할 수 없는가?
▲ 피선거권 목요행동 나는 왜 출마할 수 없는가?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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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앞 한 쪽에 자리를 잡아 "나는 왜 출마할 수 없는가?" 문구가 적인 현수막을 폈다. 이날 총 9명의 참가자가 마이크를 잡아 발언을 이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장예정, 비례민주주의연대의 김푸른, 녹색당의 신지예, 김기성, 안소정, 한진희, YMCA의 서민영, 우리미래에서 나와 임한결 청년정책국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미래 조기원입니다. 바람은 차다 못해 아리고, 미세먼지가 목구멍을 긁지만, 우리는 변화의 실험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아파트 1층 게시판에 통장 선발 공고 게시물이 붙었습니다. 통장의 자격요건은 ▲신청일 당해 관할구역 내에 거주하고, ▲봉사 정신과 국가관이 투철하고 책임감이 강한, ▲25세 이상의 주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25세 이상이어야만 할까? 지역의 통반장 조례에, 그리고 공직선거법에 있는 25세 이상의 자격요건은 제게 줄 이은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저는 우리미래의 당원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미래 1기 이성윤 공동대표를 포함한 25세 미만의 여러 당원과 함께 해왔습니다. 정당의 창당과 여러 사업을 함께해온 그들이 결단코 이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 중 누군가 출마를 희망한다면 적극적으로 함께할 의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물아홉인 살인, 제게 주어진 피선거권이 그들에게 없음이 의아하고 비정상적이라 생각합니다. 25세 이하 청년들에게 지역에 통장과 반장이 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정무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작년 말 진선미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기본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청소년은 자치권과 참여권을 보장받아, 본인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받습니다. 이 법에 명시된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피선거권 연령 인하가 필히 수반되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방선거가 14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청년들이 내디딜 첫발 조차 허용치 않는 것은 부당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턱없이 높은 피선거권 조항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잔인합니다.

우리네 청년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한 룰'입니다. 부당히 높은 25세 나이 기준은 기회의 원천 봉쇄로서 공정하다 보기 어렵습니다. 시대착오적 상황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보자가 해당 역할에 적합한 능력이 있는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2018년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정한 룰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최고의 가치 중 하나입니다. 그 가치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는 정치권에 공정한 룰을 만들 때입니다. 25세 미만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결을 바랍니다.

25세 피선거권 헌법소원 판결 촉구 자유발언
 25세 피선거권 헌법소원 판결 촉구 자유발언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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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저마다의 발언엔 참정권 회복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어 우리는 함께 기자회견문을 읽었고, 대형 종이비행기와 피선거권 헌법소원에 대한 저마다의 견해를 적은 작은 파란색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나는 종이비행기 위에 "선거권=피선거권"이라 적었다. 퍼포먼스를 끝으로 우리는 다음 주 목요일을 기약하고 자리를 떠났다. 앞으로 두 차례 피선거권 목요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를 떠나는 길에 안국역 2번 출구에 헌법재판소의 광고를 보게 됐다. 참정권이란 단어가 적혀있었다. 25세 피선거권 위헌결정을 바라고 있는 내게, 광고판에 참정권이란 단어가 너무 작게 느껴진다. 크게 적힌 '국민 기본권 보장'만큼이나 참정권이란 단어를 키우고 싶은 심정이다. 참정권이란 단어를 키우는 피선거권 목요행동! 한파가 두렵지 않다! 다음 주에도 헌법재판소에서 목소릴 이어보자!

안국역 2번 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광고
 안국역 2번 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광고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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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날 우리가 함께 읽었던 기자회견문을 전한다.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 - 만24세는 미성숙하지 않다"
"피선거권 헌법소원,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을 요구한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 만19-24세 청년 59명은 공직선거법 제16조 제2항 및 제3항 중 "25세 이상"부분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오늘(1월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2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피선거권 목요행동>을 진행한다.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가올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앞으로 140여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 13일부터는 시・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일이고 3월2일부터는 시・도의원과 구・시의원 및 단체장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인지도가 낮은 청년들은 이 기회를 놓치면 기성 정치인들과 불공정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기대를 걸었던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헌법개정특위 활동이 작년 말까지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하고 6개월간 또 다시 연장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뜻에 부응하지 못하고 미진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피선거권 연령 하향을 기대했으나, 첨예한 쟁점이 산적하다는 이유로 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결이다. 이마저도 청년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정치에 뜻을 품은 청년들은 좌절하게 될 것이다.

청년의 목소리가 제도정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회 구성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 중 20대 인구는 12.1%에 달하지만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50대는 전체 유권자 중 16.3%지만 국회의원은 161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중 53.7%에 달한다. 나이 많고 돈 많은 전문직이 과연 청년을 대변할 수 있겠는가? 이런 극단적인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선출직 공무원의 자격여부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취지다. 미성숙이라는 이유로 일정한 연령 이상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에 부합할 수 없다. 우리는 손 안에 든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정보화 시대에 몸과 직관으로 가장 빠르게 체화하는 계층은 청(소)년이다. 육체적·지적 능력의 성숙 시기가 이전과는 현저히 빨라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70년 전에 도입된 피선거권 만25세 이상이라는 낡은 유산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만25세 미만을 미성숙 시민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정치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자격, 능력, 기준 등은 특정 연령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투표권이 있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17년 12월 21일, 피선거권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를 외쳤다. 이 절박한 외침이 실현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헌법소원에 참여한 59명의 청년들과 녹색당, 우리미래, 한국YMCA전국연맹은 2월 8일까지 매주 목요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선거권 목요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말고 합리적이며 빠른 판결로 대한민국이 국민주권주의에 충실하고 제대로 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임을 증명해야 한다.

2018년 1월 25일

피선거권 헌법소원 청구 청년 59명과
녹색당, 우리미래, 한국YMCA전국연맹

지방선거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 법률 아닌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싶습니다.
 지방선거 도전할 기회를 주십시오. 법률 아닌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싶습니다.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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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선거권 목요행동
 피선거권 목요행동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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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피선거권, #목요행동,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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