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첫사랑으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만나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변한 모습이 궁금해서 나갈까 하다가도 변한 모습에 실망할까봐 나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학창시절 열렬히 좋아했던 아이돌은 마치 첫사랑 같아서 다시 보고 싶기도, 다시 보고 싶지 않기도 한 대상이다.

지난 2016년, 1세대 아이돌 젝스키스가 16년 만에 재결합했다. 이들을 좋아했던 팬에겐 첫사랑을 재회한 것과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같은 해에 S.E.S.도 14년 만에 재결합 소식을 알렸고 2017년엔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으로 < Remember >를 발표했다. 그에 앞서 2014년에는 god가 다시 뭉쳐 9년 만에 정규 8집 앨범 < Chapter 8 >를 발표했다.

H.O.T. 재결합 논의 본격화

H.O.T.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3> 측이 H.O.T. 재결합을 놓고 이들과 출연을 논의 중이다.

▲ H.O.T.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3> 측이 H.O.T. 재결합을 놓고 이들과 출연을 논의 중이다. ⓒ SM엔터테인먼트


이렇듯 1세대 아이돌 재결합 흐름이 일자 결코 빠질 수 없는 팀으로서 H.O.T.와 핑클이 언급됐다. 젝스키스, S.E.S.와 인기 쌍벽을 이루며 경쟁구도를 보였던 터라 대중의 관심이 모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말로만 무성했던 H.O.T.의 재결합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현실로 만들었던 MBC <무한도전>에 의해서였다. <무한도전>측은 '토토가3' 특집 일환으로 H.O.T. 멤버들과 재결합 의사타진을 위한 미팅을 했지만 아직 논의 과정이 남아있어 확정은 아니라고 밝혔다.

H.O.T.가 만약 올해 재결합을 하게 된다면 1세대 아이돌의 활동은 더 큰 흐름을 탈 것이다. 젝스키스를 시작으로 다른 1세대 아이돌 그룹도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바 있다. 1990년대 말에 데뷔하고 활동했던 클릭비와 NRG가 13년 만에 뭉쳐 새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젝스키스나 S.E.S. 만큼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1세대 아이돌의 재활동은 반가운 일이지만 예전의 인기에 다시 불을 붙이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재결합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사례가 많진 않지만 살펴보려 한다.

꾸준히 활동한 멤버 + 오랜만에 보는 멤버

재결합 성공의 대표적 사례는 아무래도 젝스키스다. 그래서 이들의 재활동 행보를 살펴봄으로써 '1세대 아이돌 재결합'이 성공하기 위한 요건들을 추려볼 수 있겠다.

일단, 젝스키스는 꾸준히 활동해온 멤버와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멤버들이 잘 섞여있다. 은지원은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오래도록 친밀함을 쌓아왔고, 장수원 역시 연기와 예능을 통해 브라운관을 통해 꾸준히 얼굴을 비쳤다. 강성훈, 이재진, 김재덕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다. 5명 전원이 늘 보던 얼굴이었다면 너무 익숙했을 것이고, 전원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면 다소 낯설었을 것이다. 그런 위험성을 잘 보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전략적·체계적 활동... 추억소환 + 새로운 모습

젝스키스 젝스키스가 데뷔 2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규 5집 < ANOTHER LIGHT >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 <젝스키스 에이틴>을 선보였다.

▲ 젝스키스 젝스키스가 데뷔 2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규 5집 < ANOTHER LIGHT >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 <젝스키스 에이틴>을 선보였다. ⓒ YG


보통의 아이돌 그룹에 비해 재결합한 아이돌의 경우는 특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대중과 공유해야할 것은 단지 노래나 퍼포먼스 안에 담긴 감정만이 아니다. 재결합 아이돌이 대중과 가장 먼저 나눌 것은 바로 '추억'일 것이다. 팬들과 함께 나눴던 '그때'의 행복감을 다시 나눌 수 있다는 건 이들이 갖는 특수성이자 강점이다.   

젝스키스는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재결합한 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이 '특수함'을 전략적 행보로써 잘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체계적 활동의 방향성은 추억의 공유로 시작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먼저, 이들은 소속사에 속한 후 신곡 '세 단어'를 발표했는데 연인과의 사랑을 표현한 노래지만 "지금, 여기, 우리"라는 가사의 세 단어는 16년 만에 만난 팬들과 다신 멀어지지 않길 바라는 젝스키스의 마음으로도 볼 수 있다. 

다음 행보는 '본격적으로 추억 소환하기'였다. 이들은 싱글 '세 단어' 발표 후엔 < 2016 Re-ALBUM >을 발표하고 히트곡이었던 '커플', '기사도', 'COM'BACK', '연정', '학원별곡', '로드파이터', '무모한 사랑' 등을 한 앨범에 담아 내놓았다.

그 다음 전략은 신곡을 담은 앨범 발표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이들은 중간 디딤돌을 마련했다. 2017년 4월, 신곡 '아프지마요'와 '슬픈 노래'가 포함된 < THE 20TH ANNIVERSARY > 앨범을 선보이며 새 곡과 예전 히트곡을 섞어서 담았다. 16년 만의 재회인 만큼 이 정도 '회상의 시간'은 적당한 듯 보였다.

이어 그해 9월에는 새 노래만 9곡을 담은 정규앨범 < ANOTHER LIGHT >를 발표했다. 계속 추억에만 머물러 있을 순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 것이고 그에 알맞은 행보였다. 젝스키스는 재결합 후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나 영화 <젝스키스 에이틴> 발표 등 다양한 활동으로 팬들을 만났다. 이렇듯 '재결합 아이돌'이 갖는 상황의 특수함을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한 것이 젝스키스 인기의 배경처럼 보인다.

재결합 아이돌 열풍이 H.O.T.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다시 예전 같은 대중의 사랑을 부활시키기 위해선 여러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위의 요소들 외에도 지금 세대의 '새로운 팬'을 '입덕'시킬 수 있는 죽지 않은 매력 역시 성공을 위한 중요 요건일 것이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젝스키스 H.O.T. 지오디 아이돌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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