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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단비뉴스>는 제천교육지원청·행복교육추진단·생태누리연구소와 함께 10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토요일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청소년행복기자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이 학교는 미디어 제작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와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진학과 진로 모색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됐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들을 연재하니 청소년의 눈에 비친 학교와 한국사회를 기사나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기자 말

사람들이 쌍둥이를 보며 신기해하는 건 단지 희귀해서만은 아니다. 쌍둥이는 세계 인구 중 2% 정도다. 쌍둥이는 '76억 인간 중에는 나와 거의 똑같은 사람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상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존재들이다. 남들에게 상상에 그치는 일이 쌍둥이에게는 현실이다 보니, 자연스레 질문이 쏟아진다. "진짜 둘이 똑같아?"



흔치 않은 남매 쌍둥이, 처음에는 '사귀냐'는 오해도

제천시 신백동에 사는 장용하(14·제천중1)·정원(14·제천여중1) 남매 역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 둘은 이란성 쌍둥이다. 한 어머니에게서 한날한시 두 아이가 태어났다고 다 같은 쌍둥이는 아니다. 흔히 '쌍둥이' 하면 떠오르는, 생김새가 똑 닮은 형제·자매는 일란성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름처럼 한 개 수정란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생겨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혈액형, 외모, 심지어 성격도 비슷하고 정말 드문 경우가 아니면 성별도 같다.

반면 두 개의 수정란이 따로 자란 이란성 쌍둥이는 한날 태어났을 뿐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은 50% 정도로 일반 형제자매와 다르지 않다. 용하·정원 남매도 외모만 봐서는 쌍둥이라는 걸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일란성이든 이란성이든 쌍둥이는 외모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란성 쌍둥이는 무조건 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란성 쌍둥이 장용하·정원 남매의 다정한 모습. 둘은 또래 남매들처럼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쌍둥이라서 좋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란성 쌍둥이 장용하·정원 남매의 다정한 모습. 둘은 또래 남매들처럼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쌍둥이라서 좋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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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양보다 1분 먼저 태어나 오빠가 된 용하군은 "정원이랑 취미, 성격, 관심사 등 대체로 모든 면에서 서로 비슷하다"면서도 "쌍둥이라 원래 그런 건지, 어려서부터 둘이 붙어 다녀서 그런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둘 다 뛰어노는 걸 좋아해요. 같이 축구, 배드민턴, 캐치볼도 자주 하고요. 음악도 조용한 것보다는 걸그룹 노래처럼 신나는 걸 들어요. 성격도 활발하고 적극적인 게 비슷해요. 학교에서 조별 활동 같은 거 하면 정원이나 저나 조장 같은 걸 맡아서 친구들을 이끄는 편이에요."

잘하는 과목 달라 '숙제 품앗이'... 잠버릇은 '판박이'

물론 다른 부분도 있다. 정원양은 "둘 다 적극적인 성격이긴 한데,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용하가 더 친화력이 좋다"며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도 낯선 친구들과 놀고 싶으면 꼭 용하를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잘하는 과목도 다르다. 매사에 끈기가 있는 용하군은 수학을 잘하고, 싫증을 잘 내는 정원양은 음악·미술에 소질이 있다. 보통 남매들처럼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하지만, 학교 숙제할 때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기도 한다. 용하군은 정원양과 서로 다른 부분을 묻는 질문에 "내 방은 깨끗한데, 정원이는 정말 청소를 너무 안 한다"고 '폭로'했다.

함께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용하·정원 남매. 둘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든든한 관계다.
 함께 수학 공부를 하고 있는 용하·정원 남매. 둘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든든한 관계다.
ⓒ 장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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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를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봐 온 어머니 김영란(42)씨는 둘의 비슷한 점으로 맨 먼저 잠버릇을 꼽았다. 이어 그는 "엄마 말을 안 듣는 것도 정말 둘이 똑같다"며 중학생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 자녀는 용하·정원 남매 말고도 공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맏아들 용원(17·공주사대부고1)군과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막내 용기(13·내토초6)군이 더 있다.

용기군은 "(용하·정원) 둘 다 상당히 활발하고 적극적이지만, 용하 형이 처음 본 친구들에게도 잘 다가가는 반면 정원 누나는 그러지 못한다"고 쌍둥이 손윗남매의 차이를 설명했다. 어머니 김씨는 "용하는 작은 일을 해도 꼼꼼한 성격이고, 오히려 정원이가 집에 남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성격이 털털하다"고 말했다.

바깥의 시선은 좀 달랐다. 제천시 청전동 '베리타스' 학원에서 쌍둥이 남매를 가르치는 영어강사 손화영씨는 오히려 정원양이 더 꼼꼼한 면이 있다고 답했다. 친구 이수진(제천여중1)양은 "내가 보기에 정원이는 집과 학교에서 모습이 조금 다르다"며 "확실히 집에서 더 털털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하군은 "(선생님이) 아마 내가 학원 숙제를 자주 안 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해 초 내토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용하·정원 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지금이야 학교가 다르지만 초등학교 때 쌍둥이 남매는 단짝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
 지난해 초 내토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용하·정원 남매가 부모님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지금이야 학교가 다르지만 초등학교 때 쌍둥이 남매는 단짝처럼 항상 붙어 다녔다.
ⓒ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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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아요"

용하·정원 남매를 바라보는 친구들은 대개 '나도 쌍둥이 형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정원양과 같은 반인 하경진양은 "(쌍둥이 남매는) 심심하지 않아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양도 "어렸을 때부터 쌍둥이라고 하면 다들 좋다고 생각하더라"고 덧붙였다.

"저희는 이란성이라 외모가 그렇게 닮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말을 안 하면 사람들이 쌍둥이인 줄 잘 몰라요. 초등학교 때는 둘이 붙어 다니면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쟤네 사귄다'고. 사실 용하랑 싸울 때도 많은데, 그래도 저는 쌍둥이인 게 좋아요. 사람들이 쌍둥이라고 하면 기억도 더 잘해주고,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머니 김씨는 "둘이 서로 많이 의지할 수 있어서 좋다"며 "엄마가 볼일을 보러 나가도 (쌍둥이 남매는) 걱정이 별로 안 된다"고 우애 좋은 남매를 칭찬했다. 용하군도 "남매 쌍둥이는 흔하지 않은 데다 내 친구도 정원이 친구고, 정원이 친구도 내 친구라 친구를 (남녀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귈 수 있어서 좋다"고 쌍둥이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용하군은 "다만 정원이가 가끔 짜증을 너무 심하게 낼 때는 좀 싫다"고 속삭이듯 말했다.

* 취재·첨삭지도: 나혜인(단비뉴스 환경부장), 이봉수(단비뉴스 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쌍둥이, #남매, #사생활, #청소년행복기자학교,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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