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과 이수근

강호동과 이수근 ⓒ SM C&C


콤비(combination): 함께 무엇을 행하기 위해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것. 그동안 연예계에는 수많은 콤비들이 있었다. 시대별로 간단히 살펴보자. 1970년대 구봉서-배삼룡, 1980년대 김미화-김한국/이봉원-장두석, 1990년대 김국진-김용만/서경석-이윤석 등은 역사에 길이 남은 전설적인 콤비들이다. 그 이후에는 유재석-박명수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개인으로서도 대단한 역량을 지녔지만, 함께 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각자의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고 장점은 더욱 극대화시켜 나갔다. 그야말로 콤비였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핫한 콤비는 누가 있을까? 역시 강호동과 이수근이다. '국민 예능'이라 불렸던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보여준 그들의 끈끈한 관계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JTBC <아는 형님> tvN <신서유기> 등을 거치면서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갖춰 나갔다. 그 역사가 무려 10년이다. 이쯤되면 눈짓만으로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맞힐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호흡은 매우 안정적이다.

강호동과 이수근의 관계는 고전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이 콤비의 관계가 정체되지 않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윽박지르는 리더 강호동과 깐죽거리며 약올리는 이수근의 단순 조합이었다면, 최근에는 각자의 이미지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면서 한 단계 진화했다. 한층 여유를 갖게 된 강호동은 입담에 물이 오른 이수근에게 '프리롤'을 부여했고, 이수근은 강호동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무한한 재능을 뽐내고 있다.

ⓒ tvN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아래 <강식당>)은 두 사람의 콤비가 잘 드러났던 프로그램이었다. 강호동은 거대한 돈까스를 기름에 튀기면서 "수근아"를 수없이 불러댔다. 만능 일꾼 이수근은 주방과 홀을 오가면서 자신을 애타게 찾는 강호동을 보필했다. 이러한 '관계'는 <강식당>의 큰 웃음 포인트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부침을 겪기도 했던 두 사람이 콤비로 다시 우뚝 선 것이다.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 두 사람의 행보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과유불급이었던 걸까. 방향을 잘못 잡았던 걸까. 대세로 자리잡은 강호동-이수근 콤비의 다음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다. 두 사람은 올리브TV 예능 프로그램 <토크몬>에서 다시 만났다. <토크몬>은 과거 SBS <강심장>을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스튜디오 토크쇼인데, '리얼'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 예능의 추세를 거스르는 '옛날 방송'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강호동과 정용화가 MC를 맡고 이수근은 패널로 참여하는 그림이었지만, 강호동-이수근 콤비의 재회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tvN


그런데 <토크몬>에서는 <강식당>에서 호평을 받았던 강호동-이수근 콤비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실제와 같은 상황 속에서 '캐릭터'와 '관계'가 극대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웃음이 '대본'과 '연출'이 주가 되는 스튜디오 토크쇼에서 발현될 리가 없다. 소통과 유연함으로 재기에 성공한 강호동은 다시 <강심장> 시절의 경직된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이수근은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고 있지만, 콤비로서의 웃음은 실종됐다.

현재 강호동과 이수근은 E채널 <태어나서 처음으로>에서 동반 MC로 출연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두 사람은 시청자들로부터 검증받은 조합이고 믿고 보는 콤비가 확실하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조합을 선호하게 돼 있고, 출연자 입장에서도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지의 낭비는 곧 캐릭터(콤비)의 단명을 의미하므로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

예능인에게 '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벌써부터 두 사람의 잦은 동반 출연에 대해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걸 빨리 캐치하고, 이미지의 누수를 막는 영리함을 발휘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가장 빛났던 상황과 역할, 관계를 잘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별할 수 있는 영민함도 갖게 됐으면 한다. 그래서 강호동-이수근 콤비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돼 역사에 길이 남는 콤비로 이름을 남기게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이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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