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정근우와 2+1년 총 3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에 계약했다.

한화 이글스가 정근우와 2+1년 총 3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에 계약했다. ⓒ 한화이글스


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겪긴 했지만, 결국 계약을 이뤄냈다. 한화 이글스와 정근우가 마침내 FA 계약을 완료한 것이다. 2014년 FA 계약으로 한화에서 4년을 뛰었던 정근우는 이번이 두 번째 FA였고 한화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1년, 계약금 8억 원에 연봉 각 7억 원 그리고 매년 옵션 2억 원씩을 받을 경우 총 35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정근우는 4년 계약을 원하고 있었고, 한화 프런트(단장 박종훈)는 2년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접점을 찾을 수 없어 협상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30대 중반이지만 정근우는 여전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4년 동안 '부상병동'이라 불리는 한화에서 정근우는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2017년에도 타율 0.330 11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도 좋았고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계약에 걸림돌이었던 정근우의 나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요소는 나이였다. 1982년 10월생, 만 35세의 정근우는 2018년 정규 시즌이 끝나면 만 36세가 된다. 정근우는 기량에 자신이 있었고 보다 안정적으로 뛸 환경을 위해 만 38세 정규 시즌까지 보장 받을 수 있는 4년 계약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화는 달랐다. 최근 몇 년 동안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활약하며 선수들을 모았던 한화였지만 FA 시장에서 영입하는 선수들은 아무리 젊어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었다. 이들은 이제 30대 초중반으로 평균 연령이 올라간 상황이다.

한편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쉽게 자리잡지 못했다. 치명적인 부상에 시달리거나, 막상 1군에 오더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건강한 선수들도 체력 안배가 필요했는데, 하도 부상 선수가 많으니 쉬지 못하고 계속 출전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한화 1군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갈수록 올라간 형편이었다.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고 혹사 논란이 있었던 김성근 전 감독이 시즌 도중 퇴진하자, 한화는 바로 리빌딩 모드로 들어갔다.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마치고 한용덕 감독이 부임했지만 2018년에도 리빌딩은 이어질 예정이다. '리빌딩'의 기조는 젊은 선수들을 주전으로 키워내는 세대 교체를 말한다.

그런데 세대 교체가 이뤄지려면 각 포지션에서 풀 타임 시즌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젊은 선수가 기존 선수의 공백을 잘 채워야 한다. 그러나 한화의 2루수 자리는 정근우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주전급 자원이 없다. 오선진이 시즌 막판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 당장 풀 타임으로 뛰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한화는 오선진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터치할 수 있게 어느 정도 기다려야 했고, 그 동안 국대 2루수 정근우가 필요했다. 그러기에 4년은 너무 길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때문에 프런트에서는 2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0대 중반 선수의 이적이 힘든 FA 보상제도

KBO리그는 FA 자격을 신청한 선수 모두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제도를 적용한다. 다른 팀이었던 선수를 FA 시장에서 데려올 경우 직전 시즌 연봉의 200% + 보상선수 1명을 내주거나 연봉만 300%를 내줘야 한다. 규정이 바뀌면서 보상제도는 최대 3년까지 적용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가 일생에 단 한 번 퀄리파잉 오퍼를 받을 수 있다. 선수가 오퍼를 수락할 경우 직전 시즌 상위 125명 연봉의 평균으로 1년 계약이 보장되며, 오퍼를 거절하더라도 해당 팀과 재계약은 가능하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보상받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때문에 소위 A급 선수로 분류되는 선수들만 퀄리파잉 오퍼를 받는 경우가 많다. A급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그냥 보내기 아까운 선수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거는 팀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드래프트 보상권을 얻기 위한 작전상 신청이라 보면 된다. 30대 중반 베테랑 선수가 이적할 때는 퀄리파잉 오퍼를 신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보상제도에 대한 부담이 없이 필요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정근우의 2017년 연봉은 7억 원이었다. 때문에 다른 팀이 정근우를 데려가려면 연봉의 200%인 14억 원과 보상선수 또는 300%인 21억 원을 한화에 대가로 지불해야 했다. KBO리그에 전반적으로 세대 교체 흐름이 강한 상황에서 연봉 7억 원이나 되는 30대 중반의 선수를, 그것도 계약금까지 추가로 지불하면서 쉽게 데려가려는 팀은 없었다.

정근우는 한화를 떠날 뜻이 없었다. 정근우도 한화도 팀에 잔류한다는 점에는 공감을 했다. 의견 차이 요소는 계약 기간이었고, 30대 중반에 무릎 수술까지 했던 2루수에게 4년 계약을 안겨준다는 것에는 팀 입장에서는 무리수였다. 한화 프런트에서 2년 계약을 관철하자 정근우는 한 발짝 양보하여 4년이 아닌 3년의 계약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화의 입장에서는 3년을 모두 보장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선수와 팀의 입장에서 계약 기간의 차이가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면서 비로소 합의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3년 이상의 보장이 부담스러웠던 한화는 2년 계약만을 고수하다가 정근우가 3년으로 요구를 줄이자 옵션을 붙여 2+1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리빌딩에도 필요한 베테랑, 리더가 필요했던 한화

세대 교체를 통한 리빌딩을 하더라도 팀 분위기를 잡아 줄 베테랑은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자리잡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베테랑이 전력을 보태줘야 한다. 한화는 아직 김태균이 중심 타선에서 한 자리를 책임지고 있고, 이용규가 외야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용규는 원래 정근우와 함께 한화에 왔으나,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정근우보다 경기 출전 횟수가 현저히 적어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뤘다.

외국인 선수의 교체로 인해 타격의 무게감이 바뀔 수도 있다. 2017년에 한화에서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하 WAR)에서 팀내 1위를 기록했던 윌린 로사리오는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해서 일본으로 떠났다(2017 WAR 5.25). 한화에서 4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뛴 정근우는 국내 한화 선수들 중에서 1위(3.09)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정근우가 필요했다. 주전 선수들의 세대 교체가 너무 급격히 이뤄지면 선수가 부상이나 극도의 부진에 빠졌을 때 대안이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세대를 교체하는 과정을 선택한 이유다.

계약이 난항을 겪는 동안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최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 했다.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만들어 정근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배려였을 지도 모르겠다. 정근우가 요구 사항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자 구단도 기존에 고수하던 2년에서 2+1년 옵션을 붙여주기도 했다.

한화는 외국인 선수 3명의 계약을 완료한 데 이어 FA 선수들의 재계약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FA 선수들 중에서는 이제 투수 안영명만 남아 있는 상황이며 스프링 캠프를 떠나기 전에 비FA 선수들의 연봉 계약도 모두 마무리 할 예정이다. 한용덕 감독과 함께 새롭게 시즌을 준비하게 되는 한화가 어떠한 그림으로 새로운 세대를 그려나갈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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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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