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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성문학 33호 표지
 계성문학 33호 표지
ⓒ 계성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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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성고교 출신 문인들의 동인회인 계성문학회가 회지인 <계성문학> 33호를 펴냈다. <계성문학>은 전국의 각 고교 동문 문인들이 내는 회지 중에서는 최장수 지령으로 추정되는 문학지다.

회장 이원우 시인은 권두언을 통해 스스로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서 전임 회장들에게 공을 돌렸다. 계성문학회가 자랑하는 대표적 선배는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이다. 이번 호도 표지를 넘기면 곧장 박목월의 '산이 날 에워싸고' 시가 나타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


박목월 시의 제 3연을 읽은 후 책장을 넘기면 차례가 나온다. 노태맹의 '시인의 시간', 채형복의 '포에틱 저스티스', 김수상의 '한국시 전개과정에 나타난 영향 관계 사례 분석'으로 이루어진 '특집 1 : 시적 정의 또는 시인의 시간'이 권두를 무겁게 장식하고 있다.

이어 박청륭, 남재만, 박재천, 정원호 등 회원 시인 12인의 26편 작품이 실려 있다. 그 뒤는 공영해와 이진의 시조, 서정호의 한시가 지면을 빛낸다. 요즘 보기 드문 한시라 특별히 눈길을 끈다. 서정호의 한시 '공산 신록'은 대구의 상징인 팔공산을 소재로 한 서정적 노래이다.

개교 100년을 훨씬 넘은 전통 고교 동문들의 문학회인 만큼 각 갈래의 문인들이 빠짐없이 포진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우상, 문형렬, 엄창석의 소설과 정영웅의 동화가 바로 그들이다.

물론 다수의 수필 작품들도 있고 논단과 기행문도 읽을 수 있다. 김형규, 김의도, 구활 등 회원 9인의 수필 9편, 김경동의 논단 '고향 읽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장기홍, 이수남, 김익환, 정만진의 기행문은 '제2 특집: 역사 기행'으로 꾸려져 있다.

그 외 44회 졸업생의 '졸업 60주년 기념 모교 방문기'라는 특이한 작품도 있다. 박용규 필자는 "서울에서 온 56명과 대구의 39명이 고교 졸업 60주년을 기념하고 몇몇 나이 많은 친구 외에 거의 대부분이 해당되는 팔순 기념 잔치를 하기 위해' 모교를 방문했다면서 '인생의 가장 푸르던 때의 자랑스러운 추억'을 되새겼다고 밝히고 있다.

회원들이 2017년에 발간한 저서 관련 서평이 책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김병해 회원과 김수상 회원의 시집 <그대가 나를 다녀가네>와 <편향의 곧은 나무>, 채형복 회원의 필화 사건에 관한 평론집 <법정에 선 문학>을 대상으로 한 평문을 읽을 수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권두로 돌아온다. 대선배인 박목월은 '산이 날 에워싸고 /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라고 노래했다. 그런데도 후배들은 고교 문학 동인지를 33호나 발간하면서 도시에서 살고 있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일이 곧 현대사회에서는 정신적 농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계성문학 33호(2017년 12월 30일, 서울 홍영사), 1만5천 원, 263쪽.



태그:#계성문학,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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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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