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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가 있었다. 그는 2017년 11월 14일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다음날 해고 통지를 받았다. 또 다른 노동자는 이틀을 넘기지 못했고, 길어도 19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잘려나간 노동자가 80명이라고 했다. 터키 국회에서 폭로된 일이었다. 포스코 터키법인이 벌인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이런 일도 벌어졌다. 회사 높은 분이 노동자를 스타렉스에 태웠다고 했다. 노조 탈퇴서를 꺼내들었다고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 한 노동자는 "2시간 동안 질타와 강압, 탈퇴서를 쓰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고 했다"라고 증언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출근 시간이 다 돼서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보내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겪은 일이었다. 이런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로 노동자들은 포스코를 지목하고 있다.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금속노조는 포스코를 '노동적폐'로 규정했다. 그 근거로 노동조합 탈퇴 공작 사례와 불법 파견 증거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지침 등을 제시했다. 국회의원들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행위"로 규정했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당 대표, 비례)은 "잘못했다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구속시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당일 점검 나오면 '포스코는 지워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의 안내로 "포스코는 노조할 권리를 존중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의 안내로 "포스코는 노조할 권리를 존중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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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광주고법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낸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들 16명을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로 판결했다. 포스코는 상고를 선택한 것에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속노조가 공개한 자료, 이른바 '○○○ 영구 노사 평화 다짐 협약서(수정안)'을 보면 그러하다.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우리 ○○○ 노사는 직원 처우 개선 일환으로 임금 인상을 2017년부터 3년간에 걸쳐 포스코 직영 임금인상률 대비 20% 이상 되도록 한다."

그 다음 '단'이라는 단서가 잇따랐다. "단 아래와 같은 사유 발생시는 노사간 협의를 통해 직원 처우 개선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라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등 우리 ○○○의 노사 평화 다짐 정신이 훼손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라고 적시했다. 금속노조는 이를 "부당노동행위 및 불법 파견 증거를 은폐하는 문건"으로 소개하며 포스코 문서 작성자 실명도 함께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 점검에 대비한 지침도 소개했다. '노동부 점검 당일 주의사항'에 "외주사에서 작성한 작업지시서를 준비해야 하며, 포스코에 제출한 서류, 포스코 로고가 있는 자료, 기타 결재 서류는 삭제"라는 지시가 나타났다. 또 '외주사 서류 준비 유의사항' 중에는 "포스코가 현장 대리인에게 지시를 하면 외주사 근로자에게 업무를 전달한다는 표현 삼가"도 있었다. 일종의 가지치기, 금속노조는 "포스코가 2010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또 이런 녹취록도 있었다.

"쥐꼬리 박고 끝내라 이거야"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중 금속노조가 공개한 '사실 확인서'. 회사 측 에서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중 금속노조가 공개한 '사실 확인서'. 회사 측 에서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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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 "10% 고대로 줄 거니까 그라면 민노에서 탈퇴하지 말고."
전○○ : "예."
서○○ : "소송도 취하하지 말고 그대로 가고."
전○○ : "예, 예."
서○○ : "쥐꼬리 박고 끝내라 이거야."
전○○ : "예, 예."
서○○ : "그라면 그라자. 그게 맞제. 아니면 15%, 16% 받고 탈퇴하든지 두 개 중에 하나 하자."

이런 식의 대화는 "그러면 지위 소송을 계속하라고. 돈은 10%만 줄게. 안 그라면 민노에서 빠지고 15% 받아가든지"로 정리됐다. 금속노조는 "포스코화인텍 상무이사와 사내하청 조합원의 전화 통화 내용 녹취록"이라며 "금속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포스코로부터 임금인상안을 약속 받았다는 대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탈퇴 지침이라는 문건도 공개됐다. 탈퇴 절차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돼 있었으며, 특히 금속노조에서 확인 전화가 왔을 경우 "회사 또는 그룹장 권유 얘기하면 절대 안 됨"이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롤앤롤이 작성하여 배포한 것"이라며 "포스코가 개입하여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독려하였음을 은폐하는 지시사항까지 포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데 이용됐던 '스타렉스' 또한 여러 차례 등장했다. 2017년 11월 8일 포스코동○○○의 한 노동자는 차안에서 "같이 죽자, 나한테 감정 있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14일 또 다른 노동자 역시 차량에 탄 상태에서 "편한 자리로 팀 변경해주겠다"는 권유를 들었고, 18일에도 "스타렉스에 단 둘이 탑승해서 금속노조 탈퇴서를 꺼내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포스코롤앤롤 노동자는 집 근처 추어탕 집에서 역시 비슷한 강압과 마주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서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돈 있고 권력 있으면 대충 눈감아주는 행위, 더 이상 용납 안 돼"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구본준 LG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구본준 LG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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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조합 활동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파견 소송을 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둘째, 노조 탈퇴를 집요하게 종용하고 있고, 노조가 만들어진 경우는 교섭권을 박탈하기 위해 여러 어용노조 만들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부분이고요. 그리고 불법 파견 관련 증거를 적극적으로 은폐하고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을 갖고 각종 회유를 하는 것 뿐 아니라, 1980년대 보던 방식으로 스타렉스 같은 차량에 가둬두고 탈퇴서 서명할 때까지 안 보내줍니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포스코가 실제 사용자라는 겁니다. 스스로 불법 파견이라고 생각해서 각종 증거를 은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실제 사용자이고. 또 실제 여러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걸 무기로 하청 노조를 탄압하는 것입니다. 둘째, 포스코가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형식적인 근로계약 관계는 없지만 실질적 파견사업체로서 파견법에 의해 고용 의무 책임을 지고 있고, 또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습니다. 이런 점을 노동부가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용득 의원은 "포스코가 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있는 성격이 매우 강한 기업이다. 노동 존중 시대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업"이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멀리 터키에서까지 국가 망신 다 시키고 있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의원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당 노동행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사업주도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이정미 의원 역시 "이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런 일벌백계 없이는 이런 적폐가 도저히 뿌리뽑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돈 있고 권력 있으면 대충 눈감아주는 행위, 이것은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예외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약서 주요 내용과 관련해 관여하지 않았다"며 2017년 9월 사내 하청업체 외주비 인상 조치 역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터키 국회에서 폭로된 부당해고 의혹과 관련해서도 "노조 가입과 무관"하며 "근무 성과와 태도가 불량하고 근로 분위기를 저해하는 직원에 대해 합법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태그:#포스코, #권오준, #이정미, #이용득,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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