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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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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2일 "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평소 다수 법관에 대한 여러 동향과 여론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나타난 문건들이 상당수 발견됐다"며 관련 문건을 다수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건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항소심 공판에 대해 청와대와 의견을 주고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과 일선 판사들의 뒷조사를 진행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조계는 충격에 빠졌다. 문건이 공개된 다음 날인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남인수 판사는 코트넷(법원 내부게시판)에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남 판사는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문건에 대해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나온 문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정치적 고려 없이 단서(증거)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다'는 검찰의 발표가 떠올랐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용한 컴퓨터 및 물적 조사로 추출된 정상파일 460개와 유실 파일 300개를 언급하며 암호화 파일이 추가조사위의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빙산의 일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거점 법관을 통한 비공식적 정보수집 정황, 진보성향 법관 그룹의 명단 분석 등에 비춰 암호가 설정된 파일 760개에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한 구체적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은 파일의 처리가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고 했다.

"증거인멸, 업무방해, 불법사찰, 직권남용 혐의"

남 판사는 유실파일 300개엔 '증거인멸혐의',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경선에 법원행정처가 관리대상인 판사와 해당 판사를 지지하는 판사들에 대해 동향·성향을 파악한 부분엔 '관권선거와 업무방해 혐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 혐의', '업무방해혐의' 등을 떠올렸다며 적용할 수 있는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또, "뒷조사를 지시한 사람은 직권남용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조사위 활동은 종료됐지만, 법원 내부에선 계속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판사 블랙리스트 없었다고? 꼭 블랙리스트라고 써야 아나")

그러나 같은 날 대법관 13명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재판 직후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추가조사위 결과와 관련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입장문을 냈다.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구성원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내부 봉합보다는 판결에 대한 '해명'부터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사안이 엄중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자료들도 잘 살펴보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다음 신중하게 입장을 정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태그:#양승태, #판사, #블랙리스트, #법원,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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