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건강과 관련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 SBS 스페셜>이 1월 '칼로리'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난 14일, 21일에 걸쳐 방송된 < SBS 스페셜>은 2부작 <칼로리亂>, 1부 <열량대첩>과, 2부 <요요피디의 난중일기>를 연이어 방영했다.

그간 채식 혹은 고지방식 등 주제가 명확했던 건강관련 다큐들에 비해, 2부작 < SBS 스페셜>은 본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똑같은 실험에 참가한 영국인과 한국인에게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칼로리亂>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칼로리 절대주의 세상에 이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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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뷔페를 다녀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기분 좋은 포만감보다는, 눈을 현혹했던 수많은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평소 자신이 먹던 양에 비해 과식했다는 자괴감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자괴감의 근저에는 '칼로리(kcal) 과잉'이 있다. 마치 정확한 수학 공식처럼 우리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산출해 내는 열량, 즉 칼로리에 대한 우리들의 '맹신'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그 먹은 음식들이 일정한 열량을 산출해 내고, 그 산출해 낸 에너지들이 다 소비되지 않으면 우리 몸 속에 축적되어 '살'이 되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들이 믿고 있는 칼로리에 대한 '도그마'이다.

그런데 바로 이 당연한 칼로리 공식에 다큐는 의문을 제기한다. 칼로리는 물 1g을 1도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이다. 물 1그램을 1도라 하니 연상되는 것이 있다. 바로 증기기관이다. 열을 유래하는 라틴어 calor가 칼로리의 어원이듯, 증기 기관의 물을 끓이듯이 인간의 몸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유한 데서 출발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신봉하는 칼로리론이다. 그렇다면 문제 제기도 여기서부터다. 과연 증기 기관과 인간은 같은 것일까?

칼로리 공식에 따르면 오늘날 인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열량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1g당 4kcal의 열량을 내는 탄수화물과 1g당 9kcal의 열량을 내는 지방이, 그 중에서도 '지방'이 살이 찌는 주범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해 '붐'을 이뤘던 고지방 다이어트는 이런 기존의 선입견을 깨면서 우리가 신봉하던 칼로리의 상식에 의의를 제기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큐는 그간 우리가 '기준'으로 삼았던 칼로리 그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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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론에 따르면 성인 남성은 하루에 2200에서 2600칼로리, 여성의 경우 1800~2100칼로리를 섭취해야 한다. 그 이상을 섭취하면 '비만'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사람이 있다. 영국에 사는 샘은 3년 전 자신을 몸을 실험 대상으로 하루 5000칼로리씩을 21일 간 먹었다. 그 결과는? 칼로리 계산 법대로라면 6kg이 늘었어야 하는데, 1.3kg이 늘어났고 허리 둘레는 오히려 3cm 감소했다.

7년 전 '비기스트 루저'라는 미국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108kg을 감량하며 우승을 거머쥔 주인공 대니 케이힐. 그는 격심한 요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 프로그램 이후 식단은 극도의 절제되었으며 일상 중 상당 부분을 운동에 할애하고 있지만, 그의 몸은 그 프로그램에 나갈 당시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높인 정호영 셰프 역시 극도의 절제식을 하지만 살은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단식과 스피닝 등 강도높은 운동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던 여성도 역시나 요요 증상으로 몸이 불었다.

하루 먹는 건 600kcal인데, 3000kcal 운동량의 체조 선수는 어떨까? 칼로리 산술대로라면 분명 이 운동 선수는 12kg가 빠져야 하는데 겨우 1kg가 빠졌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39.9kg 너무 말라서 살이 찌고 싶어서 운동도 하고, 하루 5끼를 먹는다는 여성은 여전히 늘지 않는 몸무게가 고민이다.

칼로리, 더 이상 신봉할 이론이 아니다

제기한 의문을 증명하기 위해 피디가 직접 나섰다. 3년 전 영국에서 샘이 했던 실험을, 젊은 시절부터 120kg에서 80kg을 오가며 요요에 시달렸던 피디가 직접 따라했다. 그는 칼로리론에 의거해 절제된 식습관을 유지하려 하지만 여전히 한 달 사이에 10kg을 오가는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성인 남성 권장 칼로리 도시락을 지방 중심으로 2주간, 그리고 1주간의 워시 아웃 이후 다시 탄수화물 중심 도시락으로 2주간 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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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례에서 샘은 하루 5000칼로리로 식사할 때 고지방식의 경우 몸무게가 1.3kg이 늘어난 반면, 고탄수화물 식의 경우 7.1kg이 늘었다. 몸무게보다 더 심각한 건 허리 둘레였다. 고지방식의 경우 허리 둘레가 줄어든 반면, 고탄수화물식의 경우 허리 둘레가 늘고 피로감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샘의 사례만 보면, 고지방식의 다이어트가 맞는가 싶다.

그러나 정작 2부 <요요피디의 난중 일기>의 주인공 이영훈 피디의 사례의 결과는 또 다르다. 성인 남성 권장 칼로리에 따라 식사를 한 그는 고지방식의 경우에도, 고 탄수화물 식의 경우에도 모두 몸무게가 줄었다. 고지방식의 경우 4.3kg준 반면, 고탄수화물 식의 경우 2.62kg 줄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하지만 다큐가 주목하는 건 몇 kg 차이의 몸무게가 아니다. 바로 렙틴, 그렐린 등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의 움직임이다. 요요 피디 이영훈 피디의 경우 탄수화물 식단이나 고지방 식단 모두 몸무게는 감량되었지만, 고지방 식단을 하는 동안 공복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 원인은 바로 식욕 호르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영훈 피디는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를, 더 이상 공복감과의 전쟁이 필요 없는 고지방 식으로 결론 낸다.

대부분 강력한 운동과 극단의 다이어트를 통해 단기간에 몸무게를 감량한 사람들은 결국 요요 현상 때문에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그 이유를 다큐멘터리는 바로 호르몬 체계의 혼란에서 찾았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 후 절제된 식사와 지속된 운동에도 불구하고 다시 늘어나는 체중은 흡수된 음식물을 흡수하는 체계가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기초대사율 저하와 관련이 있었다. 다큐에 출연한 전문가는 오히려 운동으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외려 운동은 배고픔을 촉진시킨다는 충격적 사실을 밝혔다. 결국 우리가 신봉하는 칼로리론은 개개인마다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양 전문가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칼로리 도출의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칼로리가 적힌 음식들은 실제로 표시된 칼로리와 차이가 났다. 당연히 조리 방식에 따른 차이도 크다. 뉴욕대의 영양학자인 매리언 네슬은 '누구에게도 열량을 계산하라 조언하지 않아요, 그건 불가능하니까요'라 단언한다. 또한 전문가는 직접, 간접 등 칼로리 측정 방식에 편차가 최대 45%가 나는 상황에서 칼로리 소모량 역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못박았다.

결국 다큐는 오늘날 우리가 매끼 수치를 계산하는 칼로리와 그 연소 방식에 의한 다이어트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똑같은 100kcal라도 초콜릿 케익과 닭가슴살은 다르다고 <칼로리의 거짓말>의 저자 조나단 베일리는 말한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충분히 먹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그 충분히 먹는 것에는 좋은 칼로리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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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칼로리 나쁜 칼로리>의 저자 게리 토브스는 현대 사회의 문제인 비만은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의 문제라 주장한다. 그에게 비만은 호르몬 조절 장애다. 섭취하는 연료를 에너지로 태울 것과 저장하는 체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똑같은 고지방식과 고탄수화물식을 했지만 샘이 이영훈 피디에 비해 훨씬 더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이는 바로 샘이 섭취했던 탄수화물이 주로 패스트푸드에 의한 나쁜 칼로리들이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쌍둥이 형제라도 다른 환경에서 좋은 칼로리와 나쁜 칼로리로 식사를 하면 유전적 소인이 같더라도 다른 체형을 가진 결과를 낳는다. 칼로리 얼마를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양질의 식사를 체계적으로 먹는가가 건강을 좌우하게 된다는 게 2018년 1월, < SBS 스페셜>이 내민 신선한 화두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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