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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각장애인들의 행복을 빼앗아간 농아인 투자 사기단 총책한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23일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장용범·김수홍·홍수진 판사)는 이른바 '행복팀' 사건의 총책과 중간책, 총괄대표, 지역팀장 등 30명 안팎에 대해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했다.

행복팀은 고수익을 미끼로 같은 농아인 150여명한테 9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들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금지법 위반, 범죄단체조직과 가입, 범죄은닉,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부는 '행복팀' 총책 김아무개(44)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징역 30년을 구형했었다.

나머지 가담자는 징역 14년, 징역 12년, 징역 10년, 징역 3년 등을 선고받았고, 일부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다른 1명은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총책 김아무개씨에 대해, 재판부는 "행복팀 관련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본인 명의 계좌개설과 입출금 내역 등을 볼 때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25명 가담자에 대해, 재판부는 "농아인들한테 혜택을 주기 위해 돈을 모았고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각자 역할을 했고, 투자를 받으며 설명한 내용이나 취득한 이득의 복지사업에 대한 실체가 없고, 고의로 피해자를 기망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장용범 판사는 "피고인들은 농아인 복지를 내세워 투자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명 행복팀을 만들고, 투자하면 원금보장에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으며, 5년간 100명 넘게 수십억원을 편취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장 판사는 "자신도 농아자로 누구보다 사회적 특성과 지적 능력, 사회적 취약을 잘 알면서도 그런 점을 악용했다"며 "정기적 모임에다 수련회와 체육대회 등을 통해 소속감과 존재감을 느끼게 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높은 수익을 보장하고 자동차와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며 현혹시켰다"고 했다.

또 장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이 소유하고 있던 차량을 판매하는 등 전 재산을 투자하게 하고, 각종 대출을 받아 투자하도록 했으며, 금융거래를 모르는 농아자에 대해 대출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대신 대출을 받아 받은 돈을 편취했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컸다. 장 판사는 "피고인들은 SNS 대응팀을 만들어 치밀하게 사건을 은폐했다"며 "피해자들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컸다. 심지어 자살 피해자가 발생했고, 상당수 피해자들이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농아인 투자 사기단사건인 일명 '행복팀'에 피해를 입은 농아인들이 23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건너편에 대형 트럭을 세워 놓고 가담자들의 엄벌을 요구했다.
 농아인 투자 사기단사건인 일명 '행복팀'에 피해를 입은 농아인들이 23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건너편에 대형 트럭을 세워 놓고 가담자들의 엄벌을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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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피해자 "행복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고공판은 이날 오전 10시경 시작되어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농아인으로 방청하려는 사람들로 복도에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피고인들은 피고인석의 자리가 부족해 일부는 방청석에 앉기도 했다. 또 수화 통역인 2명이 배치되어 통영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공동대책위를 꾸려 집회 등 활동을 벌여 왔다. 피해자들은 선고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 저녁 창원지법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으며, 이날 아침에도 법원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대책위 박영진 부위원장은 선고 뒤 낸 성명을 통해 "행복팀 재판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농아인 사회 역사상 처음 겪는 이 황당한 행복팀 사건. 행복팀은 정말 농아인 사회의 비극"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될 수 있도록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는 "한 명이 자살하고 여섯 명이 자살 시도하고 이혼도 하고 가정파탄이 됐다, 피해자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가족 등에게 2차 피해도 심각하다"고 했다.


태그:#농아인, #행복팀,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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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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