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있는 사립 대성초등학교가 국내 공교육 초등학교 단위로는 최초로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대성초교는 오는 10월에 IBO(IB 본부,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 IB 인증학교로 신청하고, 내년부터 전교생을 상대로 IB 초등 과정인 PYP(Primary Years Program)로 수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는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공적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 IBO)'가 주관하는 국제공인 토론 논술형 교육과정이다.

IB 교육과정 연수를 위해 23일 미국으로 떠난 이현호 대성초교 교장은 출국에 앞서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고 국제화 시대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IB형 교육을 들여오려고 한다"면서 "IB형 교육을 하는 미국 초등학교 4개교를 방문하여 대성초교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호 교장은 정원종 연구부장, 윤상후 운영위원장과 함께 5박 7일 일정으로 조지아주의 공립학교 2개교와 사립학교 2개교의 수업을 참관하는 등 현지 연수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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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칼로레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이현호 청주 대성초등학교 교장(가운데)은 정원종 연구부장(왼쪽), 윤상후 운영위원장과 함께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 조지아주의 공립학교 2개교와 사립학교 2개교의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23일 오후 델타항공 애틀란타행 26편으로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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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교장은 "미국에서 IB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충청북도교육청의 김병우 교육감에게 면담 신청을 하여 대성초교를 IB 시범학교로 지정받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단 승인을 받은 뒤 예산을 확보하고 교과서 번역 작업과 교사 연수 등 후속 작업을 하겠다"면서 "사립초등학교라서 법적 제도적 선결 과제도 있겠지만 교육당국에서도 적극 협력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제학교(인터내셔널 스쿨)를 제외하면 국내 (초등)학교 단위에서 IB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청주 대성초등학교가 처음이다. 경기외고에서도 IB를 도입했지만 전교생이 아니라 외국 대학을 목표로 하는 국제반 학생들에게 한정돼 있다. 따라서, 전교생이 IB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는 국내 첫 공교육 학교는 대성초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교육청에서도 IB 교육방안을 도입하기로 하고 교육정책 용역연구를 하고 있으나 시범 학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청주 대성초교가 제주도교육청 관내 IB 시범 초등학교들과 동시에 IB형 교육을 시작할 수도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북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는 내달 12일부터 30시간 과정으로 IB 교사 연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병완 경북대사대부초 교감은 "IB 도입을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고,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 경남도교육청은 IB 교육과정 도입방안을 검토 중이고,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1월 19일에 이어 3월 9일에 IB를 포함한 내용으로 교장단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청주 대성초등학교는 1924년 한강 이남 최초의 사립초등학교로 '교육구국(敎育救國)'이란 이념으로 건립된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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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호 교장 청주 대성초등학교 이현호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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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준비로 바쁜 대성초교 이현호 교장을 23일 오전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 미국 연수 일정을 알려 주시지요.
"미국 조지아주를 방문합니다.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사립 초등학교 2개교와 공립 초등학교 2개교에서 IB 교육에 관한 연수를 합니다. 귀국 뒤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과 만나 IB 시범학교 지정을 비롯한 각종 지원 사항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 교육 당국에 전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까?
"대성초교의 전 교사들이 IB에 관심이 많습니다. IB 교육과정은 교사 수준에 따라 수업의 질이 결정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 대성초교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가르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IB가 정말로 좋은 교육과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교사들은 충청북도 교육청에서 대성초교를 IB 시범학교로 지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육을 혁신하는 데 대성초등학교가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 대성초교 교사들은 IB 교육과정 도입에 호응하고 있습니까?
"무척 많이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교육과정이라도 앞장 서서 알아보고 도입하려고 하는 게 대성초교 교사들입니다. 그동안 IB 관련 특강에도 참가하면서 이것을 열심히 알아보았습니다. 위에서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훌륭한 교육과정을 찾아나서는 성의를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수업 과정에 적응하려면 힘도 들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우리 교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의 열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IB 교육과정 도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였나요?
"바칼로레아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있어 자체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교직원 연수 때 관련 서적을 공동 구매하여 학습했습니다. 서울 남부교육청과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진행한 IB 교육과정 연수에도 교사들을 보냈습니다. IB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현실적인 장벽은 없겠는지 하나하나 고민하고 연구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번에 저와 교사 2명이 미국 조지아주의 'IB 초등학교'들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IB 교육과정을 어떻게 적용하여 운영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고 합니다. IB형 교육의 장단점을 연구하여 우리 학교에 접목하려는 겁니다."

- IB 교육과정에 관심 기울인 사연을 알려 주세요.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은 IB 교육과정과 상당히 많이 연관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입시와 중고교의 내신시험은 아직도 옛날 방식입니다. 객관식 선택형 문제로 시험을 치르다보니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는 데 결정적인 한계가 있고 수업 방식도 주입식 암기식에 머무는 겁니다. 이것은 세계화, 국제화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고 국제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합니다. 그러던 중 IB 교육과정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 IB 교육과정에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IB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독서 토론 논술로 수업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로 교육하는 게 장점입니다. 논술식 평가와 독서 교육, 예체능 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을 겁니다. 한국 교육이 IB 교육과정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정말로 진지하게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 청주대성초교에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청주는 예로부터 교육도시라는 좋은 칭송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인재들은 타 지역의 자립형 학교나 유명한 외고, 국제학교로 진학합니다. 앞으로 IB 교육이 잘 진행되어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의 중학교, 고등학교로도 연계되면 좋겠습니다. IB 교육을 통해 충북에서 좀 더 세계적인 인물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대성초교의 IB 교육과정 도입은 그 출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대성초교를 소개해 주시지요.
"청주대성초등학교는 1924년 한강 이남 최초의 사립초등학교로 교육구국이란 이념으로 세웠습니다. 13학급 규모로 이중언어교육을 합니다. 2017년 신축교사에 현대식 도서관을 건립하여 사서 교사를 중심으로 전교생이 독서 교육을 알차게 받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1인 1악기 교육을 방과 후가 아닌 정규수업시간에 받습니다. 예술제에서 전교생이 무대에 올라가 연주회를 합니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교육을 하기 위해 모든 교사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