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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江東)이니까 강(江)반장

 강반장 프로젝트
 강반장 프로젝트
ⓒ 옥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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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낯설다. 정권이 바뀌어 사회적 경제를 강조해도, 국회가 관련 법안을 준비해도, 언론들이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꾸준히 소개해도 일반 시민들에게 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 명칭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에 많은 중간지원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그래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단지, 공무원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닌 새로운 조직이 또 하나 생겼다고 느낄 뿐이다. 협동조합은 들어본 것 같은데 그래서 사회적 경제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

이와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각 지역의 지원센터들은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교육도 진행하고 학습모임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센터가 5년간 지속되어온 만큼 그동안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교육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터도 열고 소식지도 돌리지만, 센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주민들은 제한적이다.

이에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작년 한 해 작은 시도를 하나 했다. 이름하여 강 반장 프로젝트. 작년에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던 김주혁의 영화 <홍 반장>의 홍 반장처럼 강동구 어디선가 무슨 일이 있으면 사회적 경제 코디네이터, 즉 강 반장이 달려가는 사업이다. 이렇게 강 반장이 활동하다 보면 지역의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강동의 마당발
 강동의 마당발
ⓒ 조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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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우선 강 반장 네 분을 뽑았고 사회적 경제를 교육했다. 모두 강동구에서 30년 이상 거주하셨던 분들로서 지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많은 조직들을 직접 만났는데 이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사회적 경제가 말로는 거창하지만, 아직 미미한 것이 우리의 현실인바, 주민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제대로 홍보하려면 현장을 직접 보며 사회적 경제의 허실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강 반장들은 사회적 경제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찾동, 도시재생 등 지역에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무조건 참여했다. 결국, 사회적 경제란 하나의 특정 분야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기에, 지역 사회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와의 만남이 필요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자기들끼리 협동조합이라도 설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셨던 강 반장들이 지금은 지역의 중요한 주체로 성장했다. 이제는 지역의 거의 모든 행사에서 많은 이들이 그들을 찾고, 없으면 아쉬워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가벼운 발걸음을 그리워한다. 과연 강 반장은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사회적경제의 인식 확대

 열일하는 강반장
 열일하는 강반장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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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의 활성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다. 사회적 경제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만큼, 사회적 경제의 시장 확장성은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같은 제품을 살 수 있다면 의식적으로 대형마트보다 생협을 이용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 반장은 바로 그 지역 내 사회적 경제의 인식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그들로 인해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는 확장되었다. 심지어 그동안 사회적 경제와 전혀 상관없는, 아니 대척점에 있을 듯한 새마을 부녀회 등 직능단체 구성원들에게까지 사회적 경제가 소개되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사회적 경제를 강조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때마침 강 반장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사회적 경제를 적극적으로 알린 영향도 적지 않다.

우선 강 반장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 사회적 경제를 전파하고 나섰다. 지역에서 30년 이상 살았던 사람들이 그동안 맺고 있던 인연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꽤 효과적이었다. 어쨌든 그 커뮤니티들이 학부모 모임, 종교 모임, 지역 봉사 모임 등등 지역의 일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바, 지역에서 입소문의 근원이기 때문이었다.

 강 반장과 사무국장
 강 반장과 사무국장
ⓒ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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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행정이나 전문가의 언어 대신 일반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사회적 경제를 아직도 사회주의 경제와 헷갈리는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의 친밀감을 높이는 일이었다. 강 반장들은 철저히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사회적 경제를 바라봤으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사회적 경제를 설명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와 역할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혹여나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이상을 물어보면 센터와 연결해 주었다. 다양한 조직을 돌아보면서 사회적 경제의 부작용을 직접 보았기에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했으며, 그 결과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강 반장이 처음부터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자신들을 다단계 판매원처럼 본다며 힘들어했지만, 이는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었다. 사회적 경제가 언론에서도 자주 나오고, 지인들이 강 반장을 신뢰했던 만큼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덕분이다. 이제는 '사회적 경제가 대세다'라며 서슴없이 이야기하게 된 강 반장들.

새로운 주체의 발굴

 강동의 강반장
 강동의 강반장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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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강 반장은 사회적 경제와 관련하여 지역의 새로운 주체 발굴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에 우호적인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갈 주체 또한 찾아내야 하는데, 강 반장들이 자신의 일상 모든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를 접목시키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하나의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다.

강 반장들이 주목한 것은 그들이 주로 가던 지역의 단골 가게들이었다. 대기업들이 서서히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골목상권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 강 반장들은 그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했으며, 그들의 연대를 주선했다. 사회적 경제의 의의 중 하나가 거대자본에 맞서 지역 주민들이 협동하여 함께 잘 사는 것이라면 그들의 협동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동네 빵집 네트워크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강 반장들은 유독 빵을 좋아했다. 그들은 회의 때마다 빵을 나눠 먹으며 이런 좋은 식자재를 쓰는 빵집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이런 개성 있는 빵집이 우리 동네에도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는데, 결국 이를 사회적 경제적 방식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동네빵네협동조합 방문
 동네빵네협동조합 방문
ⓒ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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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강 반장들은 곧바로 은평구에 위치한 동네빵네협동조합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들었고, 성공 가능성을 보았으며, 그 사례를 강동구에 적용하고자 마음먹었다. 그들의 열정이라면, 그들의 선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단골 가게였던 빵집을 찾아다니며 연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강동구 동네 빵집들이 모여 사업자협동조합을 만들면 혼자 일하는 지금보다 덜 고생하면서도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빵집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선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단골이 와서 잘되리라고 하는 이야기에 빵집 사장들의 거부감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몇몇 빵집들은 그와 같은 제안에 호응했으며 실제로 강동구 동네 빵집 네트워크를 고민했다. 비록 12월이 빵집들에게 가장 바쁜 계절이기에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네트워크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었으며, 여건이 허락되면 조만간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까지 이끌어냈다. 강 반장의 성과였다.

이후 강 반장은 빵집 이외에도 다양한 업종들의 사람들을 만나며 비슷한 일을 했다. 자주 다니던 카페나 부동산, 미용실, 네일숍 등에서는 그들의 필요와 열망을 경청했으며, 지역의 공방, 해설사, 미디어 등과 관련해서는 직접 네트워크를 조직해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강반장의 성과보고회
 강반장의 성과보고회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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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강 반장의 사회적 경제 주체 발굴은 기존의 행정이나 중간지원조직이 해왔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비록 더디지만, 더욱 절실했으며, 지속 가능해 보였다. 주체 발굴이 누군가의 성과를 위해 만들어낸 필요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사회적 경제를 일상적으로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이끌어낸 필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 반장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가 한낱 공무원의 성과를 위해, 혹은 국가의 지원금을 이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오히려 사회적 경제가 양극화로 점철되어가는 자본주의의 모순 앞에서 공동체의 이름으로 협동과 연대를 내세워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강동구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강 반장. 사회적 경제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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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