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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점검단 뜨겁게 환영함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지인 서울 장충체육관을 점검하러 올 예정인 가운데, 조제구씨가 환영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 곽우신
한결 밝은 표정으로 등장한 현송월 단장 평창동계올림픽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 도착하며,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민족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합니다!"

22일 오후 1시 40분께,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들어가는 북한의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은 자신을 향해 이렇게 소리쳐 인사를 건넨 시민에게 살짝 웃으며 손을 들어 화답했다. 전날 강릉 지역 답사에 이어 다시 서울의 강남북을 오가는 강행군 일정이지만, 긴장은 다소 가라앉은 얼굴 표정이었다. 현 단장은 이날 오전 강릉에서 서울로 오는 KTX 안에서 "왜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냐"라고 물었고, 이에 남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결 여유로워진 둘째날

전날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22.7km를 달려 곧장 강릉 공연장을 둘러봤던 현 단장 일행은 22일 강릉에서 특별편성된 KTX 4072 임시열차를 타고 오전 11시 5분 다시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현 단장의 동선은 서울역 → 잠실 롯데호텔(점심) → 잠실학생체육관 → 장충체육관 → 국립극장 → 워커힐호텔(저녁) 순이었다. 서울역 도착부터 워커힐호텔 도착까지 총 이동거리 약 47km, 소요시간 4시간 40분 일정이었다.

국립극장 점검하는 현송월 단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립극장 점검하는 현송월 단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부 22일 오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점검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부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현 단장 일행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국립극장이었다.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에서 약 10~15분간만 머물렀던 북측 점검단은 국립극장에서는 약 1시간 20분간 머물렀다. 오후 2시께 국립극장에 도착한 점검단은 가장 큰 규모인 해오름극장(규모 1563석)을 둘러봤다. 조명 및 음향 시설을 확인한 점검단은 오후 2시 55분께부터는 정부 및 극장 관계자들과 차를 마셨고, 오후 3시 20분쯤 극장을 나왔다.

강릉과 서울을 오간 현 단장 일행의 행보는 시민들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대상이었다. 점검단이 방문하는 현장에는 국내 언론사는 물론이고 아사히TV 등 외신 기자들도 취재경쟁을 벌였다. 현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이 TV로 생중계 되면서 그의 외모나 패션, 식사 메뉴 등까지 경마식으로 보도되는 부작용도 속출했다.

국립극장을 떠나는 현 단장과 점검단을 향해 시민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현송월 단장과 북한 점검단, 뜨겁게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장충체육관 앞에 나온 조제구씨는 "역사적인 이번 올림픽을 환영하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혼자서라도 왔다"라고 말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을 확인하고 돌아가고 있다. ⓒ 이희훈


'역사적 공연'을 위한 준비... 경찰 통제선 넘지 못하는 보수 시위

현송월이 단장으로 있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이 성사될 경우, 여러모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지연 관현악단의 규모는 140여 명으로, 역대 최대다. 이전까지 기록은 2000년 8월,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 당시 조선국립교향악단(132명)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2002년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약 16년(15년 6개월)만에 성사되는 북한 예술단의 우리나라 공연이다. 강릉 공연도 이뤄질 경우, 북한 예술단의 우리나라 최초 지방 공연이 된다. 이번 점검단이 온 것도 이 역사적 공연을 위한 실무 준비 차원이다.

한편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이 있었지만 숫자도 소수였고 큰 불상사는 없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를 비롯한 보수단체 인사 3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현 단장 일행의 서울역 도착에 맞춰 집회를 열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사진과 인공기, 한반도기 등을 불태웠다. 장충체육관 앞에서도 '자유대한호국단'이라고 적힌 승합차를 탄 10여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예술단 공연을 위해 22일 오후 현송월 단장 등 사전점검단이 서울 장충체육관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곽우신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경찰 통제의 선을 넘지 못했다. 서울역 앞 화형식은 즉시 진화됐다. 장충체육관 앞 시위대는 국립극장까지 따라갔지만, 소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혀 국립극장 주변까지 가지 못했다. 그들은 중형 스피커를 통해 애국가를 틀었지만 곧 경찰에 의해 제지됐고, 그러자 소형 스피커에 대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들은 현 단장을 향해 "북한 빨갱이들은 빨리 돌아가라"라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도 서슴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북한으로 가라"고 외쳤다.

이들을 향한 주변 시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현 단장의 방문을 지켜본 40대 자영업자 A씨는 이 시위에 대해 "이왕 왔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반대해야 하나 싶다"라면서 "(북한 점검단 방문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기왕 오기로 한 것 남북 분위기가 좋게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태그:#현송월, #삼지연, #평창동계올림픽, #방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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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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