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사법 리얼리티 예능 <착하게 살자>

본격 사법 리얼리티 예능 <착하게 살자> ⓒ JTBC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들을 다루면서 일반인들이 평소에 인지하지 못 했던 상식을 제공하고, 처벌받는 과정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죄를 짓지 말자'는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예능의 '오지랖'에 새삼 놀라고, 그 친화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교도소'라니... 물론 영화에서는 이미 수없이 다뤄졌고, TV에서도 여러 차례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다. 최근 tvN에서 방영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의 경우에도 끊임없이 미화 논란이 제기됐다)와 달리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예능에서 사회적 금기와 같은 교도소를 다룬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논란은 불가피했고, 그로부터 발화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군대'마저 정복한 예능이 아니던가. 성역에도 발을 내딛은 예능이 금도를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그 어떤 불가능에도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혹은 무모함)을 뽐냈던 예능의 도전 정신을 생각하다면, JTBC <착하게 살자>의 탄생은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착하게 살자>가 MBC <진짜 사나이>를 연출했던 김민종 PD와 MBC <무한도전> 출신의 제영재 PD의 합작품이라 건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범죄 저지르고, 수사 받고 재판 받고... 이 모든 게 예능?

 <착하게 살자>의 포스터

<착하게 살자>의 포스터 ⓒ JTBC


2018년의 포문을 연 문제적 예능, JTBC <착하게 살자>는 '본격 사법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다시 말해서 출연자(김보성, 박건형, 김종민, 돈스파이크, 유병재, 위너 김진우, JBJ 권현빈)들이 (가상의) 죄를 짓고 사법적 처벌을 받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들은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용의자가 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수용자로서 구치소에 수감된다. 출연자들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예능'의 일부다.

일련의 과정이 단순한 '체험'으로 회화화되지 않도록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려 애썼다. 범죄 행위 전문가들과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출연자들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가령, 박건형은 뺑소니 사고를 낸 절친 임형준에게 차를 빌려줘 범인도피죄에 연루됐고, 유병재는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쥐불놀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산불을 낸 혐의로 실화죄를 뒤집어 썼다. 김보성의 경우에는 그의 취약점인 '의리'를 이용해 절도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물론 좀 억지스럽긴 하다).

또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실제 경찰서, 법원, 구치소, 교도소에서 촬영을 함으로써 현실감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경찰관, 교도관 및 법조인이 참여했다.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누구나 연루될 수 있는 범죄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거나(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지만), 구속된 후 교도소에서 겪게 되는 과정들은 기존의 매체들이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라 궁금증을 충족시켜줬다. 사법 시스템을 제법 충실히 담아냈다.

 <착하게 살자>의 한 장면

<착하게 살자>의 한 장면 ⓒ JTBC


"'왜 이렇게 교도소에 직접 가면서까지 촬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YG에서 연예인들을 감옥을 보내는 건데 왜 나랑 진우가 가야 하는 거지. 나 말고도 감옥 갈 만한 사람들이 더 있는데 왜 제가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게 들었다."

제작발표회에서 유병재가 쏟아낸 이 말은 <착하게 살자>의 제작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그대로 꽂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YG는 최근까지도 소속 연예인들이 많은 사건사고에 연루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YG가 <착하게 살자>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좀 아이러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착하게 살자>의 가장 큰 맹점은 '왜 이렇게 교도소에 직접 가면서까지'라는 질문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죄를 짓지 않은 연예인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실험 카메라나, 자신의 죄를 납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은 프로그램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묻게 한다. 

결국 '상황극'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이 프로그램이 '죄를 짓지 말자'는 공익적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오히려 '억울함'을 양산하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키우지는 않을까?

 <착하게 살자>의 한 장면

<착하게 살자>의 한 장면 ⓒ JTBC


김민종 PD는 "첫 방송이 가장 설명할 것도 많고, 진지하게 접근하려고 해서 재미적인 요소가 가장 덜한 회차"라고 설명했다. 결국 예능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자면 '재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자면 희화화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제작진은 '출연진의 깨달음'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과 죄수복을 입고 있는 처지, 그 상황극과 역할극을 통해 출연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회개를 할 모양인가 보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는 평범했던 학생들이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에 얼마나 충실히 빠져드는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이른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영화 <엑스페리먼트>로도 제작됐다). 인간은 환경과 상황에 적응·몰입하기 마련이다. 애초부터 <착하게 살자> 제작진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실험'이라 밝혔다. 만약 '제대로' 된 실험이었다면, 출연자들은 죄수가 된 자신의 처지를 내면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오히려 걱정이다.

짓지도 않은 죄로 겪지 않아도 될 교소도 생활을 경험한 출연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는 필수가 돼야 한다. 만약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한다면, 그저 가벼운 '체험'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시청자에 대한 우롱일 뿐이다. <착하게 살자> 제작진은 3.5%의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 이 뜨거운 관심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착하게 살자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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