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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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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을 주장하며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선,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된 맹견의 견종 범위가 6종에서 8종으로 늘어났다.

또한 맹견이 아니어도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거나 체고(몸 높이) 40cm 이상인 개는 무조건 '관리 대상견'으로 분류해, 외출할 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했다.

모든 반려견은 외출 시 목줄 길이를 2m 이내로 유지하며, 개물림 사망사고 발생 시 소유자는 최고 3년 징역에 처한다(형사처벌 할 수 있다).

올해 3월부터 안전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한다(이른바 '개파라치' 시행).


정부의 발표 후, 일각에서는 아직 반려동물등록제를 통해 기초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이라는 핵심은 정작 빠지고 오히려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분열을 조장 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40cm 이상 반려견의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에 4만1000명(22일 오전 기준) 넘게 서명했다.

'체고 40cm, 입마개 착용'... 과연 적절한 조치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반려견 체고가 40cm 이상인 경우 무조건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다'라는 대책에 강형욱 반려견 행동 전문가는 지난 20일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185cm가 넘는 사람은 공격적인데, 키가 작은 사람은 공격적이지 않다고 비유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강아지의 키로 성향이나 공격성을 단정한 것은 대단히 단순하고 안일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반려견의 체고가 40cm가 넘지만 전문교육과 검증 테스트를 통과하면 된다는 정부 보완사항을 지적한다. 이를 왜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에게 위탁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일부 훈련 업체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65만 원(교육 및 인증비용이 수수료)만 내면 민간업체에서 쉽게 돈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개파라치'로 불리는 신고포상금 제도에 대한 우려도 반려인들 사이에선 거세게 일고 있다.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견주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촬영이 용인됨으로써 사생활 침해는 물론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1>은 지난 19일 "개파라치는 신고자가 주소나 인적 사항까지 포함해 신고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무척 화가 난다. 대한민국에서 개를 키우면 스토킹이나 '몰카' 촬영을 당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한 반려견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구멍난 '반려동물등록제'

한편, 관리 대상인 맹견의 종류가 2종 더 늘어났다. 관리 대상견만을 늘리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뉴질랜드에서는 작년부터 '맹견 관리 자격증'제도를 의무화했다. 맹견을 다룰 수 있는 능력과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한 후 법적 책임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맹견 수입 과정이 매우 불투명하여, 맹견 수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안일한 반려동물등록제가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등록제는 동물과 보호자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고 관리함으로써 반려동물의 유기·유실을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돼 왔다.

문제는 현행 동물등록제는 3개월 이상인 반려견은 의무적으로 등록을 해야 있다는 점인데, 등록률은 절반에 그친다. 게다가 시·군·구청에서 직접 등록하지 않아도 동물등록 대행업체나 동물병원에서 등록을 할 수 있다. 등록 방법 또한 ▲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 ▲ 등록 인식표 부착 방법 등 총 3가지다.

등록 인식표는 사실상 버리면 그만인 부분이 있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등록하기 전에 예비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반려견을 키울 때 얼마나,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반려견을 키워야 하는지, 본인이 현실적으로 반려견을 기를 수 있을지 없을지, 정말 그 반려견들을 조그만 아파트나 원룸에서 키울 수 있을지 없을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유기견의 숫자도 줄 것이고, "내 개는 안 물어요"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가진 이들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문화의 선진국 독일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고, 특별법으로 관리한다. 반려견을 입양하려면 반려인이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테스트에 합격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씨는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개에 대한 불안감,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분들의 마음은 당연히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모든 반려견들에 대해 오해하고, 배척하고, 아예 알려고 하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냥 의자에 앉혀놓고 꽁꽁 묶어야 하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행한지 6년이 됐지만, 저조한 등록률을 보이는 반려동물등록제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 동시에, 이번 정부의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정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반려동물등록제의 강화 및 실태 파악이다. 지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보이는 대책에 묶여,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직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태그:#강형욱, #목줄, #입마개, #반려견, #반려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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