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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연결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으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슬로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의 의미를 이 같이 설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평창을 바라보는 경기장 밖 수많은 열정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된 공간에 모여 평창올림픽이 너, 나, 우리 모두의 올림픽이 되길 기원합니다. [편집자말]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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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올림픽이길 기대합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었던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는 "진짜 추운 곳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지만 훈훈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 후 2년의 세월, 그리고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풀리고 있는 남북관계를 거론하는 그의 표정에서 간절함이 묻어났다.

2년 전 개성공단이 멈추고, 그 여파로 자신이 부이사장으로 있던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아래 개성공단상회)'까지 문을 닫게 된 상황을 겪었음에도 이 대표는 "개성공단의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통일된 모습이었다"라고 말하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여전히 "개성시 개성공업지구 1단계 28-4 TEL : 001-8585-2711~2 FAX : 001-8585-2710"이란 문구가 담겨 있었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 판매되었던 제품. 제품의 라벨에는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이라는 상호가 적혀 있다.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 판매되었던 제품. 제품의 라벨에는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이라는 상호가 적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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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다 걷어치우고 싶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사실 개성공단은 여느 공단과는 다르잖아요. 저도 사업하는 사람이지만 나름 의미를 갖고 했거든요. 개성공단 그 자체가 통일된 작은 마을 아니겠어요? 처음 북한 근로자를 만났을 때 낯설기도 하고 경계심도 있었고 그랬죠. 근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역시 우리가 한민족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대표는 지금도 개성공단을 떠올리며 "내 고향집 가는 것과 다르지 않더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폐쇄 전에도) 이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고, 경제적 통일이라도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고 되뇌었었다"라며 "다시 그 일을 수행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통일의 마중물이라더니, 한순간에 북핵 도와준 놈 돼"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느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 판매되었던 제품들을 처분하지 못하고 회사 쇼룸에 전시해 두고 있다.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느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에서 판매되었던 제품들을 처분하지 못하고 회사 쇼룸에 전시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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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영이너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 다음 해인 2016년 회사가 반토막이 났고, 2017년까지 계속 구멍이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다행히 최저점은 찍은 것 같다"라는 이 대표 뒤로 실제 개성공단에서 생산했던 제품들이 깔끔하게 걸려 있었다.

고품질이면서도 가격이 싸 그가 주도해 만들었던 개성공단상회에서 잘 팔리던 제품들이었다. 그는 "모두 '땡처리' 하려다가 화도 나고, 애정도 있고 해서 회사에 이렇게 걸어뒀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2013년 4월 개성공단이 6개월 동안 폐쇄된 후 새로운 유통 경로를 찾기 위해 만들었던 개성공단상회는 2016년 2월 다시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 직전까지 전국에 6개 매장을 열었다. 새로 문을 열 3개 매장도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 식 개성공단 중단으로, 결국 개성공단상회는 2016년 7월 1호점(안국본점)까지 문을 닫으며 폐점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에 (개성공단 중단을) 발표했잖아요. 그때면 봄 상품을 한창 준비할 때예요. 공장과 매장 모두 가장 중요한 시기죠. 또 최근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에서 발표한 걸 보면 법률에 근거하지도 않고 일방적 통치행위로 밀어버렸고요. 말로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하면서 피해를 최대화시키는 시기와 방법을 선택한 거예요."

이 대표가 말한 대로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개성공단 중단 과정을 포함한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를 요약하면, 개성공단 중단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 지시로 이뤄졌고, 이후 통일부의 신중론도 청와대에 의해 막혀버렸다. 또 당시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의 이유로 내세웠던 '핵개발로 자금 전용'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는 그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불명예"를 꼽았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어느 방송국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꽤 긴 시간 인터뷰했죠. 근데 방송을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와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저는 소위 말해 그 뒤에 깔리는 양념 정도로 나왔더라고요. 어쨌든 그땐 뭐 통일 대박이니, 개성공단이 통일의 마중물이니 그러더니 한 순간에 북한 핵개발을 도와준 놈들이 돼버렸어요. 굉장히 가슴 아팠죠."

"야권의 비난? 언제까지 리스크 속에 살아야 하나"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
 이종덕 영이너폼 대표이사(전 개성공단상회협동조합 부이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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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평창올림픽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꼭 가서 응원하겠다"라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또 핵을 가운데 두고 칼날을 세웠던 남북이 올림픽에서 하나로 만난다는 거잖아요. 이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같이) 일정 기간 평화에 지장이 되는 것들도 미뤘고요. 그러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성원하고 지지하는 올림픽이 됐습니다. 개성공단에서 같이 협업하는 것 자체가 통일의 모습이었듯, 이번 올림픽에서도 남북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로 '촛불'을 꼽았다. 촛불로 인해 정권이 교체됐고, 이에 따라 평창올림픽을 기회 삼아 남북이 대화 국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 올림픽을 치러야 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박근혜 정부였다면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평창올림픽이었겠죠. 남북관계 개선이든, 개성공단 재가동이든 전혀 움직임이 없었을 거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연다고 하면 북측에서 가만히 있지도 않았을 거고요. 실제로 그런 분위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길 꺼려했었잖아요. 어쨌든 촛불로 인한 커다란 변화로 평창올림픽도 전 세계 평화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일부 야당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및 남북 대화 무드에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런 분들의 의견도 한 번 새겨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두 가지를 묻고 싶습니다. 정말 그러한 주장이 미래를 풀어갈 수 있는 옳은 생각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우리가 언제까지 칼날을 세우며 모든 걸 단절한 채 리스크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까.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 대안을 묻고 싶습니다."


태그:#평창, #동계올림픽, #개성공단, #이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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