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 읽기가 먹는 행위라면 서평 쓰기는 음식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을 흡수시키는 일이다. 책을 읽고 나서 꼭 뭔가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는 숭고한 행위가 아니다. 독자에 따라서 시간 죽이기도 될 수 있고 수면제 대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저 책을 읽는 동안 즐거우면 그만이라는생각에도 동의한다. 나아가 책을 읽으면 당연히 독후감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도 반대한다.

어떤 독자는 책을 읽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돈을 주고 책을 샀고 시간을 내서 읽었는데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서 아쉽다고도 한다. 책을 읽은 것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뭔가 기록장 같은 흔적을 남기고 싶은 사람도 있다. 특히 학생이라면 특히 그렇다.

이런 사람에게는 서평은 중요하다. 서평 쓰기에 정답은 없다. 왕도도 없다. 일기처럼 자신의 방식대로 쓰면 그만이다. 서평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야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인터넷 서점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또는 인터넷 뉴스 매체에 기고하는 경우는 당신의 서평은 더 혼자만의 글쓰기가 아니다. 당신이 쓴 서평을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받고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읽고 나서 좋았던 책에 관해서 써야 한다. 물건을 팔 때도 자기가 써보고 좋았던 것을 팔아야 잘 파는 법이다. 서평에도 진정성이 중요하다. 물론 읽고 나서 실망한 책을 비판하는 서평도 중요하다. 다른 독자가 그 책을 사지 않게끔 방지해주지 않는가?

나의 경우는 읽고 나서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새로운 지식을 주는 책에 대해서 서평을 쓰는 것이 더 즐겁고, 쉽게 쓰이는 서평이 되었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 큰 감동과 재미를 느꼈다면 굳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좋은 서평이 될 확률이 높다.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이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기술해도 충분히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읽고 나서 좋았던 책에 관해서 써야 한다.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읽고 나서 좋았던 책에 관해서 써야 한다.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좋은 서평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주어야 한다. 무작정 그 책이 좋다고만 한다면 설득력이 있지 못한다. 아내와 딸더러 예쁘다고 하면 어디가 예쁘냐고 되묻듯이 서평을 쓸 때도 그 책이 좋으면 그 책이 어디가 좋은지를 밝혀야 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할 것까지는 없다. 특별히 감동적이었다거나 좋았던 구절을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책 광고하니?'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있다.

이 책은 참 좋다고 쓰지 말고 이 책은 이런 내용이 좋다고 써야 한다. 당신이 쓴 서평을 읽은 독자가 사소한 것이라도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얻도록 해야 한다. 정보를 주지 않고 추상적인 칭찬만 늘어놓으면 책장사가 되는 것이고 정보를 주면 훌륭한 독서멘토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생활 속의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서평은 딱딱하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활 속의 에피소드로 서평을 시작한다면 서평을 읽는 사람들은 당신이 쓴 서평에 쉽게 빠져든다. 물론 그 에피소드는 당신이 소개하려는 책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어야 하겠다. 요즘 독자들은 인내심이 뛰어나지 않다. 한두 줄 읽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더 읽지 않는다. 물고기에게 미끼를 던지는 것처럼 당신이 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편안한 소재라는 미끼를 던져야 한다.

아무리 좋았던 책이라도 한두 가지의 단점은 적어야 한다. 사실 필자도 실천을 잘 못 한다. 당신이 쓴 서평이 칭찬만으로 가득하면 독자들은 당신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 책을 낸 출판사와 인연이 있다든가 영업담당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신이 이 책 만큼은 꼭 다른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찬사 수준의 칭찬 8할에 사소한 비판 2할을 적어라. 사소한 비판이라면 글쓰기 너무 작다든가 사진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 것들이겠다. 그 책이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본질을 깨뜨리지 않는 지적은 오히려 당신이 쓴 서평이 공정하다는 인상을 준다.

서평을 쓸 책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서평을 자주 쓰고 나름대로 인지도를 얻으면 저자나 출판사로부터 증정을 받는 경우가 제법 있다. 나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책은 객관적으로 서평을 쓰기가 힘들어진다.

책을 공짜로 준 사람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낀다. 필요 이상으로 찬사를 해야 하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단점에는 눈을 감게 된다. 결국, 당신은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 당신이 읽고 싶어서 돈을 주고 산 책이 당신에게 좋은 책이기 쉽고 그런 책에 대해서 글을 써야 좋은 서평이 된다.

독자들이 남긴 반응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서평을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겠지만 독자들이 남긴 댓글이나 반응을 잘 살피면 더욱 효과적이겠다. 당신이 쓴 서평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독자가 있으면 좀 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겠고, 맞춤법을 지적하는 때도 있으면 감사히 여기고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독자가 가장 위대한 글쓰기 스승이다. 당신이 쓴 서평을 읽고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거나 '꼭 사서 읽어야겠어요'라는 반응이 많으면 좋은 서평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평가가 얻는 최고의 찬사다.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쓰면 좋다. 서평이라고 해서 어렵고 전문적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역효과가 뿐이다. 어렵고 긴 문장을 사용했다고 당신이 쓴 서평이 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사용되는 구체적인 말로 쓴 서평이 마음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서 이런 식의 문장이 좋다. '이 책을 직장에서 읽는데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어도 너무 꼬집었다.' 일간지에 서평을 쓰는 기자가 아니라면 굳이 어려운 말로 쓸 필요가 없다.


태그:#서평, #독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