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관련 사진.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로를 탈출해 각종 위기를 극복해왔던 청춘들의 지난 5년간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영화 <메이즈 러너> 이야기다. 앳된 기운이 가득했던 참여 배우들은 어느새 성인이 돼 의젓한 모습으로 새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 개봉한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아래 <메이즈 러너3>)는 일종의 명분 싸움이자, 인류의 오랜 질문 중 하나였던 대의와 수단 사이의 괴리감을 화면으로 구현해냈다. 1편이 무차별적인 학대와 실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소년과 소녀들의 탈출극이었다면, 2편은 그 실험 뒤에 가려진 음모를 밝히려다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3편은 그 거대 음모를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주인공들의 처절한 운명을 그렸다.

서사적으로 보면 점점 스케일이 커진 셈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제목이자 일종의 모티브인 미로와 탈출이라는 설정이 2편과 3편을 지나며 다소 희박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4권의 원작소설 역시 거대 담론으로 나아갔기에 그 안에서 안전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움과 미덕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 2편까지 주 멤버로 활약하다가 위키드(인류를 멸망시킬 플레어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만들려는 집단)에게 붙잡힌 민호(이기홍 분)가 3편에서도 상당 분량을 갇혀 있고,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의 내적 갈등에 보다 집중하면서 박진감 내지 속도감이 떨어졌다. 1편 자체가 원작 소설의 장점을 영상으로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을 떠올리면 상대적으로 3편의 전개가 지루하게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리더 토마스와 둘도 없는 친구 뉴트, 그리고 위키드에 대한 저항군이 된 과거 러너들의 만남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는 어느새 민호를 구해내야 하는 사명감과 인류를 구하려 한다는 위키드 간 명분 싸움으로 흐른다. 위키드 사령관 젠슨(에이단 길렌)이 전형적인 악역으로 등장해 관객 입장에선 러너들의 명분에 좀 더 마음이 갈 법한데 오히려 젠슨 또한 위키드의 명분에 충실했던 군인으로 묘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관련 사진.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어느새 <메이즈 러너>는 자신들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고 친구를 구하는 게 맞는 것인지 갈등하는 신파 드라마가 됐다.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을 법 한 필연적인 딜레마를 영화가 제시한 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 시리즈 흐름을 고려하면 제작진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요소에 건장한 청소년들을 내세워 하나의 청춘물 장르로 기능했던 전작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이젠 더 이상 치기어릴 수 없는 인물들을 다룬 드라마로 기능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청춘 SF 로맨스 물에 갇혀 배우들이 물리적 나이를 먹어감에도 그 장점을 다 담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흥행 면에선 나름 자랑할 만하지만 작품성과 이야기 구성으로 볼 때 1편 이후 급격히 질이 떨어져 대부분 후속편이 로튼 토마토 지수 50% 넘지 못할 정도로 평단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원작의 차이일 수 있지만 청춘물에 갇힌 영화적 선택이 그만큼 기복이 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리하면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청춘물과 SF 간 교배가 꽤 잘 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메리즈 러너' 같이 달려요!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이기홍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는 인류의 운명이 걸린 '위키드'의 계획에 맞서 다시 미로로 들어간 러너들의 마지막 생존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메이즈 러너'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17일 개봉 예정.

▲ '메리즈 러너' 같이 달려요!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 내한 기자 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이기홍의 모습. ⓒ 이정민


한 줄 평 : 위기에서 살아남은 청소년들이 나름 잘 성장했다, 기특!
평점 : ★★★(3/5)

영화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 관련 정보

연출 : 웨스 볼
출연 :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카야 스코델라리오, 이기홍
수입 및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43분
국내개봉 : 2018년 1월 17일
북미개봉 : 2018년 1월 26일


메이즈 러너 이기홍 딜런 오브라이언 트와일라잇 SF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