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계 격투 영웅과 카메룬 출신 하드펀처가 현존하는 종합격투기 최강 자리를 두고 격돌한다.

현 UFC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와 랭킹 1위 프란시스 은가누는 오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TD가든에서 열리는 UFC 220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놓고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작년 5월 주니어 도스 산토스전 이후 8개월 만에 치르는 미오치치의 3차 방어전이자 UFC 진출 후 2년1개월 만에 성사된 '초신성' 은가누의 타이틀전이다.

UFC 헤비급은 지난 1997년 초대 챔피언 마크 콜먼을 시작으로 랜디 커투어,브록 레스너,케인 벨라스케스, 파브리시우 베우둠 등 쟁쟁한 파이터들이 챔피언에 등극한 바 있다. 하지만 묵직한 타격으로 한 순간에 경기가 끝날 수 있는 헤비급에서 지금까지 그 어떤 선수도 3차 방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은가누를 상대로 3차 방어전에 나서는 미오치치는 UFC 헤비급의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는 셈이다.

UFC 진출 5년 만에 베우둠 꺾고 헤비급 챔피언 등극

 미오치치는 케인 벨라스케즈의 대타로 투입돼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오치치는 케인 벨라스케즈의 대타로 투입돼 챔피언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 UFC.com


크로아티아계 미국인으로 학창시절 야구와 레슬링을 겸하던 미오치치는 2010년 오하이오주의 마이너 단체에서 격투 선수로 데뷔했다. 마이너 중소단체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2011년 10월 UFC에 진출한 미오치치는 옥타곤에서도 3연승을 거두며 헤비급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193cm의 장신에 203cm의 팔길이, 그리고 타격과 레슬링을 두루 겸비한 웰라운드 파이터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미오치치는 UFC 진출 후 4번째 경기에서 헤비급의 '키다리 문지기' 스티븐 스트루브를 만나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미오치치의 우수한 신체조건이 213cm의 UFC 최장신 파이터 스트루브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미오치치는 2라운드 스트루브에게 연타를 허용하며 다리가 풀렸고 무방비 상태로 연속 어퍼컷을 맞다가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스트루브에게 당한 패배는 미오치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미오치치는 로이 넬슨과 가브리엘 곤자가를 연속 판정으로 꺾으며 경기 운영능력을 키웠고 2014년 5월엔 브라질에서 파비오 말도나도를 35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미오치치는 그 해 연말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의 경기에서 생애 두 번째 패배를 당했지만 당시만 해도 헤비급 최고의 타격가로 꼽히던 도스 산토스와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미오치치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UFC를 대표하는 '상남자' 마크 헌트를 상대로 한 수 위의 타격실력을 뽐내며 5라운드 KO승을 거뒀고 전 챔피언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쓰러트리는 데는 54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UFC의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떠오른 미오치치는 챔피언 베우둠과 벨라스케즈의 타이틀전 후 다음 상대로 꼽히며 여유 있게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불과 20일 앞두고 벨라스케즈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미오치치는 베우둠의 새로운 상대로 낙점됐다. 베우둠의 1차 방어전으로 열린 이 경기에서 챔피언은 성급하게 전진을 해오며 미오치치를 압박했다. 미오치치는 베우둠의 전진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백스텝을 밟다가 안면에 강력한 라이트훅을 꽂아 넣으며 베우둠을 그대로 실신시켰다. 자신이 존경하던 미르코 크로캅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단체의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핵주먹' 은가누 상대로 3차 방어전, UFC 헤비급 신기록 도전

 은가누의 체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미오치치는 장기인 아웃복싱을 살려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필요도 있다.

은가누의 체력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미오치치는 장기인 아웃복싱을 살려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필요도 있다. ⓒ UFC.com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미오치치는 더욱 노련해졌다. 2016년 9월 1차 방어전에서는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상대로 경기 초반 기습적인 펀치에 이은 길로틴 초크에 걸리며 고전했지만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테이크다운에 이은 강력한 파운딩으로 KO승을 거뒀다. 고향인 클리블랜드에서 처음으로 열린 UFC 대회에서 챔피언의 강력함을 마음껏 뽐낸 것이다.

작년 5월 2차 방어전에서는 자신에게 마지막 패배를 안겼던 산토스에게 멋진 설욕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산토스를 압박하며 승기를 잡은 미오치치는 1라운드 중반 오른손 훅으로 산토스를 다운시킨 후 이어진 왼손 파운딩으로 가볍게 경기를 끝냈다. 마지막 패배를 당한 이후 5연속 KO승. 바야흐로 UFC 헤비급에 미오치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은가누라는 무서운 신예가 UFC 데뷔 후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6명의 상대를 KO로 제압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UFC 주최측에서는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챔피언과 무서운 도전자의 타이틀전을 재빨리 성사시켰다. 은가누로서는 오브레임전이 끝난 후 50일 만에 경기에 나서는 것이지만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게다가 오브레임전은 1라운드 초반 한방으로 경기가 끝나 체력소모도 심하지 않았다).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경기운영이나 다양한 기술은 당연히 미오치치 쪽이 앞서지만 은가누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소형차와 충돌하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라는 은가누의 무시무시한 핵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5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스트루브의 펀치를 맞고 다리가 휘청거렸던 미오치치가 은가누의 펀치파워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현지 도박사들도 챔피언 미오치치보다 도전자 은가누의 승리를 더 높게 점치고 있다.

UFC 헤비급 챔피언으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나이'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미오치치는 요즘도 경기가 없는 비수기(?) 때는 고향인 클리블랜드에서 파트타임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사람들을 돕는 일이 즐거워 소방관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하는 미오치치는 오는 21일 최강의 도전자 은가누를 상대로 UFC 헤비급 3차 방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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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20 스티페 미오치치 프란시스 은가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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