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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잡은 쏙이다. 충남 보령시 주교어촌계는 쏙의 번식 때문에 바지락 생산량이 줄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갯벌에서 잡은 쏙이다. 충남 보령시 주교어촌계는 쏙의 번식 때문에 바지락 생산량이 줄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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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터줏대감 바지락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갯벌에 펄이 쌓이고 바지락의 서식환경이 나빠지면서 그 자리를 불청객인 쏙이 꿰차고 나섰기 때문이다. 쏙은 펄 바닥에 구멍을 뚫고 사는 바다 생물이다.

모래나 진흙 속의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바지락은 쏙과의 서식지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지락이 사라지는 원인을 인간의 무분별한 토목 공사로 꼽고 있다. 하천에 제방을 쌓고 댐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토목 공사는 갯벌에 모래가 유입되는 것을 방해했다.

그 결과 펄에서 모래는 점차 사라지고 펄 층은 점점 더 두꺼워졌다. 쏙은 모래가 없는 단단한 펄에 적응해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 반면 쏙에게 서식지를 빼앗긴 바지락은 점점 도태 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국내 최대 바지락 생산지 중 하나인 충남 보령시 주포면 주교 어촌계 사무실을 찾았다. 어촌계 사무실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은 바지락 양식장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주교 어촌계는 한국 모든 조개의 종패(씨를 받으려고 기르는 조개)를 공급하는 주요 산지 중 하나이다. 하지만 주교 어촌계 주민들은 최근 쏙의 급증으로 바지락이 씨가 마르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나소열·신정훈 청와대 비서관 갯벌 현장 방문

이날 서천군수 출신인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과 신정훈 청와대 농업 비서관도 주교 어촌계 양식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 다. 지난해 9월 주민들이 "쏙의 창궐로 바지락 양식장이 죽어가고 있다"며 청와대에 민원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나소열 신정훈 두 청와대 비서관이 주교 어촌계를 방문했다.
 나소열 신정훈 두 청와대 비서관이 주교 어촌계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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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구 주교 어촌계 간사는 "지난 2010년 이후부터 쏙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바지락이 쏙과의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콤바인을 개조해 만든 기계로 갯벌을 갈아엎어 버리고 있다. 그것 외에는 쏙을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갯벌을 갈아엎으면 펄 속에 살고 있던 쏙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렇게 튀어 나온 쏙을 갈매기들이 잡아먹게 하는 것이다. 물론 경운 방식의 쏙 퇴치 작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1마리당 400~500개의 알을 산란하는 쏙의 번식력을 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구 간사는 "지난 2015년 대대적인 쏙 퇴치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한동안 바지락 수확량이 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또다시 갯벌에 쏙이 창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쏙이 창궐하면 경쟁에서 밀린 바지락의 수확량은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민들은 갯벌에서 끝없이 번식하고 있는 쏙 때문에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주민 최병각 씨는 "불도저로 갯벌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다 써 봤다"며 "이제는 번식 속도가 너무나 빠른 쏙이 무서울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최 씨는 "현재로서는 그나마 갯벌을 갈아엎는 경운 작업이 가장 효과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장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쏙을 퇴치 할 수 있는 방법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교 어촌계 주민이 콤바인을 개조한 기계로 경운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쏙을 퇴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교 어촌계 주민이 콤바인을 개조한 기계로 경운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쏙을 퇴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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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을 한뒤 갯벌에 튀어 올라온 쏙이다. 일부 주민들은 쏙을 보자자 마자 반으로 잘라 갯벌에 던졌다.
 경운을 한뒤 갯벌에 튀어 올라온 쏙이다. 일부 주민들은 쏙을 보자자 마자 반으로 잘라 갯벌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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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나소열·신정환 비서관 앞에서 콤바인을 개조한 기계를 시범 운영해 보였다. 기계가 굉음을 내며 갯벌을 훑고 지나가자 그 안에서 언 듯 보기에 새우와 가재를 닮아 보이는 쏙이 튀어나왔다. 일부 주민들은 쏙을 보자마자 반으로 뚝 잘라 갯벌에 던졌다. 쏙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이 고스란히 담긴 행동처럼 보였다. 

신정훈 농업 비서관은 "나소열 비서관을 통해 지역의 상황은 익히 듣고 있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태그:#나소열 ,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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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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