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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활동보조를 맡고 있는 A씨는 일흔이 다 돼가는 나이지만 스스로를 "다행히 아직 건강하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맡고 있는 장애인 B씨가 원하면 한 달에 두세 번 24시간 근무를 한다. 주중 근무시간은 하루 10시간을 넘길 때가 많다.

하지만 A씨가 인정받을 수 있는 근무 시간은 8시간이 전부다. 주말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주말·휴일 근무는 주중과 달리 시간당 1.5배 수당을 받지만 그마저도 8시간 범위에서 적용된다. 8시간 일하면 12시간 일한 것으로 인정되는데 그 이상 일한다 해도 일한 시간 모두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A씨와 1년 넘게 함께 한 B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피곤하거나 힘들다고 부탁을 마다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B씨는 A씨가 보조를 맡기 전에는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한 달이 멀다하고 활동보조인이 바뀌었다. A씨는 아들 같은 의뢰인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기 싫다는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했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일을 하는 활동보조인 근로 환경이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는 등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장애인들은 이 사업을 진행하는 중개기관에서 고용한 활동보조인을 지정받는다. 용인에는 ­­현재 7개 중개기관에서 800여명의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고용하고 있다.

활동보조인들이 지난해 받은 시급은 7020원 정도다. 계약서상 최저임금을 보장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시급 임금을 일한 시간만큼 다 받지 못할 뿐 아니라 4대 보험 및 주휴수당, 시간외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각종 법정제수당을 따로 적용받지 못한다. 시급 안에 각종 수당이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포괄임금제라고 불리는 임금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연월차 수당의 경우 휴식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따라 포괄임금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지침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활동보조사업 중개기관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복지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용인시 한 중개기관 관계자는 "활동보조인들의 고용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우리 역시 인지하고 있다"며 "지침대로 복지부 지원금의 75% 이상 임금으로 지출하고 있고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은 임금에 포함돼 있다. 이를 따로 계산해 지급할 경우 기관 입장에서는 매년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시간당 9240원의 단가를 적용하고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 지침을 통해 중개기관이 단가에서 최소 75%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지원금 25%는 중개기관 운영비로 자율적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지침은 지원금 25%에 해당하는 남는 수익금은 기관 운영비 외 노동자 처우 개선에 최우선으로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중개기관의 몫이다. 지침 상으로도 반기별 1회 이상 복지부·지자체·수탁기관의 합동점검을 통해 회계 장부 등 기관운영 실태를 점검하며 관리·감독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25%의 사용처는 관여하지 않는다. 중개기관이 실제로 남은 수익금을 어디에 쓰는 지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용인시 역시 같은 입장이다. 장애인복지팀 온운경 팀장은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사업이고 사업 운용은 각 중개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정책실장은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며 "근로자의 고용환경이 열악함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복지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약 280명의 활동보조인을 고용하는 중개기관의 경우 월 3000만원 정도 수익금이 남는 걸로 나타났다"며 "중개기관이 담당 인력 인건비, 기관 운영비를 쓰고도 남을 액수다. 근로자들의 연차 수당 등을 챙겨주지 못할 만큼 지원금이 적다는 것은 일부 소규모 중개기관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이에 대한 감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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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용인시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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