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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경기장에 휘날리는 태극기 지난 2017년 4월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휘날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토리노 동계올림픽 공동입장하는 남북 지난 2006년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남북 선수들이 공동입장하고 있다. 남측 이보라, 북측 한정인이 기수로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 나아가 (북한 선수단의)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대해 밝힌 말이다. 지난 1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한국은 태극기를 들고 북한은 인공기를 들든 뭘 들든 알아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보다 더 강경한 발언이었다.

하루 뒤인 17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 말대로 한반도기 입장에 합의하더라도 북한이 만약 인공기를 흔들고 계속 그런 활동을 하게 되면 우리가 그것을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한반도기·인공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도 모르는 무식하고 소아병적인 트집"이라는 반론에 직면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한반도기로 입장을 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면서 이 같이 비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줄곧 '김대중 정신'을 외친 안 대표는 북한 선수단 입장 시 한반도기와 인공기 입장을 모두 반대하기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한반도기는 물론 인공기 입장도 안 된다"는 안 대표의 주장이 북한보다 국제경기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평양 등에서 국제경기를 유치하면서 남한 선수단의 태극기 입장을 허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국민의당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대표. 탁자위에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인공기 무조건 안 돼? 남북관계 문제가 아니다"

2013년 9월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컵·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 개막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당시 분단 이후 북한 내 공개석상에서 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태극기 앞에는 '대한민국 KOR'이라고 적힌 팻말이 나섰다. 북한은 이 대회 기간 중 남한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7년 4월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B조 예선 1차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인도 양팀 선수들의 뒤를 이어 태극기와 인도 국기, 아시아축구연맹기가 입장했다. 그리고 애국가 역시 울려퍼졌다. 이는 1969년 김일성경기장 개장 이후 사상 처음이었다.

2017년 4월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장철구 종합대학 학생들이 지난 2017년 4월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남북관계가 그리 유화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2013년 2월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6년 2월엔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있었다. 북한은 이런 가운데서도 국제경기 규범에 맞게 태극기와 애국가를 대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 대표가) 국제경기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라며 "국제경기가 열리면 참여국가의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아니라 참여국가 차원에서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국제경기가 열릴 때 인공기가 올라간 바 있다고도 전했다. 바로 2017년 4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대회였다. 당시 영국팀과 맞붙은 북한팀은 3-2 승리를 거뒀고, 강릉하키센터에는 인공기가 올라가고 북한 국가가 울려퍼졌다.

김 교수는 한반도기에 대해서는 "(특정 정부의) 대북정책와 무관한, 역사가 오래된 논의 결과"라며 "진보는 한반도기를 들고, 보수는 태극기를 드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남북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입장, 한반도기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였다. 1963년 남북 최초의 체육회담이 열린 것도 IOC에서 주선하고 중재한 것"이라며 "(단일팀 구성 등이) 올림픽 정신에 부합했기 때문인데 그것을 국내 정치 논리에 따라 부정한다는 것이 정말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북은 지난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는 데 합의했다.
태그:#인공기, #한반도기, #평창 동계올림픽, #안철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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