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현장에서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지도자,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편지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 박영진


안녕하세요. 저는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3관왕(1000m, 1500m, 3000m 계주 금메달)을 했던 진선유입니다.

제가 올림픽에 나갔던 것이 2006년인데 벌써 12년이나 지났단 것이 믿어지지 않네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토리노는 실감이 나지 않았던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금메달 1개를 목표로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3개나 목에 걸면서 너무나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가 금메달을 3개를 딸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야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2011년에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상에 있을 때 멋있게 은퇴를 하고 싶었습니다. 토리노에서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목표를 모두 이뤘기에, 올림픽이 끝난 이후 다음 목표를 세우려고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실천하는 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실 부상으로 인해 마지막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것은 아쉬웠지만, 선수로서의 미련은 남지 않았기에 만족했습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부터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놀랍게도 순간마다 꾸준히 에이스인 선수들이 발굴되고 대표 자리를 지켜왔기에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표팀 역시 심석희, 최민정 선수들이 그 흐름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모두 현재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까 조금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평소 연습과 노력에만 집중하고 믿었으면 합니다. 심석희 선수는 두 번째 올림픽이기에 이제는 자기 스스로 마음가짐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2017년 마지막 날에 평창 성화 봉송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4 소치 올림픽 때 해외에서 성화 봉송을 경험했습니다. 타국에서 했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성화 봉송을 하니 무게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진선유, 금메달! 2007년 1월 31일 중국 창춘 우후안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진선유가 역주하고 있다.

▲ 진선유, 금메달! 2007년 1월 31일 중국 창춘 우후안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1000m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진선유가 역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현재 모교인 단국대학교에서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쇼트트랙 선수층이 많이 얇아진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동계올림픽 때만 반짝인기를 얻는 비인기 종목이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이제 정말 올림픽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네요. 이맘때 즈음이면 선수들이 심적으로 대회가 다가왔다는 것을 크게 느낄 것입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면 지금쯤 모두 출국을 할 텐데, 지금 선수들은 한국에서 훈련하고 있으니 아마 더 심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조금은 우려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감도 이겨낼 줄 알아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부디 응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현장에 오셔서 큰 목소리와 응원으로 선수들을 외쳐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후배 선수 여러분들, 부디 남은 기간 심적인 부담감은 떨쳐 버리고 이겨내셔서 꿈꾸던 좋은 결실을 보셨으면 합니다.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한국 쇼트트랙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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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진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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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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