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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인 도시이다.
▲ 싱가포르의 야경 싱가포르는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인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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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개성있는 각 건물들이 어우러진 야경은 다른 나라의 그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 싱가폴의 야경 바다와 개성있는 각 건물들이 어우러진 야경은 다른 나라의 그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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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것으로의 부딪힘이 여행


첫 가족여행이었다.

싱가포르로 정해진 것은 순전히 나의 추천이기도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별 반박 없이 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가족여행의 참가인원은 5명. 5명 중 2명이 첫 해외여행이다 보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을 피하기 위해 나름의 조건을 세우고 장소를 골랐다.

첫째, 도시일 것, 둘째, 안전하고 교통인프라가 좋은 조건인 곳일 것. 셋째, 음식이 힘들지 않은 곳일 것이 고려 요건이었다.

모두 첫 여행에서 느껴질 수 있는 이질감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정한 곳이, 서울보다 조금 큰 면적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였다. 물론 11월이 싱가포르의 우기임을 감안했을 때,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실제로 4일 중 이틀은 비가 와서 일정을 예정대로는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은 순조롭게 싱가포르로 의견이 모아졌다.

연간 국내외 2천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관광국가답게 개성있는 건축물을 추구하는 싱가포르. 그 중 호텔은 대표적이다.
▲ 싱가포르의 건축물(사진.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연간 국내외 2천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관광국가답게 개성있는 건축물을 추구하는 싱가포르. 그 중 호텔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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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와 실내로 이루어진 정원.열대 산악지역과 고산시대의 식생을 재현했다.
▲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야외와 실내로 이루어진 정원.열대 산악지역과 고산시대의 식생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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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함께하는 구성원끼리 경험의 연차가 다를 경우 꽤 힘든 점들이 있다. 새롭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질적인 문화에 무심코 내뱉는 여과되지 않은 표현들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여행에의 태도가 그렇다. 그런 부분은 다른 이를 피곤하게 하기도 하고 진이 빠지게도 한다. 물론 누구에게든 처음은 있는 것이므로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결혼식 야외촬영으로 보였는데, 장소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MRT역인것이 인상적이었다.
▲ MRT(싱가포르의 도시철도)에서의 야외촬영 결혼식 야외촬영으로 보였는데, 장소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MRT역인것이 인상적이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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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감을 인정하면 매 순간을 즐길 수 있어

싱가포르는 가히 아시아의 미식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련된 도시의 마천루 아래 자리잡고 있는, 세계의 맛의 트렌드를 창조하는 스타 셰프들의 음식부터, 부담 없는 가격과 맛을 책임지는 호커 센터(hawker centre, 푸드 코트의 개념), 또한 이 나라는 영국과 인도, 중국, 아랍 국가의 문화권을 아우르며 각 문화권의 독특한 음식들이 조화롭게 섞인, 음식문화들을 얘기하자면 그 어느 국가보다도 훌륭한 미식 천국의 조건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야외 푸드코트같은 개념.도시 전역 곳곳에 있으며 여러 다양한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다.
▲ 호커 센터(hawker centre) 야외 푸드코트같은 개념.도시 전역 곳곳에 있으며 여러 다양한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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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다른 가게에서 주문을 한 음식들. 주문 후 테이블 번호를 말하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 호커 센터의 음식들 각각의 다른 가게에서 주문을 한 음식들. 주문 후 테이블 번호를 말하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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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우리 집의 둘째 딸인 동생은 흔히 '다른' 것에 처음 노출된 '첫 여행자'답게 입만 열면 모든 것의 귀결은 한국으로 이어졌다.

"아~ 삼겹살에 김치 구워먹고 싶다."
"앗~ 이 음식에서 나는 향은 뭐지?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지."

동생을 투영해 과거의 나를 보았다. 나 또한 그랬던 적이 있었다. 단순히 향신료나 허브의 향으로 그곳의 음식을 평가하는 일뿐 아니라 모든 것의 귀결은 한국의 것으로 이어졌었다. 시작은 대부분 그런 것이다. 새롭고 이질적인 것과의 조우는 익숙하고 친근한 것의 그리움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계속될수록 점차 사람은 단련되고 조금씩 객관적이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중국 음식들. 꿔바로우와 마파두부,가지볶음과 사천성 스타일의 치킨요리.
▲ 중식 싱가포르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중국 음식들. 꿔바로우와 마파두부,가지볶음과 사천성 스타일의 치킨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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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향신료의 맛에 실망하여 '아 이곳은 별로구나'가 아닌 내가 인지하고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오픈 마인드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열려있는 마음이 남아있는 여정을 즐길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들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 고기를 먹지 않는 베지테리안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 구조상, 각자의 취향 존중이 가능한(더구나 다양하기까지 한!) 식탁이라는 점은 한 걸음 물러서야 보이는 것들이다.  

야외와 실내로 이루어진 정원.열대 산악지역과 고산시대의 식생을 재현했다.
▲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야외와 실내로 이루어진 정원.열대 산악지역과 고산시대의 식생을 재현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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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대부분이 한국을 떠올리는 것으로 귀결되는 점은 현재도 다르지는 않다. 한국을 떠나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은 생각이 머무는 것은 한국에 대한 것들이다. 과거와는 달리 단순히 "김치찌개가 먹고싶다"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지!" 가 아니라, 타 문화나 국가와 비교해 한국을 보게 되고 지금의 위치를 사유하게 된다.

우리 것보다 좋거나, 우리 것보다 나쁘거나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름'에서 앞으로 가야 할 실마리를 얻는 능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는 다른 것에 노출되어야 하고 다른 것과 관계해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삶의 필수 불가결 조건이다. 

동생의 다음 해외여행이 기대된다.

밤이 되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에서 쏘아올리는 레이저 쇼는 관광객들도 모두 알고 있을만큼 유명하다.
▲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밤이 되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에서 쏘아올리는 레이저 쇼는 관광객들도 모두 알고 있을만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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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7년 11월 싱가포르 가족 여행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태그:#싱가포르, #싱가폴, #가족 여행, #세계여행, #세계의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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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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