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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지난 1월 11일 노사교섭을 통해, 본사가 51%의 지분을 갖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제조기사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불법파견 사안은 일단락되었다. 제빵 등 제과점의 핵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조기사들을 자회사로 고용하겠다는 타결내용이 다소 아쉬우나, 일단은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사측을 지켜볼 일이다.

고용형태 문제 외에도,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제조기사들의 모성권과 건강권의 문제이다. 제조기사의 약 80%가 여성인 이 사업장은 여성인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제까지 한번도 제대로 제기된 적 없는 제조기사들의 모성권 및 건강권 침해실태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회의 기고를 통해 다루려고 한다. - 기자 말

 진열장 가득 채운 빵, 이렇게 만든다.
 진열장 가득 채운 빵, 이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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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하혈하며 만든 파리바게뜨 빵, 맛있게 먹을 수 있나요?  

세련된 매장에 윤기가 돌며 진열된 빵이 있다. 아침 일찍 가도, 퇴근 후 밤늦게 가도, 연휴나 주말에도 늘 맛있는 빵이 있어 우리를 유혹한다. 이 빵을 매일 채워 넣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체 어떻게 일하길래, 하루도 빠짐없이 진열장에 빵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70가지 종류 빵을 오전 중에 다 구워야

파리바게뜨에서 제빵기사로 일하는 ○○씨는 제조기사들의 80%인 다른 동료들처럼 여성이다. ○○씨가 일하는 매장은 1명의 제빵기사가 모든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든다. 제빵기사가 2인, 3인인 곳도 있지만 워낙 동네 곳곳마다 매장이 위치하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규모가 큰 매장은 많지 않다.

○○씨는 새벽 6시~7시 출근해서 평균 9+1시간 혹은 8+1시간을 일한다.(+1시간은 유급 점심시간이다.) 손님은 많은데 지원이 부족한 곳도 있고, 크리스마스 같이 손님이 특별히 몰리는 시즌도 있는데, 그러한 때와 장소에선 2시간~4시간정도 2차(연장) 생산을 한다.

매장 공간의 대부분은 빵을 진열해놓은 홀이다. ○○씨는 카운터 뒤 작은 주방 공간에서 일하는 내내 거의 서있다. 본사에서 빵 반죽이 다 되어 오긴 하지만, 냉장·냉동고에 있는 반죽을 꺼내 놓고 빵 모양을 성형하는 일은 다 ○○씨 몫이다. 언젠가부터 손목은 늘 시큰거리고 허리와 어깨 통증을 달고 다닌다. 그러나 작은 주방에 잠시 걸터앉아 쉴 의자가 없다. 의자는커녕 작업복을 갈아입을 공간도 없는 경우도 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대충 가리고 후다닥 환복했던 매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약 70가지 종류의 빵을 오전 중에 다 구워야 하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일한다. 오븐에 반죽을 넣고 시간 맞춰 빼고, 빈 오븐에 다시 다른 빵 반죽을 넣고... 오븐도 ○○씨도 쉴 새가 없다. 1시간 점심시간이 있지만 1시간을 온전히 다 쓴 적은 없다. 30분 쓰면 정말 많이 쓴 거고, 10~20분 동안 잠시 일손을 멈추고 주방에 서서 대충 밥을 때우기 일쑤이다.

사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모든 제품이 오븐에 구워져 다 나와야 하는 아침에는 특히 정신이 없어서 오줌을 참고 참았더니 방광염에도 걸렸다. 생리 중이어도 새벽 출근 시부터 오후까지 한 번도 생리대를 갈 시간이 없을 때가 많다. 궁여지책으로 한밤중 잘 때 사용하는 '오버나이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7~8월에는 땀도 많이 나 질염에 자주 걸린다.

많은 제빵기사 동료들이 산부인과를 찾는데 ○○씨와 같은 질염 진단을 주로 받는다. 생리대도 교체 못 하는데 땀까지 나니 습기가 너무 차서 생식기에 곰팡이균이 많아 생기는 병이라고 한다. 인력이 뻔한 마당에 휴무를 쓰거나, 일과 중 휴게시간을 적절히 이용할 수도 없으니, ○○씨는 여름이 오면 미리 산부인과에 가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먹는다. 어차피 질염이 또 걸릴 게 예상되니 나름 머리를 쓴 거다.

몸이 아픈 것뿐 아니다. 가맹점주를 잘못 만나면 그것만큼 고역도 없었다. 그래서인가, 스트레스성 위염도 있다. 밥을 제때 못 챙겨 먹는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야', '너'로 막 부르는 호칭,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을 많이 듣고 겪었다. 제시간에 퇴근해도 눈치를 주고 더 일하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

제일 끔찍한 건 성희롱·성추행이었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가맹점주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애꿎게 여성인 우리만 교육을 받는 게 웃긴다고 ○○씨는 동료들과 슬픈 농담을 나눈 적이 있다. 생식건강 문제도 그렇지만, 기름이나 오븐, 칼을 다루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거늘 안전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제빵기사로 20대 초반에 입사한 ○○씨는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임신도 했다. 2~3년 다니면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이직하던 동료들, 잘 견디다가도 결혼과 출산계획이 생기면 관두던 동료들 사이에 ○○씨는 장기근속자였다. 그런데, 임신 초기 일하다 하혈을 하기 시작했다. 임신했을 때 얼른 휴직하고 쉬라던 관리자는 정작 ○○씨가 위급하게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게 했다. 결국 ○○씨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관리자의 말에 바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

○○씨는 몸이 아플 때도, 유산의 위기 속에도 매장의 생산을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압박을 짊어지며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씨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심지어 ○○씨가 가장 배려받아야 할 그 시간에도 아무 도움도, 책임도 지지 않았다. 마치 ○○씨의 삶보다 '잘 진열한 윤기 있는 빵'이 더 중요한 것만 같았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

위의 이야기는 파리바게뜨 여성 제빵기사 1인의 이야기만 적은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에 찾아왔던 노동자들의 증언과 현장 노동권 실태조사(「프랜차이즈업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점과 해법-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중심으로」)의 사례를 참고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분절된 여러 명의 이야기를 짜깁기해 묶은 것이 아니기도 하다.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 방광염과 질염 등 생식건강의 문제, 사업주의 적절한 조치가 없어 부가되는 직무스트레스, 임신 노동자의 모성권 및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등의 문제들은 전체 제조기사의 80%를 차지하는 파리바게뜨 여성노동자들이 누군가는 한두 개, 또 누군가는 서너 개씩,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에서 수행한 「프랜차이즈업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점과 해법-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중심으로」 연구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제조(제빵·제조)기사들은 아직 2~30대 청년노동자인데도 하지정맥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또 상당수가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했다.

 「프랜차이즈업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점과 해법-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중심으로」 에서 발췌한 파바 제조기사들의 산업재해 사유
 「프랜차이즈업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점과 해법-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중심으로」 에서 발췌한 파바 제조기사들의 산업재해 사유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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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은 무거운 중량물을 들거나,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로, 반복작업을 할 때 발생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평균 근력이 남성의 50~60%밖에 안 되기에, 근골격계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들기 위치와 성별, 연령 요인이 최대 들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이명행, 2011)」 참고). 다수의 제조기사가 여성인 파리바게뜨에서는 이를 고려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점심시간과 휴게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 휴게공간이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5~10분의 시간이 사용자 측에서 봤을 때는 너무 사소하여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이 잠깐의 여유가 없어 여성 제조기사들은 방광염과 질염 등에 노출되어 생식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보건휴가를 쓰고 싶을 때(써야 할 때)에 쓰는 것이 아니라 근무 스케줄에 따라 관리자가 지정한 날에만 쓸 수 있게 한 사례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산이 예고되는 건강상 굉장히 위급한 상황에서도 대체인력이 없어 곧바로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사례는 파리바게뜨의 인력시스템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극명히 드러낸다.

인격을 무시하는 폭언, 성희롱·성추행 역시 단순히 기분이 상하는 문제를 넘어서 제조기사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소이다. 특히 업무적 상하관계에 있는 점주 등의 성적 괴롭힘은 일상적 업무공간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 외에도, 만성적인 습진에 시달리다 회사에서는 아무 보상이나 처리를 받지 못하고 그냥 퇴사하고만 사례, 튀기는 빵 제품을 만들다가 화상을 입었고 상처가 깊어 피부이식을 받고 성형외과 치료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재신청을 못 하게 하는 사례, 근골격계질환이나 화상/생식건강 등 안전보건관련 교육은 왜 안해주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사례를 합쳐보면 파리바게뜨의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아주 낮은 수준에서 마저 보장되고 있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ㆍ사 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신환섭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위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남신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위원장. 2018.1.11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ㆍ사 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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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기사들의 노동건강권,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부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산업안전보건서비스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보호와 예방의 원칙'으로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 유해요인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 '적응의 원칙'으로 노동자의 능력과 상태·상황에 맞춰 노동조건과 환경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건강증진의 원칙'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과 안녕이 노동 때문에 훼손되지 않고 증진되도록 노동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넷째, '치료와 재활의 원칙'과 다섯째, '일차보건의료의 원칙'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불건강(산재)이 초래됐을 시 제대로, 신속하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다섯 원칙은,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기본적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의 노동자들은 이 다섯 가지의 권리가 없다시피 노동해온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이 많은 이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의 대표성이 '여성'로서 인식되고 고려받지 못했다.

빵의 효율적인 생산과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을 유지를 위해 제조기사들은 자신의 노동과정 그리고 생리와 임신·출산과 같은 개인적인 몸의 변화까지 조절하고 맞춰야 했다. 인력의 규모, 노동시간, 작업환경, 산재발생과 처리 등 모든 것에 있어 그랬다.

멀리 ILO 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타결된 노사교섭을 통해 파리바게뜨 본사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불법파견했던 제조기사들을 자회사로 고용해 책임있게 관리하고, 급여와 복리후생도 상향조정할 것을 약속했다. 이 약속에 제조기사들의 건강권 보장의 약속, 특히 여성 제조기사들의 몸의 특성을 고려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생식건강과 모성건강을 증진하는 등의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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