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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지난 1월 11일 노사교섭을 통해, 본사가 51%의 지분을 갖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제조기사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불법파견 사안은 일단락되었다. 제빵 등 제과점의 핵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조기사들을 자회사로 고용하겠다는 타결내용이 다소 아쉬우나, 일단은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사측을 지켜볼 일이다.

고용형태 문제 외에도,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제조기사들의 모성권과 건강권의 문제이다. 제조기사의 약 80%가 여성인 이 사업장은 여성인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제까지 한번도 제대로 제기된 적 없는 제조기사들의 모성권 및 건강권 침해실태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회의 기고를 통해 다루려고 한다. - 기자 말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7일 오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세종시 아름동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방문, 권인태 파리바게뜨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8.1.17
 지난 17일 오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세종시 아름동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방문, 권인태 파리바게뜨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가맹점을 직접 찾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의 고민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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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여성이 찾아왔다. 모두 파리바게뜨에서 제빵기사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었다.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젊은 나이에 입사했다. 대부분의 여성 동료들이 결혼하고 아기를 갖게 되면 휴직하거나 퇴사를 했지만, 그들은 결혼 후 임신 계획을 가지고도 회사를 계속 다녔다.

이들 중 둘은 벌써 일한 지 10년이 넘어간다. 장시간 선 자세로 쉴 틈 없이 일해야 하고, 자주 다치기도 하지만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의 몇 개월간의 경험 이후, 그들은 오래 근속한 직장에 "오만 정이 떨어졌"다.

"일할 수 있는데"... 임신 소식에 무급휴직 종용한 관리자

A씨는 작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협력업체 인력관리 담당인 'BMC'에게 말했다. 임신 초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할 기간이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한 매장에서만 일하는 메인기사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지원기사'로 3~4개 정도의 매장을 돌며 일하고 있었다. 임신 기간에는 지원기사보다 메인기사로 일하고 싶었다. 임금은 지원기사보다 약간 적긴 하지만, 메인기사의 관리 책무가 더 적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왜 이렇게 애를 빨리 가졌어?"

담당 BMC의 첫 반응은 이랬다.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지만 A씨의 입장에서는 무신경한 그의 반응이 자신의 임신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관리직급의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약간의 압박도 받았다. 그러나 대꾸하지 않고 흘려보냈다. 이후 다시 한번 제대로 임신 사실에 대해 얘기했더니 같은 말을 반복하며 "8월 말까지만 하고 빠져라"라고 덧붙였다. '빠지라'라는 것은 무급휴직을 하라는 이야기였고, 이는 계속 일하고 싶었던 A 씨에게 권고사직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이에 A씨는 항의했다.

"제가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 몸과 상황이 다른데, 왜 자꾸 휴직하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세요'라고 따졌더니, 계속 일하고 싶으면 각서 같은 것을 써야 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분이 자기 입으로 무슨 내용의 각서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어요. 제가 '혹시 아기가 잘못되어도 회사 책임은 없다, 그런 내용이냐?'라고 되물었는데, 그냥 어물쩍 넘어갔어요."

A씨는 무급휴직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의와 더불어 전환배치를 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그의 요구는 더 높은 직급에 있는 상급 관리자에게 보고되었다. A씨에게 연락한 상급 관리자는 휴무를 쓸 수 있는 매장에 빈자리가 있다면 보내주고, 아니면 9시간만 일하는 '복수기사'로 일하라고 했다.

결국 A씨는 그 후 몇 개월 후 지금까지 복수기사로 일하고 있다. 복수기사는 매장의 메인기사를 보조하는 제빵기사다. 굳이 말하자면 직급이 두 단계나 내려간 것이다. 무엇보다 메인·지원기사보다 1시간을 덜 일 하고 주말·연휴에도 쉬기 때문에 수당이 줄었다.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붙여 임금보전이 되는 구조인 파리바게뜨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일을 많이 쓰게 되는 경우 임금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후 육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A씨는 메인기사까지만 가고 싶었다.)

"수당도 현저히 적고... 그래도 무급 휴직 보다는 나으니까요. 근데 월급이 줄었는데도 사회보험료는 예전에 지원기사 때랑 똑같이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월급에 비례하는거 아닌가요? 휴직 얘기는 요즘에도 해요. 빠지고 싶으면 빨리 얘기하라고..."

임신 중 3시간 넘게 하혈, 관리자는 "조금만 참고 일해 봐"

B씨는 올해부터 휴직에 들어간다고 했다. 두 번의 유산 경험을 힘들고 아프게 이야기했다. 첫 번째 임신을 했을 때 아기집이 작아 유산 조짐이 있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휴직을 결심했다. 

B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BMC도 A씨 때의 관리자와 같은 말을 했다. "야, 너 아이를 빨리 갖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지금 임신하면 어떡해"라는 농담 반, 책망 반의 반응이었다. 화가 났지만, 조장으로서 항상 인력이 부족하게 돌아가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는 B씨였다.

계약상으로는 1개월에 6일의 휴일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3~4일이면 많이 쓰는 분위기였다. 또한 한 매장에 대부분 1명의 제빵기사가 일하기 때문에, 기사들은 어쩌다 아프거나 일이 생겨도 '내가 없으면 매장은 어쩌나'라는 걱정을 한다. 

"몇 주 지난 토요일이었어요. 아침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고, 결국 하혈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 빨리 보내 달라 병원 가야 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관리자는 '야 주말이라 사람 없는 거 알잖아. 좀 참고 일해봐'라고 했어요."

유산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참고 일해라'라는 말이 가당치도 않았다. 하혈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문제인가? 하지만 매장을 비워두고 무단이탈 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피를 흘리며 계속 일했다. 관리자에게 몇 차례나 전화해 울면서 화를 냈더니 3시간 반 만에 대체인력이 와서 인수인계까지 마치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배 속의 아기를 구하기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이런 일은 B씨만 겪은 게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C씨도 일하는 중 하혈을 해서 응급 대체인력을 요청했으나, 결국 오후 일까지 다 하고 퇴근할 수 있었다.

"저는 결혼한 지 2년 되었지만,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바로 임신을 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결혼하면서 원래 있던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하필이면 그쪽에서 제일 힘든 매장이라고 소문 난 곳에 배치가 된 거죠. 원래대로면 아침 6시 출근해서 4시에는 퇴근해야 하는데, 점심도 못 먹고 일해서 6~7시까지 계속 2차(추가) 생산하는 곳이었고, 초기에는 한 달에 2번 겨우 쉬고 그랬어요.

어느 날 일요일에 출근해서 일하는데, 때가 아닌데, 생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장에게 연락했더니 '일단 일하고 계세요. 알아볼게요'라고 했어요. 몇 시간 후 매장 매니저가 조장 연락 받고왔는데, '조장이 케이크에 과일 올려주는 거 도와주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했어요. 저희가 오전에는 오븐 돌려서 빵 굽고, 오후에는 케이크 만드는 스케줄로 일하거든요. 그러니까 오후 할 일까지 다 하고 가라는 뜻이었던 거죠."

C씨의 경우 당시 임신 중이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이미 수개월 전부터 임신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확실한 건 계속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원인 모를 하혈이 있는 응급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B씨와 마찬가지로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 병원에 곧바로 갈 수 없었다. C씨는 당시 매장 매니저가 온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장은 제가 하혈하는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다행히 더 윗 직급인 BMC가 'C가 하혈하는 거, 유산이면 어떡할래? 문제 생기면 조장 네가 책임질 거냐'라고 강하게 말해줘서 매장 매니저라도 급히 섭외한 거죠. 제빵기사는 너무 빡빡하게 인력이 짜여 있다 보니, 다 일하고 있거나 빡세게 일하다 어렵게 휴무 잡아 쉬고 있거나... 보내줄 사람이 찾기가 어려웠을 테고, 당시 조장이 자기랑 친해서 연락하기 편했던 매장 매니저에게 사정사정했겠죠."

B씨와 C씨는 하혈과 유산 등 여성의 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아픔을 겪었지만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근로기준법 74조 3항에서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이 유산 또는 사산한 경우로서 그 근로자가 청구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산·사산 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지만, B씨는 두 번의 유산 후에도 남아있던 자신의 연차를 끌어다 겨우 쉬었다.

C씨는 이후 계속 몸이 안 좋아져서 잠시 휴직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그럴 거면 차라리 그만두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언젠가 제빵기사들이 휴직하면 담당 BMC가 페널티를 받고 휴직한 기사가 퇴직하면 또 페널티를 받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C씨는, 추측컨대 BMC가 그게 부담돼 퇴직을 권유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ㆍ사 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신환섭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위원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남신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위원장. 2018.1.11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제조기사 노ㆍ사 상생 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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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파리바게뜨의 심각한 모성권 침해, 왜?

이 세 명의 자기 경험 외에도 이들 주변의 여성 동료들의 이야기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임신한 여성에게 휴직을 종용하거나, 아니면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나"라면서 만삭 때까지 계속 일하게 하는 게 문화인 거 같다는 얘기, 임신 후 육아휴직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잠시 (무급)휴직하다가 퇴사하는 경우나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얘기, 육아휴직 후 복직한 동료는 거의 본 일이 없다는 등의 증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입사 후 매장 배당을 받을 때도 결혼 안 한 사람이 1순위, 결혼한 사람이 2순위라는 '공식'이 현장에는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도 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여성 제빵기사들은 (돌발)상황이 많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속된 노동자의 약 80%가 여성임에도, 파리바게뜨 본사 및 협력업체는 제빵기사들의 모성권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인식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수준으로 여성노동자들의 모성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여성노동자를 향한 '폭력'과 다름없다.

많은 여성들이 제조기사로 파리바게뜨에 취업하지만 또 많은 수가 2년 근속을 넘지 못하고 이직한다는 노동자들의 증언과 조사결과(정의당 연구용역으로 발표된 「프랜차이즈업 노동자 인력운영 문제점과 해법-파리바게뜨 제조기사를 중심으로」 참고)는 모성권 침해의 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파리바게뜨에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가 이토록 고려되지 않는(배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에 응한 세 명의 여성은 제일 먼저 '부족한 인력'을 뽑았다. 여유 인력이 없는 구조에서 노동자들은 매장에서 자신이 빠지면 점주가 큰 손해를 볼 거라 걱정했고 응급상황에도 병원에 바로 달려가지 못했다. 본사와 협력업체가 해결해야 할 인력시스템의 문제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삶으로 짊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휴직 후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불안감을 공통으로 토로했다.

또한, 여성이 배제된 조직문화 역시 큰 문제이다. 유산이 예고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일단 참고 일해라"라는 관리자의 말 속에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의 폐해가 모두 담겨있다. 여성 비율이 80%인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제조기사를 관리하는 직급에는 남성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조직관리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었다.

여성들이 임신·출산을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음에도 조직은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기에 여성의 임신이 매우 희소한, 특별한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임신을 벌써 했냐?', '빠질 거면 빨리 말해라', '사람이 없으니 일단 기다려라'라는 말들이 바로 그 방증이다.

지난 1월 11일 노사교섭 후, 파리바게뜨 사측은 책임있는 경영을 약속하며 자회사에 제조기사들을 고용하고, 급여와 복리후생도 상향하여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이에 더하여, 제조기사들의 모성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신 초기와 후기에 제조기사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단축근무나 전환배치를 하고, 유·사산 휴가를 보장하는 등, 법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유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야 모성권 보장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 비율이 높은 사업장인 만큼, 법 준수를 넘어선 여성노동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포괄하는 조직문화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조직 운영의 철학이 바뀌어야 '피 흘리며 만든 빵'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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