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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찬 KBS 라디오 PD
 지성찬 KBS 라디오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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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징이 이르면 오는 22일 해임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5달 가까이 이어진 언론노조 KBS 본부(비대위원장 성재호, 아래 KBS 새 노조)의 파업도 마무리를 하게 된다. 이번 KBS 새 노조 파업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 부문은 라디오 구역 조합원이라고 한다.

왜 라디오 구역 조합원들이 가장 열의를 가지고 파업에 참여했는지 궁금해 새해 KBS 새 노조 라디오 구역 중앙위원이 된 지성산 KBS 라디오 PD를 지난 9일 KBS 새 노조 사무실에서 만나 파업 이야기와 함께 지난 10년 KBS 라디오에서 벌어진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내일(10일)이면 KBS 이사회에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 안이 상정되잖아요. 이제 파업의 끝이 보이는 것 같은데 실감하시나요?
"너무 오래된 파업이라 감회가 새롭죠. 성경에 보면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라는 말씀이 나오는 대요. 저희 KBS 새 노조원들 그리고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기자와 PD들이 그간 정의에 주리고 공의에 목이 타는 상황인데, 이런 게 곧 해소될 거 같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많이 지쳐 있었는데, 사장 해임안이 곧 의결되고 제청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다시 한번 힘을 내자고 하고 있어요. 대오도 더욱 공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 언제쯤 해임안이 통과될까요?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고 사장에게 충분한 해명기회와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기간이 필요해서 아마 내일(10일) 해임안이 상정되고 논의 및 청문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1월 하순 정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싶어요."

- 라디오 PD이시잖아요. 지난 10년 가장 많이 망가진 곳이 라디오라던데 어땠나요?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많이 망가진 게 사실이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도 TV 보도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물타기', '논점 흐리기','기계적 중립', '아이템 안 다루기' 형식으로 끊임없이 본질을 비껴가고 청취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제대로 속 시원히 다루지 못할 때가 많은 거 같아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시험지가 앞에 있는데, 자꾸 책상 밑을 살피거나 옆자리를 보다가 다리를 떨고, 볼펜 돌리고, 졸잖아요, 최근 9년간 KBS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가장 핫한 이유를 정정당당하게 시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다루면 되는데 공부 못하는 학생처럼 딴청을 피우고 문제 본질을 회피하려는 습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 블랙리스트 때문에 출연자들 섭외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블랙리스트가 누구는 안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을 어떤 아이템으로 불렀을 때 왠지 간부들 또는 당시 청와대나 여당 인사들이 싫어할 만한 내용이면 교묘한 방식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겠죠. 특정 연사가 블랙리스트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사안이나 사람 자체를 부르는 것에 대해 세세하게 팀 회의라는 공식 절차를 걸쳐 이유를 듣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 자기 검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연사를 섭외했는데 막상 부장이나 국장이 이 아이템을 비틀거나 못하게 하면 제가 섭외한 사람에 대해 예의가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저 역시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미리 섭외하기 전에 움츠러드는 경우가 많았죠. 섭외할 때도 이 사람을 불렀기 때문에 그다음 날은 '보수 측 인사 섭외했으니 안심하십시오'라고 지레 저의 기계적 중립을 설득하고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는 필요도가 항상 있었어요."

- 대규모 인사이동과 징계 등으로 불이익을 가장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라디오 PD들과 간부들이 불편해할 만한 아이템을 제기하는 분들 위주로 지역 인사 발령을 많이 냈어요, 2~3년에 걸쳐 많은 분이 전국에 있는 KBS 지역총국들에 내려가서 일했고 시사 프로그램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비 시사 영역으로 많이 발령내서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제외시킨 것들이 있죠. 역으로 지난 10년 동안 시키는 걸 잘 이행했던 PD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분들은 해외 연수나 승진 보직 등 여러 가지 간부들이 줄 수 있는 혜택을 충분히 누려 오며 나머지 대다수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허탈해할 만큼 상과 벌이 명확히 드러난 시기였던 것 같아요,"

- 국정원 등의 문건을 보면 KBS 장악을 위해 가장 먼저 손댄 곳이 라디오잖아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라디오가 단일 대오로 공정방송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큰 흐름이 있었어요, 보도본부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교양 PD들에 비해서 인원도 적고, 매체 파워도 적어 손쉽게 손 봐줄 수 있는 집단이죠. 소수 집단이면서 굉장히 단일한 대오를 유지하며 정권이 하려는 걸 사사건건 반대하니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잖아요. 시범 케이스로 당했다는 느낌도 있고 인원이나 조직 면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라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 라디오를 먼저 손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동일기간 KBS의 <뉴스9> 이나 다큐멘터리, TV 시사 프로그램이 수난당한 걸 보면 비단 라디오만 특별히 더 처벌 받았거나 통제 대상이 됐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 라디오에 새 노조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하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대부분의 PD가 새 노조 소속이었고 아주 단일한 목소리로 싸우고 저항을 해온 건 다른 구역에 비해 유별났던 것 같아요."

- 국정원 등의 문건을 봤을 땐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거기에 보면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하는 지아무개 PD는 완전히 좌파성향으로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게 저거든요. 상당히 당혹스러운 게 제가 최승호 현 MBC 사장님처럼 대한민국을 깜짝 놀랄 만큼 정권을 위협하는 방송을 기획하거나 방송한 적 없고요. 당시 일개 4~5년 차 PD였던 것 같은데 시사 프로그램 메인도 아니고 세 명의 PD 중에 허리를 당당 하는 PD가 무슨 위협적인 일을 했다고 블랙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을까 싶죠.

현직이든 퇴직한 간부 중에 국정원을 통해 자신의 악의적인 감정을 담아서 후배들을 솎아내거나 규정짓는 간부가 있었던 거예요. 누군지 모르지만, 짐작만 할 뿐이죠. 그런 게 가슴 아팠어요. 제가 대단한 좌파 성향의 PD도 아니고 공정한 방송을 하고자 하는 5년 차의 어린 PD인데 그런 사람을 요주의 인물로 포장해서 국정원에 넘겼다는 것이 후배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많이 나죠."

-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주례 연설을 라디오로 방송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
"2008년, 2009년 당시 제가 자원을 해서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연설이 저희 프로그램을 자르고 8분 내외로 들어가겠다고 일방적으로 연락이 온 거예요. PD가 질문과 아이템을 선정하고, 국민들이 불편해하거나 의문을 가진 질문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을 거라면 상황은 달랐을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이슈 메이커를 대한민국 대표 방송인 저희가 타 매체를 제끼고 독점적으로 공격적인 대담을 한다고 하면 저희 입장에서는 문제 삼을 상황은 아닌 거 같았어요.

그러나 아무리 이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마음대로 아이템 정하고 일방적으로 하는 연설을 가서 녹음해 오는 게 KBS 라디오 PD와 엔지니어 역할이었거든요. 거기서 이미 방송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걸 강행하며 몇 년째 나갔죠.

그리고 반론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만이라도 격주로 이명박 대통령 연설에 대해서 자기들의 할 말을 시키자.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 자유선진당 말도 듣고 한나라당 말도 들어서 한 주는 대통령 말이 나가고 그다음 주에는 여야 3당이 돌아가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아주 기형적인 방송을 몇 년 한 거예요, 제가 청취자라고 해도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방송을 듣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KBS 제1라디오에 남아있는 청취자에게 정말 감사해요. 그런 식으로 방송해도 채널 돌리지 않고 들어주셨다는 게 감사하죠. 하여튼 KBS 1라디오가 정치인들의 일방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게 상당 기간 자속 됐다는 것이 역사의 치욕으로 남을 거 같아요."

- 파업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하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상당히 부담감이 크죠. 노조원들이 5개월째 파업하니 사무실에서 편집 기계 만지는 것도 낯설어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은 사람도 있대요. 방송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서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많아요, 직종별로 향후 어떻게 KBS 조직을 새롭게 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라디오도 KBS 라디오 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어떻게 라디오 콘텐츠를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제대로 된 걸 만들 수 있을지 수신료 가치를 보답해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 준비 중이고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제가 입사 15년 차인데 여러 채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했어요. 지금 제 머릿속에 딱 어떤 프로그램이 떠오르지는 않아요. 제가 라디오 구역 중앙위원이라고 라디오 구역 새 노조 조합원을 대표하는 직책을 맡았어요. 라디오 PD들이 일하는 일터를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활기차고 제작 자율성이 존중되고 공정한 내용으로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제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매진해야 할 거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KBS 라디오가 그동안 시민들 귀에서 많이 멀어져 있다는 것을 라디오 PD들이 익히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저희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난 10년을 허송세월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지는 않았습니다. 저희가 제대로 준비해서 발전된 모습 보여 드릴 겁니다. 시사, 예능, 클래식 등의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KBS 라디오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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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