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으로 1월 15일은 196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흑인 비폭력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태어난 날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월 15일을 '마틴 루터 킹 데이'로 부르며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대통령도 아닌 일반인이 태어난 날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인물이 흑인이라는 것은 더욱 전례가 없던 일이다.

흑인들의 비중이 매우 높은 NBA에서도 마틴 루터 킹 데이는 특별한 날이다.그가 암살 당한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는 올해도 페니 하더웨이, 제임스 워디 같은 NBA 전설들을 초대해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NBA사무국에서는 의미도 남다르고 공휴일로 지정된 이 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매년 마틴 루터 킹 데이에는 우승후보들이나 지역 라이벌들 간의 맞대결을 배치해 리그의 흥미를 더욱 끌어 올리곤 한다.

NBA 역대 최초로 세 시즌 연속 파이널에서 맞붙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역시 마틴 루터 킹의 단골 매치업 후보다. 실제로 두 팀은 2015-2016시즌부터 3년 연속으로 마틴 루터 킹 데이를 전후로 맞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골든스테이트의 3연승이었다. 문제는 최근 4연패를 포함해 10경기에서 2승 8패를 기록 중인 '동부 컨퍼런스의 제왕' 클리블랜드가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부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제임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리그 최강의 2옵션' 어빙

2010년 요란한 생방송을 열어가며 마이애미 히트로 떠났던 '킹' 르브론 제임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클리블랜드는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밝혔고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선수 두 명을 내주면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엘리트빅맨 케빈 러브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복귀가 반가웠을 선수는 NBA 입성 후 3년 동안 하위권팀 클리블랜드의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했던 카이리 어빙(보스턴 셀틱스)이었을 터.

제임스와 어빙, 러브로 이어지는 빅3를 구성한 클리블랜드는 2014-2015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하며 동부 컨퍼런스를 완벽히 지배했다. 7차전 제임스의 천금 같은 블로킹과 어빙의 결승 3점슛이 폭발한 2015-2016 시즌 파이널에서는 1승 3패의 열세를 딛고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농구의 도시'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클리블랜드에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내린 것은 지난해 7월. 제임스에 이은 2옵션으로 팀 내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어빙이 돌연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이다. 제임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을 중심으로 팀을 이끌어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안락한 '킹'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뜻이니 클리블랜드에서도 막을 명분이 없었다.

물론 클리블랜드 입장에서도 NBA에서 손꼽히는 득점원이자 올스타 레벨을 넘어서 슈퍼스타 레벨에 진입하고 있는 만25세의 젊은 어빙을 헐값에 내놓을 수는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서부 컨퍼런스의 피닉스 선즈에게 젊은 슈팅가드 데빈 부커와 루키 조쉬 잭슨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하지만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는 피닉스는 팀의 미래가 될 두 선수의 동시 출혈을 꺼렸고 결국 피닉스와의 거래는 최종 결렬됐다.

그렇게 미궁 속으로 빠진 어빙 트레이드에 갑자기 등장해 거래를 성사시킨 팀은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상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올NBA 세컨드팀에 선정된 주전가드 아이재아 토마스를 비롯해 투지 넘치는 포워드 제이 크라우더, 크로아티아 출신의 젊은 빅맨 안테 지지치, 그리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까지 제시하며 클리블랜드에 거절하기 힘든 달콤한 제안을 했다. 그렇게 클리블랜드는 보스턴의 조건을 받아들여 어빙과 이별을 선택했다.

토마스 복귀 후 더욱 커진 수비구멍, 최근 10경기 2승 8패

175cm의 NBA 최단신 선수 토마스는 2016-2017 시즌 평균 28.9득점 5.9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7.9%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농구팬들은 신장의 핸디캡을 멋지게 극복한 그를 '작은 거인'이라며 칭송했다. 하지만 대퇴 관골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부터 어려움을 겪은 토마스는 연내 복귀가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장의 약점에 부상까지 안고 있는 토마스를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토마스의 부상을 알면서도 그를 영입한 클리블랜드에서는 오프 시즌에서 데릭 로즈, 드웨인 웨이드, 호세 칼데론 같은 경험 많은 가드 자원들을 차례로 영입했다. 어지간한 포인트가드를 능가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가진 제임스를 보유한 만큼 토마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물량공세를 통해 상위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클리블랜드는 시즌 개막 후 24승 9패로 동부 컨퍼런스 빅3를 형성하며 토마스 없는 시즌 초, 중반을 잘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매치에서 골든스테이트에게 패한 후 클리블랜드 전력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뛰어난 득점력에 가려 있던 불안한 수비가 본격적으로 상대에게 공략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98cm의 크라우더가 포워드로 뛰고 뛰어난 리바운드에 비해 블로킹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러브가 센터에 서는 클리블랜드는 높이에서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175cm의 토마스까지 가세했으니 클리블랜드의 높이는 더욱 낮아지고 말았다.

토마스 복귀전이었던 3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전에서 3연패에서 탈출한 클리블랜드는 이후 6경기에서 다시 1승 5패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16일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에게 당한 패배는 그렇다 쳐도 12일 토론토 랩터스전 34점 차의 굴욕적인 패배는 그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토마스는 부상 복귀 후 4경기에서 12.3득점 3점슛 성공률 26.1%에 그치며 지난 시즌 보스턴에서의 폭발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75cm의 토마스는 기본적으로 수비에서 미스매치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그런 토마스가 보스턴에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에이블리 브래들리(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 마커스 스마트로 이어지는 정상급 수비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 셤퍼트가 부상으로 빠진 현재의 클리블랜드에서 토마스의 부담을 덜어줄 만한 수비수는 보이지 않는다. 과연 클리블랜드는 더 큰 위기에 빠지기 전에 토마스, 그리고 수비의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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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2017-2018 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아이재아 토마스 카이리 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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