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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가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가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가 영정사진을 껴 안고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그렇게 빌어도 한 번을 안 나오더니... 며칠 전 꿈에 나왔더라고요."

1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아내의 목소리가 참 오랜만에 들떠 있었다. 세월호 참사 후 정확히 3년 9개월이 지난 이날은 단원고 순직교사 9명이 현충원에 안장되는 날이었다. 세월호 미수습자이기도 한 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참사 후) 3년 9개월 동안 볼 수 없었던 남편의 얼굴을 며칠 전 꿈에서 봤다"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제가 자는 침대 머리맡에 큰 남편 사진을 걸어뒀거든요. 딱 그 모습이었어요. 너무 선명해서 아직도 생생해요. 남편이 '여보, 고마워. 나 편하게 잘 있을게' 그러더라고요."

잠에서 깬 아내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아이고, 남편이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꿈에 나타났겠어요."

"양승진 선생님은 현충원 안장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망연자실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그도 그럴 것이,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남편은 지금껏 돌아오지 않았다. 길고 긴 기다림... 결국 아내는 뼈 한 조각 찾지 못한 채 1313일 만에(2017년 11월 18일) '시신 없는 장례'를 치러야 했다.

겨우 장례를 치렀지만, 아내는 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남편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남편을 비롯해 세월호에서 제자들의 목숨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교사 모두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교사 유족 중 유일한 미수습자 가족인 아내는 "양승진 선생님의 경우 현충원 안장이 어렵다"라고 통보받았다. 유해 없이 현충원이 안장할 수 없다는 관련법 때문이었다. 아내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가 허토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그러던 중 자원봉사자 전연순씨가 아내에게 집안 곳곳을 뒤져 남편의 흔적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침대 밑 남편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을 모으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비롯해 매트리스에 박혀 있던 체모까지 모으니 여러 털 뭉치가 나왔다. 아내는 곧장 털 뭉치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맡겼다.

손꼽아 기다리던 결과... 체모는 남편의 것이었다. 이렇게 아내가 동분서주한 덕분에 이날 남편은 현충원에 영면할 수 있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결과가 나왔을 때 어찌나 떨리던지... 오늘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안장된 모습을 보니 부자가 된 것 같아요. 이제 남편도 좀 편안해 하겠죠? 그러니 3년 9개월 만에 제 꿈에도 나온 거겠죠?"

아내는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 서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휴우... 오늘 정말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 여보, 이젠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푹 쉬세요."

우여곡절 많았던 기간제 교사도 함께 영면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진행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가 세월호 유가족등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이지혜 교사의 가족들이 함께 미사를 드리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최혜정교사 유가족이 비석 앞에 액작를 놓고 있다. ⓒ 이희훈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이날 현충원에선 양승진 교사를 비롯해 단원고 순직교사 9명의 합동 안장식이 엄수됐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순직"이라고 적힌 묘비 9개가 두 달 전 먼저 안장된 고 고창석 교사의 묘비 옆에 나란히 놓였다. 모든 묘비에는 "세월호 침몰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이란 글귀가 담겨 있었다(순직 인정된 단원고 교사는 모두 11명인데, 고 남윤철 교사는 가족의 뜻에 따라 충북 청주 가족묘지에 안장)

3년 9개월이 흘렀지만, 유족들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봉 교사의 노모는 손바닥으로 묘비와 가슴을 번갈아 짓이기며 그저 아들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던 노모는 준비해온 음식을 손에 집어 들었다.

"해봉아, 해봉아, 내 막둥아... 네가 좋아하는 새우랑 문어야.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가거라..."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이해봉 교사의 유가족이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엄수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고 전수영 교사의 묘비 앞에 생전에 사용한 수첩이 사진과 함께 놓여 있다. 수첩에는 전 교사가 직접 적은 자신만의 '교사 다짐'이 적혀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전수영 교사의 유족은 그가 생전에 직접 쓴 노트를 묘비 앞에 놓았다. 노트엔 전 교사가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놓은 교사로서의 다짐이 담겨 있었다.

"2013년 2월 5일. 항상 학생을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소통, 따뜻함, 엄격함, 믿음."

특히 이날 김초원·김지혜 교사도 다른 교사들과 함께 현충원에 안장돼 의미를 더했다. 두 교사는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로 한 동안 순직 처분을 받지 못했다가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 후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김 교사 묘비의 생몰년도에는 같은 날짜인 "4월 16일"이 새겨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날 안장식에는 세월호 생존 학생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양아무개씨는 "오늘 이렇게 안장되셨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론 이 사건이 안 일어났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라며 "그냥 선생님이 되게 많이 보고싶다"라고 말했다.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후 대전 현충원에서 진행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에서 교사들의 묘비에 "2014년 세월호 침몰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이라고 새겨져 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3년 9개월이 지난 1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고 고창석 교사의 안장에 이어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교사의 안장이 엄수 되었다. ⓒ 이희훈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단원고 학생 유족들과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해양수산부 및 경기교육청·대전교육청 관계자, 세월호대전대책회의·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 등 200여 명도 안장식에 참석해 희생자의 영면을 빌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권율정 원장은 "국립대전현충원 역사상 교사 분들을 처음 모시게 됐다"라며 "유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안을 얻으시길 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충원에 안장된 단원교 교사들의 묘역이 안전 대한민국을 공고히 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라며 "또 스승과 제자 사이의 뜨거운 정이 살아 숨쉬는 교육 현장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영순 경기교육청 부교육감은 추모사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영면하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약속한다"라며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희생이 우리 교육을 바꾸는 시작이 될 것이고, 그 교육으로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에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라며 "선생님들의 안식과 명복을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세월호, #단원고, #순직교사, #현충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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