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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공무원교육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손윤호 교수(맨왼쪽). 우수 강사 4명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은 지난해 12월 18일 전남공무원교육원장실에서 있었다.
 전남공무원교육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손윤호 교수(맨왼쪽). 우수 강사 4명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은 지난해 12월 18일 전남공무원교육원장실에서 있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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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전남공무원교육원에서 우수 강사에 대한 감사패 전달식이 처음 있었다. 전남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한 강사 가운데 알찬 내용으로 열정 넘치는 강의를 해 교육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강사에 대한 교육원의 감사 표시였다. 평가는 지난 1년 동안 교육원에서 5차례 이상 강의를 하고 만족도(5점 만점) 평점 4.5 이상을 받은 강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감사패를 받은 강사는 모두 4명. 나선희 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김진숙 미디어엘센터원 원장, 강미영 전남대 연구원 그리고 손윤호 전남대 비전임교수였다. 나 대표와 김 원장, 강 연구원은 '설득력 있는 스피치' '발표력 향상' 과정 등에서 강의를 했다. 여성 강사인 데다, 교육과정도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의외의 강사가 손윤호(58) 교수였다. 교육과정이 행정법과 법제실무였다. 상대적으로 재미가 덜 하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떨칠 수 없다. 게다가 4명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었고, 사진으로 본 그의 겉모습도 흥미진진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강의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9일 전남공무원교육원으로 찾아가 그를 만났다.

함박눈이 내린 전남공무원교육원 전경. 손윤호 교수를 만나러 간 지난 1월 9일에도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내린 전남공무원교육원 전경. 손윤호 교수를 만나러 간 지난 1월 9일에도 눈이 내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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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공무원교육원에서 만난 손윤호 교수. 그는 시종 환한 얼굴로 교육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남공무원교육원에서 만난 손윤호 교수. 그는 시종 환한 얼굴로 교육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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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서, 이야기하는 식으로 설명을 해줘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학원과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온 데다, 길지는 않지만 젊은 날에 공무원 생활을 했던 경험을 곁들여준 것도 무시할 수 없고요."

우수 강사로 선정된 비법에 대해 물은 데 대한 손 교수의 대답이다. 그는 민법과 행정법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0년 넘게 학원과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다. 10여 년 전부터선 대학과 교육·연수기관을 중심으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대학 때부터 고민을 했어요. 법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요. 교수님 강의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같은 말도, 어렵게 하셨던 것 같아요. 법 공부는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그것부터서 어려웠거든요. 저는 강의를 할 때마다 그때 그 입장을 생각합니다. 그때 배웠던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손 교수의 강의가 교육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유다. 그는 강의 때마다 법률의 기본 개념과 용어 정리에서부터 책을 그대로 읽어주지 않는다. 법률용어 하나를 설명하더라도 실제 사례와 사건, 경험을 버무려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준다. 처음 법 공부를 하던 그때를 생각하면서.

손윤호 교수의 강의 모습. 그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연단을 지킬 뿐, 교육생들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손윤호 교수의 강의 모습. 그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연단을 지킬 뿐, 교육생들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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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무원 경험담도 수시로 섞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잠시 했던 20살 안팎의 그때, 그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연스레 교육생들은 편한 자리에서 선배 공무원의 경험담을 듣는 것처럼 집중한다. 자녀 4명을 키운 인생살이 경험도 '양념'으로 넣는다.

"제가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제 아이들이 넷인데요. 넷도 넷이지만, 네 명의 생일을 모두 국경일로 맞췄어요. 첫째는 국군의날(10.1), 둘째는 제헌절(7.17), 셋째는 삼일절(3.1), 넷째는 개천절(10.3)이에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봤더니 "정말로!"라고 강조한다. 그의 부부 생일은 음력으로 광복절(8.15)과 칠월칠석(7.7)이란다. 생일이 추석과 겹치기에, 이제는 생일을 아예 양력 8월 15일 광복절로 옮겨서 지내달라고 식구들에게 요구하는 중이라고.

강의를 끝내고 외래교수 대기실에서 다시 만난 손윤호 교수. 그 사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강의를 끝내고 외래교수 대기실에서 다시 만난 손윤호 교수. 그 사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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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교수의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교육생들의 평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많은 사례, 쉬운 설명 최고" "어려운 과목인데, 쉽게 배웠다" "딱딱한 법 과목을, 용어 하나까지 쉽게 풀어줬다" "해설지보다 더 자세했다" 등등. "첫인상은 꼰대처럼 보였는데, 겉보기와 달리 소탈하고 재밌었다"는 소감도 있었다.

교육생들의 평가에 대해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친 그는 "공직자들이 법적 마인드를 갖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려고 노력했고, 법에서 쓰는 용어에서부터 하나씩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설명해 준 것이 좋은 평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명한 인사의 특강도 의미가 있지만, 교육원과 연수원에선 내실 있는 강의와 교육을 통해 직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손윤호 교수의 강의방식. 그는 강의하는 내내 교육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즐겼다.
 손윤호 교수의 강의방식. 그는 강의하는 내내 교육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즐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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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손윤호, #전남공무원교육원, #인기강사, #애국자, #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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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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