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내가 돌아왔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골밑슛을 넣고 있다.

▲ 라틀리프 '내가 돌아왔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골밑슛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의 귀화 여부가 농구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틀리프의 특별 귀화는 사실상 지난해부터 거론되었으나 진행 절차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우려를 자아냈다. 최근에는 배임죄 혐의가 갑자기 제기되면서 귀화 절차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자농구를 '발칵' 뒤집어 놓던 제2의 첼시 리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라틀리프가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배임죄 혐의를 벗은 것으로 알려지며 특별 귀화 추진이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농구협회도 빠른 시일 내에 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팬들의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라틀리프는 현재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를 통하여 KBL에 데뷔하여 리그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챔프전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2014-15시즌에는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시즌에도 부상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겪기 전까지 24.6점, 14.9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한 달여 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16일 에스케이와의 경기에서는 20분 정도만 출장하고도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신장 199cm, 몸무게 110kg의 라틀리프는 빅맨으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단단한 체구와 파워를 바탕으로 골밑 장악력이 뛰어난 정통 센터다. 속공에 가담할 정도로 민첩한 스피드와 활동량,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도 강점이다. 나이도 1989년생으로 아직 젊은 편이다. 시기적으로도 기량이 현재 최전성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먼저 자발적으로 귀화를 요청하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라틀리프의 귀화 추진, 태극마크도 달게 될까?

최근 아시아 농구계에서 귀화선수들의 영입은 일종의 유행이 됐다. 한국 농구대표팀도 그동안 귀화선수들을 활용하여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태종(고양 오리온)이다. 2011년 FIBA 아시아컵, 2014년 농구월드컵-인천 아시안게임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한 문태종은 3점슈터로서 정교한 슈팅력과 해결사 기질을 앞세워 한국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문태종 역시 동생 문태영(서울 삼성)과 함께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조기에 취득한 케이스다.

이승준(은퇴)도 빼놓을수 없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2013년 FIBA 아시아컵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승준은 뛰어난 탄력과 넓은 슛범위를 앞세워 국내보다 국제대회에서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떨어졌지만 전태풍(전주 KCC)-문태영 등도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잡았다.

다만 이 선수들의 경우 국적은 달랐어도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 출신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순수 외국인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농구에서는 라틀리프가 사실상 최초가 된다. 농구협회는 2014년에도 애런 헤인즈(서울 SK)의 귀화를 먼저 추진했던 적이 있으나 관련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되는 촌극을 빚은 일도 있다.

라틀리프의 귀화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대표팀에서의 활용도와 관련되어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지난해 FIBA 아시아컵에서 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둔데 이어 농구월드컵 예선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정교한 외곽슛과 모션 오펜스를 주무기로 하고 있는 농구대표팀이지만 골 밑을 확실하게 장악해줄 수 있는 대형 빅맨과 해결사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현재 오세근-김종규-이종현-이승현 등으로 꾸려진 토종 빅맨진이 라틀리프까지 가세한다면 대표팀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라틀리프가 개인능력도 출중하지만 한국문화나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실한 성향의 선수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농구월드컵 예선 2차전에서 고배를 안겼던 중국을 상대로 늘 높이 싸움에서 열세를 절감했던 한국으로서는 라틀리프가 온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기대감도 높다.

라틀리프의 귀화가 가져올 '파급 효과'

하지만 마냥 장및빛 전망만 꿈꾸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귀화선수를 활용한 중동이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귀화선수가 전력에 보탬이 될 수는 있지만 설사 NBA급 선수라도 팀을 혼자서 승리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나 이란이 귀화선수가 없이도 오랫동안 아시아농구의 패권을 지켜왔던 것에서도 증명된다. 오히려 귀화 선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과 의존도가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이 추구해온 팀플레이에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만일 라틀리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면 국내 농구에서 그의 신분을 어떻게 인정할지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라틀리프가 한국 국적을 얻게 된다면 KBL에서도 당연히 국내 선수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속팀이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하는 효과를 얻게 되어 전력 불균형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라틀리프가 귀화하더라도 KBL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은 외국인선수로 분류하거나 쿼터 출전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대표팀에서도 용병을 기용했다.'내지는 '농구계가 특별귀화제도의 취지를 악용하여 국적을 흥정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 대 서울 삼성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삼성의 리카드로 라틀리프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라틀리프의 귀화는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당장 단기적으로 대표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한국농구와 스포츠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중요한 선례로 남을수도 있다. 최종적인 귀화 승인 여부를 넘어 라틀리프의 귀화 절차와 향후 파급효과에 대하여 꾸준히 주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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