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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아래 진상조사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진상조사위가 14일부터 '밀양'을 비롯해, '용산', '강정' 등 5개 주요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밀양 주민들은 "이제야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90.5km 구간에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벌였다.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갈등이 컸다. 그 과정에서 주민 2명(유한숙씨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특히 2014년 6월 11일 주민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송전탑 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1월께 마무리됐고 이듬해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밀양 150세대 주민들은 한국전력공사와 보상에 합의하지 않고, 송전탑 철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투쟁과 관련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입건되었던 주민이 381명이고, 민·형사사건에 연루된 주민은 383명이다. 전체 764명(일부 중복)이 온갖 법적 고초를 당했다.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진상조사위 활동에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이제 시작이다"며 "이번 조사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억울함이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등 밀양 송전탑 갈등이 한창일 때 김수한 밀양경찰서장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22경호대장을 거쳐 현재 종로경찰서장으로 있다. 또 이철성 경찰청장은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있었다.

고 유한숙씨 유족 "선친 명예 회복해 달라"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음독자결했던 고 유한숙 어르신이 살았던 돈사(원안)는 송전탑 아래에 있다.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음독자결했던 고 유한숙 어르신이 살았던 돈사(원안)는 송전탑 아래에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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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음독자결했던 고 유한숙 어르신이 살았던 밀양 돈사 옆에 아직도 빛바랜 펼침막이 걸려 있다.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음독자결했던 고 유한숙 어르신이 살았던 밀양 돈사 옆에 아직도 빛바랜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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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인권침해사건 진사조사위'가 밝혀내야 할 '밀양 송전탑' 관련 사건에는 고 유한숙(당시 74세)씨 음독자결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유족들은 청와대와 경찰청에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양돈을 하던 유한숙씨 2013년 12월 2일 밀양 집에서 음독했고, 나흘 뒤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장례는 음독사망 322일만인 이듬해 10월 22일에야 치러졌다.

그 사이 유족과 밀양대책위는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에 시민분향소를 차려 놓기도 했다. 주민들이 시민분향소를 차리려고 했지만 밀양경찰서와 밀양시가 불허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유족과 밀양대책위는 유한숙씨의 음독이 밀양 송전탑 때문이라 했다. 유족은 고인이 숨을 거두기 전에 했던 녹음을 증거로 내세웠다.

유족은 고인이 음독한 당일 경찰이 입회한 가운데 했던 녹음에서 "어르신 왜 그러셨습니까"라 묻자 "765 송전탑 때문에 살기 싫어 약 먹고 죽으려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경찰과 밀양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밀양경찰서는 2013년 12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정 사안으로 음독하였다는 진술은 없었다"며 "가정불화, 신변비관, 음주과다, 돈가 하락 등의 복합적 원인"이라 했다.

밀양시도 같은 날 "송전탑 경과지 주민 사망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밀양경찰서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유한숙씨의 음독 원인에 대해 당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아들 유동환씨는 지난해 청와대와 경찰 '진상조사위'에 편지와 건의서를 올렸다.

유동환씨는 손글씨로 쓴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냈다. 그는 그 편지에서 경찰이 발표했던 고인의 음독 원인을 반박했다.

아들은 "(아버지께서 음독하시기) 한 달 전에 본인(유동환)의 비용 부담으로 여동생이 부모님을 보필하여 부부동반해서 손자 등과 함께 해외 여행을 다녀 오실 만큼 화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께서는 일생 빚내는 것을 싫어하셔서 장기저리 정책자금 이외에는 어떤 단기 도래 채무나 사채도 없었다"며 "따라서 경찰이 언급한 개개의 사항들은 조작한 억측 날조에 지나지 않으며 고인의 직접적인 사인이 될 수 없고, 진실을 은폐·왜곡하여 본질을 호도하는 파렴치한 짓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선친의 죽음이 명백히 공적인 원인에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앞장 서 사인을 왜곡하고, 하자 있는 송전탑 공사에 책임 있는 밀양시는 경찰 수사 결과와 지역민심 분열 우려를 핑계 삼아 밀양시청 앞 시민분향소조차도 불허하고, 심지어 경찰과 밀양시청 공무원이 합세하여 영정사진 등을 손괴, 훼손, 강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상조사를 해서, 이철성 경찰청장 이하 해당 공무원, 한국전력공사 담당직원에 책임을 물어 상응하는 조치를 명하시어 나라의 근본을 바로세워 주시길 바란다"며 "아울러 선친과 저희 가족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셔서 국민의 인권이 최우선 보장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경찰청, #한국전력공사,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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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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