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명아트센터에 올라와 있던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 일정.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방적인 공연 취소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구 계명아트센터에 올라와 있던 뮤지컬 <모래시계> 공연 일정.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방적인 공연 취소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 계명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이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15일 오전 10시께, SNS 상에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대구 공연이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뮤지컬 <모래시계>가 대구 공연장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되었으며, 그 사유가 6월 13일에 치러질 제7회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지방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티켓 오픈도 하지 않은 작품의 공연을 '정치적' 이유로 번복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약 한 시간 후, 뮤지컬 <모래시계>의 공연 기획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모래시계> 대구 공연이 불가피한 이유로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더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는 뮤지컬 <모래시계>가 되겠습니다"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 '불가피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SNS를 통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낮 12시 40분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 사살'에 나섰다.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의 공연장 대관 사용 승인을 번복하고 일방적으로 공연 상연 불가 통보"했으며, "뮤지컬 <모래시계>의 상연이 2018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공연장 사용 의사를 번복"했다는 게 요지였다.

본래 <모래시계>는 2월 11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광주와 대구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으며, 이 중 대구 일정은 3월 9일부터 11일까지였다. 현재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호연 중인 뮤지컬 <모래시계>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를 각색한 작품이다.

1976년 유신시대를 기점으로 1980년 5월 광주까지, 한국의 슬픈 근현대사를 담은 작품이다.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었던 인물들이 시대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갈등을 드라마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정치적인 메시지보다는 당시 청년들이 감내해야 했던 사랑과 아픔,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에 더 주목한다. 특히나 계명아트센터가 프랑스 6월 혁명을 다룬 <레미제라블>도 올렸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납득하기가 어렵다.

'모래시계' 귀가시계 재연 1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모래시계> 프레스콜에서 출연배우들이 열연을 하고 있다. <모래시계>는 1995년 방송된 SBS드라마 '모래시계'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12월 5일 개막.

▲ '모래시계' 귀가시계 재연 12일 오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모래시계> 프레스콜에서 출연배우들이 열연을 하고 있다. <모래시계>는 1995년 방송된 SBS드라마 '모래시계'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12월 5일 개막. ⓒ 이정민


계명아트센터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취소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일단 보류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극장 컨디션 때문에 공연을 그 일정에 올려도 괜찮을지를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상황이었으며,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어 말했다. 뮤지컬 <모래시계>의 지방 공연은 "담당 기획자가 서울 공연을 관람 후 추진한 것"이며, "지방 선거 때문에 취소됐다는 것은 오해이다. 담당자 간 커뮤니케이션 미스인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며 "기획사가 바보도 아니고, 제대로 확인도 안 한 채 이렇게까지 명확한 사유까지 언급하며 공연을 취소하겠나"라고 말했다. "공연이 취소되면 제일 손해 보는 건 기획사"라면서, "'취소' 공지를 하나 올리려면 그보다 훨씬도 더 전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게 기본이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공연을 관람한 사람의 한 명으로서, 취소 사유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시 시대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묘사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이 대단히 비중 있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인 부분의 비중이 적어서 아쉽기도 했다"고 평했다. "기획사에서 이렇게까지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 대응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를 단순히 담당자 간 '실수'로 치부한다고 해서 누가 믿겠나"고 덧붙였다.

모래시계 지방선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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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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