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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3천 시간 봉사왕. 아는 사람만 오던 주민센터 새마을문고에 사람을 모으고, "거긴 볼 게 하나도 없어!" 했던 골목이라도 "여기가 이렇게 재미난 곳인 줄 몰랐어요!" 감탄하게 만드는 사람. 재미로 시작한 골목길 탐험자에서 골목강사 양성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인도자가 된 사람. 서울 성동구 올레모둠 정진영 대표를 지난 11일, 성수동 뚝도시장에서 만났다.

올레모둠은 골목길을 걷는 작은 모임이다.
▲ 정진영 올레모둠 대표 올레모둠은 골목길을 걷는 작은 모임이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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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주민자치회 동자치지원관 업무를 맡으셨어요. 어떤 업무이신지. 
"성수1가2동의 마을계획단과 주민자치위원회가 통합되어 주민자치회를 구성했어요. 이전에는 주민자치위의 구성이 일부에 의해 좌우되었다면, 이젠 동네주민 중 관심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어요. 이전엔 마을 일을 주민센터에서 기획결정했다면, 이젠 자치회가 문제를 찾고 토론과 숙의를 거쳐 총회에서 결정하고 실행하죠. 주민센터는 그걸 돕구요."

- 지금은 어디쯤 진행이 되었습니까?
"저는 지난 9월 제안이 와서 시작했어요. 서울형시범사업으로 시작했고요. 마을내의 수많은 모임이 자치회 구성원이 되셨죠.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고 11월 22일 주민자치회 출범식을 했어요. '주민이 주인인 자치회'를 내걸어 방향을 만들고, 성수1가2동송도 만들어 분위기도 돋구고. 구청장에게 직접 위촉장도 받고, 이전과는 다른 시도들이죠."

- 언제 어떤 계기로 이런 '공적 영역'으로 발을 딛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1995년쯤 애가 유치원에 가고, 성수2가3동 새마을문고 자원봉사 제안을 받았어요. '책'이라는 말에 꽂혀서 갔죠. 가보니 책 관리를 다 수기로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자회 열어서 직접 만든 방향제랑 노리개, 책 같은 걸 팔았어요. 그 돈으로 바코드 프로그램을 구입했지요. 한 달 반 동안 바코드를 책에 붙인 게 첫 일이었어요."

책 자원봉사 갔다가 마을을 만났다

- 하하. 책 때문에 들어갔지만 책은 못 읽으셨겠어요. 그 다음엔 뭘 하셨어요.
"그랬죠.(웃음) 제가 '엄마와 함께 하는 역사탐방'을 제안했어요. 구청에서 버스를 빌릴 수가 있던 때였어요. 엄마들 어린이들 모아 여주 명성황후 기념관과 영릉, 그리고 파주, 그 다음에 공주 답사도 갔지요. 그것을 계기로 저는 문화해설사 교육을 받고 지금은 궁궐지킴이, 한강역사해설사, 중명전 등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이 좋으니까 아빠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도 하고, 후원도 해주셨어요. '좋은 일 하니까 믿음이 간다!' 그러면서요."

만 권의 책, 만 리의 여행. 함께 성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 2017 공주여행 만 권의 책, 만 리의 여행. 함께 성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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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마을문고가 활성화되기 어려운데, 여러분의 수고가 많으셨겠어요.
"책이 하루 백 권씩 대여가 됐어요. 1~4학년 독서논술 운영했구요. 소식을 얻고 활동에 참여하려고 회원들이 많아졌죠. 그래도 한 군데서 몰려 오는 건 막았어요. 골고루 회원이 있어야 하잖아요. 원칙과 기준을 갖고 활동을 하려했죠. 그러다 성수2가3동 문고회장, 새마을문고성동구지부회장도 맡게 됐어요. 저는 전 동에 프로그램을 한두 개 이상은 하도록 했어요. 활동문고집도 내고요. 문고이름을 동마다 고유하게 붙인 게 저희들이에요."

방향을 정하고, 모으고 함께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함께 하는 여행'과 비슷하다. 정진영 씨는 '올레모둠' 대표다. 골목길을 걷자는 모임. 마음에 맞는 다섯과 "골목길을 돌아보자!" 시작해, 어느새 모임은 이십여 명 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보물찾아 떠나는 성동구 골목길여행, 스토리가 있는 골목길여행', '한강몽땅'프로젝트, 성수도시재생, 성동테마여행, 가족과 함께하는 토요탐방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 올레모둠을 처음 만들고, 성동구 골목길을 걸으셨죠?
"2014년 처음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참여할 때, 즉석에서 '올레모둠'이란 이름을 지었죠. 옥수동 금호동 산동네, 마장동 성수동 그리고 행당동을 돌았고, 2015년엔 왕십리와 용답동을 더했어요. 지역인물을 찾아 경복궁과 동구릉엘 갔고, 2016년엔 공주도 다녀왔고요. 처음엔 "동네에서 볼게 뭐가 있어?" 했던 사람들이 동네를 돌고 난 뒤엔 그러는 거예요.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데, 2시간이 훌쩍 갔어. 너무 재밌다!" 그래서 계속하게 됐죠.

- 학교 어린이들하고도 하셨죠?
"성동광진교육청 과장님과 이야기 중에 공감이 있었죠. 초3 사회과정에 '우리마을' 교과과정이 있거든요. 구청교육지원과도 함께 '협치'하게 된 거죠. 그게 서울시 교육혁신지구사업과 연계되었구요. 저는 길 걸을 때 놀이와 체험을 꼭 넣어요. 지역에 맞게 프로그램도 다시 짜구요. 어린이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즐거워한 이유일 거예요. 2016년에는 동호초에서 버스투어를 처음 진행했고, 2017년 성동구서도 교육지원과 사업으로 같은 걸 했죠. 마을지도를 만들고, '서울길 마을탐방'은 무학초, 용마초와 했구요." 

- 광진구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참여했더군요.
"신자초는 2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구요. 2017년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목길탐방을 했어요. 동자초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급이 많았구요. 마을골목길탐방과 뚝섬한강공원에서 생태놀이를 했지요."

- 경로당 분들과 어린이들을 연결한 일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수1가2동의 경마경로당 분들하고는 오랜 친분이 있어요. 자원봉사를 계속해 왔으니까. 할머니들이 어린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거죠. 거기가 좀 넓거든요. 지원사업비로 재료비는 드리고요. 잡채도 만들고, 동그랑땡, 깻잎전도 만들고요. 어르신들 시범을 본 뒤에 아이들이 당근도 썰고 그랬죠.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는 거죠."

성수동 경마경로당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마을여행은 교육과 봉사가 어울어진다.
▲ 성수동 스토리여행 성수동 경마경로당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마을여행은 교육과 봉사가 어울어진다.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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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교육청 학교와 교육과 마을을 협치하다

정진영 대표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을 한다. 매번 지역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짜고, 체험과 놀이를 구상하고 사람과 공간을 찾아 연결한다. 연무장길 벽화골목 화가를 찾아내 대화를 이끌언 낸 이도 그였다. 지역이라 가능한 일이다. 2017년엔 성동여성인력개발센터와 협약해 골목길강사 양성과정을 열었다. 보통의 강사양성은 40~60시간을 쓴다. 정대표는 100시간을 진행했다.

"열여덟 명이 모두 수료를 했어요. 우리는 심화를 거쳐 시연까지 해야해요. 코스 개발을 해서 그것 가지고요. 시연할 때 제가 '20%!' 그래요. 두 가지는 칭찬을 해주지만, 나머지 여덟은 쓴소리예요. 언제 그런 소릴 듣겠어요. 필요한 말이니까 지금 하는 거죠."

정 대표 스스로도 발굴한 코스가 많다. 고산자 김정호의 흔적을 찾은 뒤 왕십리여행길을 개발했고, 걷고 싶은 뚝방길, 청계천길도 열었다. 걷고, 역사와 문화를 살피고, 자연과 만나도록 코스를 짠다. 지난해는 <서울속 마을여행 '스토리가 있는 골목길여행'>을 6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진행했다. 도시재생 코스를 가고, 문화로 길 찾고, 수제화 풀코스를 도는 길이었다.

지역 골목길 여행은 그 지역에서 먹고 보고 제품을 구입하면서 상생의 길을 연다.
▲ 수제화 공방을 찾은 성수동 수제화 스토리 여행 지역 골목길 여행은 그 지역에서 먹고 보고 제품을 구입하면서 상생의 길을 연다.
ⓒ 올레모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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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 보면, 거기서 이런저런 걸로 마구 가지를 뻗어요. 문방구에 어린애들이 동전 넣고 돌리면 나오는 플라스틱 공이 있잖아요. 그걸 누가 50개쯤 준다는 거예요. 갖고 오라 했죠. 그걸 보관해 뒀다가 문제쪽지를 넣어서 사용했어요. 재미있잖아요. 현수막도 다 주워놓고, 재활용하고 집에선 온통 물건이 쌓인다고 난리지만….(웃음). 어떤 장소를 봐도 그걸 어떻게 다른 것과 연결할까 하구요. 무엇을 보면 어디다 쓸지가 먼저 떠올라요. 무조건 챙겨놓기도 하구요. 무얼 보든 허투루 안 보이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그녀의 회원들도 전염이 되었다. 동네를 돌며 무엇을 보든 그들도 말한단다. "이것도 뭔가 사연이 있을 거야! 버릴 게 하나도 없어!" 정 대표는 함께 하는 여행자들에게 성수역3번출구 앞에 최성규 의인비를 환기시켰다. 한강 뚝섬나루터 표지석도, 고산자로의 유래도, 왕십리광장 소월시비도... 정 대표의 이후 계획이 궁금했다.

"성일이(성수1가2동) 둘레길을 만드는 게 2018년 제 목표죠. 여기 자치지원관으로 있잖아요. 틈나는 대로 골목길을 걷고 있어요. 어제는 안 보였는데 오늘은 보이는 것들이 있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나 어느날에야 눈에 띄는 것들이 있어요. 동네에서 오래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이야기도 꼭 들어야지요. 완성되면 연락드릴 테니 꼭 오세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같지 않더라"고 한다. 그곳을 '알게될 때' 비로소 그 풍경은 숨과 온기를 얻는다. 자신이 사는 동네가 그렇게 변한다면, 그 길을 아니 나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역은 각기 자신만의 색을 가진다. 여행자들도 또한 자신들의 색을 갖고 있다.
▲ 성수동 골목길 스토리여행 지역은 각기 자신만의 색을 가진다. 여행자들도 또한 자신들의 색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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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동구골목길여행, #올레모둠, #성수동골목여행, #걷기여행,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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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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