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를 잡았다.

리버풀은 15일 오전 1시(아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아래 EPL) 23라운드 맨시티와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 무패(20승 2무)를 내달리던 맨시티에 첫 패배를 안겼고, 승점 47점을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4-3'이란 점수가 보여주듯, 시작부터 뜨거웠다. 리버풀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경합 중에 흘린 볼을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이 잡았다. 챔벌레인은 순간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를 하나둘 따돌렸고, 공간을 만들었다. 아크서클 부근에 진입한 순간, 지체 없이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골망을 갈랐다. 맨시티의 에데르손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골문 구석을 향한 볼이 너무나도 빨랐다.

기세가 올랐다.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가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며 맨시티 골문을 위협했다. 선제골을 뽑아낸 챔벌레인의 활약도 이어졌다. 특히, 간결한 드리블과 패스가 위협적이었다. 전방에서 끊임없이 싸워주는 피르미누, 측면을 휘젓는 사디오 마네의 움직임도 경쾌했다. 리버풀의 공격은 굉장히 빨랐고, 간결하며, 위협적이었다.

맨시티는 풀리지 않았다. 케빈 데 브라이너의 침투 패스와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을 노렸지만, 리버풀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주포'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리버풀 수비진에 막혀 존재감이 없었다. 왼쪽 풀백 파비안 델프가 전반 30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예상치 못한 교체 카드까지 썼다.

하지만, 올 시즌 유럽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맨시티다. 전반 40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중앙선 부근에서 좌측을 향해 긴 패스가 넘어왔다. 르로이 사네가 영리한 가슴 트래핑으로 조 고메스를 따돌린 뒤 박스 안쪽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갔다. 자신을 막아선 조엘 마티프를 간결한 방향 전환 드리블로 제쳤다. 곧바로 슈팅을 때렸고, 빠르게 골망이 출렁였다.

흔들린 맨시티, 틈을 놓치지 않은 리버풀

 2018년 1월 14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케빈 데 브루잉이 리버풀의 미드필더 죠르지뇨 훼이날덤을 상대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2018년 1월 14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케빈 데 브루잉이 리버풀의 미드필더 죠르지뇨 훼이날덤을 상대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전반전은 1-1로 마무리됐다. 리버풀이 우세한 듯했지만, 'EPL 단독 선두' 맨시티는 만만치 않았다. 후반 5분, 맨시티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헤더가 골대를 때렸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리버풀이 압박과 속도를 높였다. 맨시티에 리그 첫 패배를 안기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후반 10분, 챔벌레인의 코너킥 크로스를 에데르손 골키퍼가 쳐냈다. 살라가 이를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에데르손 골키퍼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이어 챔벌레인이 빠른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옆 그물을 때렸다. 

맨시티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올랐다. 후반 13분, 균형을 깼다. 챔벌레인이 수비 지역에서 볼을 잡아 빠르게 중앙선 부근을 넘어섰다. 뒷공간을 향해 패스를 찔렀고, 피르미누와 존 스톤스가 경합했다. 피르미누는 어깨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스톤스를 따돌렸다. 에데르손 골키퍼와 맞섰고, 침착한 칩샷으로 골망을 갈랐다.

맨시티가 당황했다. 후반 15분, 리버풀의 강한 전방 압박에 수비진의 실수가 나왔다. 마네가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골대를 때렸다.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압박과 공격에 집중했다. 그러자 곧바로 추가골이 터졌다. 맨시티 수비진의 실수가 또 나왔고, 살라가 아크서클 부근으로 달려든 마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마네는 직전 상황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예리한 슈팅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리버풀은 후반 23분, 네 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자신들 진영에서 볼을 잡은 살라가 침투 패스를 찔렀다. 조금 길었다. 그런데 에데르손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나와 처리한 볼이 맨시티 진영으로 건너온 살라에게 향했다. 살라는 지체 없이 빈 골문을 향해 장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골망을 갈랐다. 해리 케인과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살라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맨시티의 '저력' 혹은 리버풀의 '방심'

후반 37분까지 점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리버풀이 4-1로 앞섰다. 그런데 불안했다. 리버풀은 수비가 불안하고, 집중력에 큰 약점을 안고 있었다. 지난달 23일 아스널전이 대표적이다. 2-0으로 앞서가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단 5분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다행히 3-3 무승부로 승점(1점)은 따냈으나 웃을 수 없는 경기가 분명했다.

맨시티전에는 7500만 파운드(한화 약 1082억 원)에 영입한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가 부상으로 빠졌다. 골문을 지키는 이는 올 시즌 EPL 네 번째 경기에 나선 요리스 카리우스였다. 앞서고는 있었지만,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다. 

 2018년 1월 14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가 리버풀의 수비수 요엘 마티프를 상대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2018년 1월 14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세르히오 아게로가 리버풀의 수비수 요엘 마티프를 상대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맨시티는 후반 38분 만회골을 뽑았다. 일카이 귄도간이 빠른 드리블에 이은 2:1 패스로 박스 안쪽에 진입했고,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수 맞고 흐른 볼을 문전 앞에 있던 베르나르도 실바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후반 추가 시간 1분, 또 터졌다. 사네가 빠른 드리블로 리버풀 수비를 흔들었고, 아구에로의 예리한 크로스가 골문 앞에 있던 귄도안에 향했다. 귄도안은 가슴 트래핑 이후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리버풀엔 아쉬운 장면이었다. 사네의 드리블에 중원이 뻥 뚫렸다. 아구에로의 크로스, 귄도안의 슈팅을 방해할 수 있는 수비수가 2명 이상 있었지만, 제어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도 아구에로에게 완벽한 헤더를 허용하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했다.

다행히 승리는 챙겼다. 수비 불안이 여전했지만, 리버풀은 '절대 강자' 맨시티의 상승세를 꺾었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9월, 0-5로 대패했던 아픔도 털어냈다.

18경기(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연속 무패(13승 5무)다. 리버풀은 지난해 10월 토트넘 홋스퍼와 리그 맞대결 이후 패배가 없다. 수비가 아쉽지만, 공격진의 파괴력이 맨시티 못지않다. '득점 2위' 살라, 다재다능한 스트라이커 피르미누, 측면의 핵심 마네의 조합은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MOM' 챔벌레인

챔벌레인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챔벌레인의 활약은 눈부셨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유연한 드리블로 맨시티 수비진을 괴롭혔고, 이른 시간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보디빌더라 해도 믿을 탄탄한 근육을 앞세워 몸싸움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전반 30분, 어깨싸움 한 번에 다닐루를 날려버린 모습이 대표적이다.

챔벌레인은 아구에로와 함께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세 차례의 키패스, 다섯 번의 드리블 돌파 성공을 기록했다. 득점과 도움까지 해내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영국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챔벌레인에 평점 9점을 줬고,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다. 

챔벌레인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또 있다. 리버풀은 올겨울 이적 시장에서 '마법사' 필리페 쿠티뉴를 잃었다. 올 시즌 리그 14경기(선발 13) 7골 6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 5경기(선발 4) 5골 2도움 등 경기당 공격 포인트가 1개 이상이었던 쿠티뉴의 이적은 타격이 컸다. 리버풀의 화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지휘자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챔벌레인이 그 공백을 메웠다. 지난해 여름 리버풀에 합류한 뒤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진 못했지만, 맨시티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풀백과 윙백,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에 이어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리버풀은 반 다이크가 나오지 못했고, 쿠티뉴는 떠났다. 그런데도 역대 최고의 팀이란 평가를 받던 맨시티를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 챔벌레인이 섰고, 쿠티뉴 없이도 폭발적인 화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쉬운 수비력에도 패배를 잊어버린 리버풀. 그들의 무패행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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