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중국 쿤산스포츠센터에서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D조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14일 오후 중국 쿤산스포츠센터에서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D조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 한국축구협회


상대 팀 골문 안쪽으로 향한 유효 슛 기록만 봐도 이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사실 아쉽다고 하기보다는 더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보다 공격적인 준비를 한 선택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선택이 지지를 받으려면 더 섬세한 마무리가 뒤따라야 했다. 멀티 플레이어 김문환의 퇴장 공백은 호주와의 D조 마지막 경기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쿤샨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D조 시리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조 1위에 올라섰지만 남은 1경기를 통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역습 성공의 조건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위한 절대적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경기 바로 전에 열린 베트남과 호주의 경기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이 호주를 1-0으로 이겼기 때문에 D조 최하위 시리아를 잡기만 하면 호주와의 D조 마지막 경기를 한결 느긋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호주와의 첫 경기를 1-3으로 패한 시리아가 이 경기에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것은 뻔한 흐름이었다. 그래서 김봉길호는 전반전에 서두르지 않았다. 시리아는 A 대표팀에서도 뛰는 간판 골잡이 라팟 무타디를 맨 앞에 두고 왼쪽 날개 공격수 알 아흐마디의 빠른 역습에 희망을 걸었다.

전반전을 신중하게 기다린 한국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골잡이 김건희를 빼고 이근호를 들여보내며 보다 활기찬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전반전에 비해 매우 높은 위치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공 소유권을 더 많이 따내며 조급한 시리아를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축구에서 상대 팀의 빌드 업 과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압박한 뒤 공을 따낸 바로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한국의 후반전 그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왼쪽 측면 조영욱과 오른쪽 측면 김문환이 역습의 중심을 잡아주었지만 그들의 순간 스피드를 살리거나 연계 플레이를 이용한 매끄러운 마무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60분, 중앙 미드필더 한승규가 시리아 페널티 지역 반원 위에서 위협할 만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칼리드 이브라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고, 한승규 대신 들어온 장윤호가 79분에 황기욱의 전진 패스를 받아 날린 오른발 슛이 시리아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높은 위치에서 공 소유권을 따낸 직후 우리 선수들이 선택한 역습 드리블과 패스, 슛이 마무리 순간까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승점 3점을 얻어내지 못한 셈이다. 시리아의 수비 전술이 백 쓰리를 근간으로 끈질기게 따라붙기는 했지만 골키퍼나 수비수의 슈퍼 세이브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선수들의 슛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슛을 만들어내지 못한 팀이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멀티 플레이어 김문환 공백 어쩌나

좋은 축구 팀의 구성원 중에는 어김없이 해결사가 존재한다. 김봉길호도 그 해결사 역할을 맡기기 위해 베트남과의 첫 경기는 물론 이 경기 후반전에 포항 스틸러스의 새내기 공격수 이근호를 뛰게 했다. 높은 공 다툼에 소질이 충분한 재목이지만 베트남과의 첫 경기 결승골(73분)을 넣을 때처럼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전반전에 그 역할을 맡은 김건희도 후반전에 들어간 이근호도 혼자서 시리아의 커버 플레이 좋은 수비수들을 감당하기에는 모자랐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눠서 뛴 두 골잡이의 슛 기록조차 한 개도 없다는 것만으로도 공격 해법을 찾지 못한 김봉길호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패하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종료 직전에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된 직후 시리아의 왼쪽 측면 역습이 전개되는 순간 알 아흐마드의 빠른 드리블을 막기 위해 김문환이 무리하게 잡기 반칙을 저질렀다. 고의적인 반칙을 적발한 라프샨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 주심은 여지없이 노란딱지를 꺼내들었다. 이미 그는 69분에 1차 경고를 받은 바 있기에 누적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실로 클 수밖에 없었다.

정확성이 약간 모자랐지만 김문환의 오른쪽 측면 활약은 이 경기 공격 루트에서 가장 돋보였다. 크로스 시도도 가장 많았고 풀백 박재우나 공격수 김건희, 이근호를 겨냥한 날카로운 전진 패스는 물론 과감한 끝줄 돌파도 시리아 수비수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공격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문환이 호주와의 다음 경기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은 큰 손실이다. 공격도 그렇지만 그의 멀티 플레이 능력을 생각하면 뒤가 더 불안하다. 이번 김봉길호의 약점 중 하나가 양쪽 풀백의 백업 자원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베트남과의 첫 경기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발목을 다친 왼쪽 풀백 국태정이 뛰지 못하게 되자 김봉길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인 김문환을 국태정 대신 들여보냈다.

베트남에게 0-1로 덜미를 잡힌 호주가 8강 진출을 위해 우리와의 D조 마지막 경기에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 확실하기에 멀티 플레이어 김문환의 공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승점 4점으로 D조 1위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17일 오후 8시 30분 동시에 벌어지는 마지막 두 경기(한국-호주, 베트남-시리아)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주장 완장을 찬 센터백 황현수와 이상민을 중심에 둔 수비 조직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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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U-23 챔피언십 D조 결과(14일 오후 8시 30분, 쿤샨 스타디움)

★ 한국 0-0 시리아

◎ 한국 선수들
FW : 김건희(46분↔이근호)
AMF : 조영욱, 윤승원(83분↔조재완), 김문환
DMF : 황기욱, 한승규(64분↔장윤호)
DF : 국태정, 황현수, 이상민, 박재우
GK : 강현무
- 경고 : 모하메드 아르나우트(30분), 이상민(48분), 유세프 알 함위(54분), 김문환(69분), 김문환(90+1분-누적 퇴장)

◇ D조 현재 순위표
한국 4점 1승 1무 2득점 1실점 +1
베트남 3점 1승 1패 2득점 2실점 0
호주 3점 1승 1패 3득점 2실점 +1
시리아 1점 1무 1패 1득점 3실점 -2
축구 김봉길 U-23 챔피언십 김문환 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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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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