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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어디까지 내려가나...'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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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가 이슈다.

지난해 12월 28일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상화폐 시장에 미친 영향이 지극히 미미했기 때문이다. 1월 12일에는 급기야 법무부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13일에는 적지 않은 영향력이 있는 지식인인 유시민 작가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를 '사기'라고 규정한 보도가 있었다. 사실 유시민 작가는 JTBC 썰전에서도 가상화폐 거품을 언급한 바 있으니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의 발언은 큰 반향을 낳고 있다.

하태경, 남경필 등의 정치인들이 유시민 작가와 반대되는 견해를 발표한다거나, 조선일보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마치 정책의 혼선, 2030세대의 반대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도 부각시키려고 한다.

나는 주식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가상화폐 거래는 '거품'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가 대립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마치 20년 전의 이른바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 당시에도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폭등을 보인 기업들의 무기는 '기술'이었다.

애널리스트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 나는 회사에서 퇴직한 상사와 함께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IR(기업공개)컨설팅 사업에 관여하게 되었다. 코스닥에 신규로 등록하는 기업에게 IR을 대행해주는 사업이었다. 덕분에 적지 않은 기업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업체는 '골드뱅크'였다. 정확한 명칭은 골드뱅크커뮤니케션즈였다. 1999년 봄으로 기억한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업체를 찾았을때, 마치 PC방(당시 PC방은 새로운 형태의 업소로 각광받을 때였다)처럼 여섯 명의 직원이 열심히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그 작은 공간을 잊을 수 없다.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작은 공간에서 뭘 하겠나 싶었다.

업체 담당자는 내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천만 원 정도만 투자하면 감사 자리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천만원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큰 돈이었다. 

그후로 3개월 뒤부터 골드뱅크가 이슈가 되었다. 주가가 크게 상승, 아니 폭등을 하였기 때문이다. 40배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회사 사람의 말대로 천만 원을 투자했었더라면 4억 원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넉달만에....

그러나 그 회사는 모든게 의문투성이었다. 대표이사라는 사람은 나와 같은 대학을 나와 강동구청장 비서가 경력의 전부였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청석에서 중소기업 대표라고 나와(이름을 밝히지 않고) 어음결재일 때문에 사업이 어렵다는 하소연도 했다.

골드뱅크의 주가상승은 당시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었고 그 대표는 국회에 증인으로도 출석하였다. 골드뱅크는 뒤이어 프로농구에도 뛰어들었다. 모기업 부도로 경영이 어려웠던 나산플라망스 농구단을 인수하였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들과 나란히 프로농구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농구단은 코리아텐더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당시의 대표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사이 골드뱅크의 주가는 뾰족한 송곳같은 모양을 한채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골드뱅크의 주가가 하락하게 된 가장 단순한 원인은 실적이었다. 단 한번도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업체라는 것이 기업공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한 '기술'은 허구였다. 당시 닷컴버블의 대상이 되었던 많은 기업들이 이러했다. 실적이 허구였기 때문이었다. 미래 세상을 선도할 것처럼 얘기했던 수많은 기업들의 실적은 그토록 무시당했던 보통의 굴뚝산업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가 기존의 금융거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견해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블록체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꼰대 소리를 들어도 말이다. 본인 실명인증도, 관련 세금도 없는 금융거래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를 방치한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다. 2천만 원만 은행에 송금해도 세무당국의 추적을 받는 나라에서 이러한 거래규모가 500조 원에 달한다는 것을 '미래기술'이라는 허울로 덮어선 안된다. 

정부의 분명하고도 단호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절대로 도입하지 않겠다, 심지어 불법으로 거래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는 중국의 메시지를 참고할 만하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비화폐 금융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제현상은 시장을 통해 해결하는게 좋다. 그러나 불균형이 심화되고 사회문제로 커질 경우에는 반드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경제학 박사
현 더모아 투자자문 대표이사



태그:#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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