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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서산 천수만 해미천에 황새 인공둥지 설치작업에 나선 천수만 지킴이 김신환 원장(사진 오른쪽)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하동수 연구원(사진 왼쪽)
 지난 13일 오전 서산 천수만 해미천에 황새 인공둥지 설치작업에 나선 천수만 지킴이 김신환 원장(사진 오른쪽)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하동수 연구원(사진 왼쪽)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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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는 흰색이나 눈 주위와 다리, 부리와 목이 만나는 부분은 붉은색이고 부리와 날개깃 가장자리, 꼬리 부분은 검은색. 암수 금실이 좋아 항상 한 쌍이 같이 지낸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황새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조류다.

그러나 1971년 마지막 한 쌍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철새가 아닌 텃새로 자리 잡았던 조류가 바로 황새다. 이후 우리나라의 텃새인 황새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제는 러시아와 유럽에서 겨울을 지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황새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충남 서산 천수만 지역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 가창오리, 큰기러기와 함께 '황새'도 이곳을 찾고 있다. 또한, 충남 예산에서는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황새 문화관, 오픈장, 생태습지, 사육장을 갖춘 예산 황새 공원을 조성했으며, 지난 2014년 6월 황새 60마리가 예산 황새 공원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15년 봄 14마리의 황새가 태어났고, 9월 첫 자연 방사(8마리)를 시작으로 인식표를 달아 매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렇듯 황새 복원과 함께 황새의 자연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필자는 지난 13일 오전 서산 천수만에 다녀왔다. 멸종위기종인 황새의 안정적인 번식을 위해 천수만 지킴이 김신환 원장이 인공둥지를 설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동행취재를 해보기로 했다.

폭설 뚫고 도착한 19m 전신주

이날 오전 10시 인공둥지 설치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 일어났으나, 충남 서해안지역은 연일 계속된 폭설에 이날도 많은 눈이 내려 걱정이 됐다. 필자는 눈이 왔어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40분 소요되는 거리이지만 도로 사정을 고려해 2시간 먼저 천수만으로 향했다.

10시 정각. 천수만 서산시 하수처리장에 19m 길이의 큰 전신주를 실은 차량이 도착했다. 천수만 지킴이 김 원장과 서산시민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이곳에 이미 제작해놓은 인공둥지를 트럭에 옮겨 실었다. 전신주 맨 위에 올려질 인공둥지는 어른 6명이 들어야 할 정도 무게로, 지난 12월부터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제작했으며, 지름 2m에 철재로 만든 것이다,

인공둥지 설치 하루 전인 지난 12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윤종민 박사가 이곳을 찾아와 철재로 된 인공둥지 위에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가둥지를 설치해뒀다. 윤종민 박사는 우리가 '새 박사'로 잘 알고 있는 윤무부 교수의 아들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12월 부터 황새 인공둥지를 제작하고 지난 12일 오전 서산 천수만 서산시 하수처리장내 해미천에 인공둥지를 설치했다.(1.철재를 이용해 인공둥지 제작 2.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윤종민 박사가 가둥지 설치 3.나무로 가둥지 설치한 모습 4.인공둥지 설치 장소로 이동 5.인공둥지 설치를 위한 전신주 이동 6.특수장비로 굴착 7.전신주에 인공둥지 결합 8.마지막 인공둥지 설치 9.김신환 원장이 황새의 인공둥지 번식을 기원하고 있다.)
 지난달 12월 부터 황새 인공둥지를 제작하고 지난 12일 오전 서산 천수만 서산시 하수처리장내 해미천에 인공둥지를 설치했다.(1.철재를 이용해 인공둥지 제작 2.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윤종민 박사가 가둥지 설치 3.나무로 가둥지 설치한 모습 4.인공둥지 설치 장소로 이동 5.인공둥지 설치를 위한 전신주 이동 6.특수장비로 굴착 7.전신주에 인공둥지 결합 8.마지막 인공둥지 설치 9.김신환 원장이 황새의 인공둥지 번식을 기원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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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둥지를 차량에 싣고 근처 서산시하수처리장내 해미천 쪽으로 이동했다. 김 원장이 설치할 장소는 서산시 관계자와 협의를 마친 곳이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최적지를 다시 답사하는 꼼꼼함으로 마침내 위치를 정했다. 설치장소에 대해서 김 원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난해 겨울 이곳 해미천에서 황새가 25마리가 발견됐고 지난 7, 8월에도 예산 황새 공원에서 방사한 황새 1마리와 야생황새가 1마리가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다. 또한, 윤종민 박사와 함께 두 번에 걸쳐서 탐색한 끝에 장소를 물색했고 서산시와 의논해서 설치하게 됐다. 황새들이 앞으로 이곳에 둥지를 틀어서 서산이 황새의 번식지로서 자리매김으로 하는 바람으로 세우게 됐다."

특히, 인공둥지가 세워질 장소 앞은 겨울 철새가 특히 많은 천수만 지역으로 황새가 관측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땅을 굴착하는 기계를 이용해, 약 6m 깊이를 뚫었다. 이렇게 굴착하는 이유는 인공둥지를 13m 높이로 설치하기 위해서다.

인공둥지 높이가 13m인 이유에 대해 김 원장은 "예전 황새가 소나무에 둥지를 지을 때 높이가 약 13m 정도다. 그런 황새의 특성에 맞춰서 이 높이에 설치하게 됐다"면서 "이번에 세운 인공둥지에 황새가 번식을 하고 장소 등 여건이 되면 올해에 두 개를 더 세울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굴착작업이 끝난 후 미리 제작해 놓은 인공둥지와 전신주를 결합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위에 있는 인공둥지와 잘 결합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바람의 영향 때문에 둥지가 돌아가서 황새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우리의 힘으로 복원해 뿌듯"

황새 인공둥지 설치작업을 내내 지켜보고 있던 하동수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인공둥지 설치 효과에 대해서 "안정적인 둥지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송전탑과 전신주의 위협적인 요소에서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황새 공원과 한국교원대에서 황새복원을 위해 연구 중으로, 예산 황새 공원에는 76마리, 청람 황새 공원은 89마리가 사육 중"이라면서 천수만 지역 황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월동황새들이 이곳에 많이 오고 있다. 작년에 예산에서 방사했던 황새도 발신기로 위치추적을 해보니 이곳에서 두 마리가 월동을 했으며,그중 한 마리는 지금 태안 쪽으로 날아갔지만, 다시 천수만으로 날아올 확률이 있다.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는 한국에 머물러 있으며 국내 서해안에 주로 머물고 있지만, 러시아에 온 월동 황새는 3월에 다시 돌아간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인공둥지 설치는 1시간의 준비작업을 마치고 마침내 세워졌다. 바닥에 놨을 때는 그리 높을 거 같지 않은 높이였으나 세워놓고 보니 까마득하게 높게만 보였다. 이후 기둥 부분을 더욱 단단하게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서산풀뿌리시민연대는 황새 보존을 위한 기금을 김 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천수만 철새 먹이 나눔과 함께 황새 인공둥지를 세운 김 원장은 "황새가 우리나라 텃새였다. 지난 1971년 충북에서 한 쌍이 발견됐는데 수컷이 수렵되고 암놈이 늙어 죽은 이후 황새를 볼 수 없었다"면서 "교원대에서 텃새 복원작업 하듯이 대한민국에 많은 황새 둥지가 만들어짐으로써 황새가 다시 우리 고유의 텃새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하동수 연구원은 "예산 황새 공원에서는 작년에 3쌍이 자연 번식해서 9마리가 태어났으며, 황새가 다 자란 상태에서 발신기를 달고 위치추적을 하고 있다"라며 "황새는 대한민국에서 큰 새고 중요한 대표 종이라고 생각한다. 황새가 대한민국 자연에서 살아갈 수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연구원은 "황새 복원은 지금은 시작하는 단계지만, 앞으로 황새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정상화돼 대한민국 자연에서 황새가 더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른 아침부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황새 인공둥지 설치작업에 함께 하고, 간략하게나마 황새에 대해 공부를 했던 필자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디 오늘 설치한 인공둥지에 많은 황새가 찾아와 꼭 둥지를 짓고 번식을 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도도한 매력과 함께 힘찬 날개짓 하는 황새 모습이 관찰되기를 바라본다.




태그:#황새인공둥지, #서산천수만, #황새, #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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