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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머리 숙인 곳은?

지난해 6월 경찰청장이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그 직전까지 좀처럼 사과 의사가 없었던 경찰이 고개를 숙인 곳은 고 백남기 농민의 유족과 국민들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 바뀐 권력'이었다. 경찰의 이러한 '권력지향성'은 단지 하루 이틀의 이력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의 통계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불리한 진술 강요', '폭행ㆍ가혹행위', '폭언ㆍ욕설' 등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상담 건수가 2만4265건에 이른다.

경찰의 주인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다

사실 일제강점기 이른바 '순사'들의 악명은 대단했고, 그리해 해방 후 '친일파 경찰'에 의한 '경찰 파쇼' 국가를 막기 위해 검찰에 의한 경찰 통제가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과 경찰권력 남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찰조직이 전국적으로 단일화되어 매머드 조직으로 거대화한 우리와 달리 통일적 조직이 아니라 4만여 개의 분산된 별도 기관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또 미국은 경찰에 대한 시민감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경찰권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여 경찰에 대한 민원의 독립적 심사, 정책 검토와 제언, 민원조사의 감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중앙 일점통제식의 현 경찰시스템은 하루바삐 자치경찰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실 현재 경찰법 제2조는 "경찰청의 사무를 지역적으로 분담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 및 시·도지사 소속하에 지방경찰청을 두고, 지방경찰청장 소속하에 경찰서를 둔다"고 규정해 이미 지방경찰청 이하를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하에 두고 있다. 하지만 동법 14조는 경찰청장이 지방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경찰사무 수행 권한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경찰청장의 독점적 권한은 분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렇듯 대법원장이 모든 법관의 인사를 장악하고, 검찰총장이 모든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경찰청장이 모든 경찰의 운명을 독점한다. 거기에 대통령이 대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을 임명하게 되니 모두 '권력지향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법원, 검찰, 경찰 조직이 분권화되어야 비로소 권력지향성이 극복될 수 있다.  

비단 지자체만이 아니라 학교경찰제와 같이 각급 교육청과도 그 권력을 분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찰에 대한 시민 참여와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경찰청장 및 지방 경찰책임자의 직접 선출과 경찰책임자의 국민소환제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경찰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과중한 경찰 업무량 축소를 위한 한 방법

경찰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귀기울여야 한다. 경범죄처벌법, 도로교통법상 등에 규정된 경미한 범죄와 행정의무 위반적 형벌규정을 비범죄화하는 작업 등을 통하여 경찰 수사업무 총량을 축소함으로써 경찰의 과중한 업무를 줄여나가야 한다.

서구 각국 형법 개혁운동의 산물로서의 비범죄화(비형벌화) 운동은 원래 경미한 범죄로 간주한 행위가 더 이상 범죄의 성질을 지니지 않도록 만들었다. 독일은 1975년 진행된 개혁 중 위경죄(違警罪: 성격이 엄중하지 않은 경미한 범죄)의 형사범죄 성격을 배제시켜 위경죄를 일반적인 법규 위반으로 간주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벌로만 처벌하고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역시 같은 혁신을 진행했고, 이탈리아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다시 말해 유럽 대륙 형법 이론은 더 이상 정성(定性) 분석의 범죄 개념을 견지하지 않게 되었고, 명백하게 '처벌할 수 있는 위법성'을 지니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 더 이상 범죄로 인식하지 않았다. 

공회전 경비차량, 부디 시민과 환경을 고려하라

국회 출입문 부근에 주차된 네 대나 되는 경찰경비 차량은 1년 사시사철 24시간 동안 공회전을 하면서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소음도 계속된다. 필자가 벌써 몇 번이나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글도 썼지만 요지부동이다. 처음에 한두 대이던 차량은 오히려 더 늘었다. 필자가 전에 국민권익위에 이 문제를 진정하자 경찰 측은 전기분전함 설치도 약속했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찰의 모습에서 시민의 권익과 환경보호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조직이기주의에 기초한 관행만 확인될 뿐이다. 작아 보이지만 구체적인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찰조직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경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검찰개혁의 단순한 반작용으로 추진되는 듯한 현 경찰 수사권 조정 논의는 그 의지와 역량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경찰을 강화하는 결과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자신들의 이익을 다투는 수사권 조정에 앞서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자기 성찰과 진정한 혁신이 필요하다.



태그:#경찰, #수사권조정, #권력지향성, #경찰차량,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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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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