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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 속에 한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규제에 나섰다. 약 한 달 전부터 가상화폐 관련 관계 부처 긴급회의를 열어 규제안 마련을 논의하였는데, 단기적인 해결책과 중장기적인 해결책 동시를 고려해야 하니 정부의 고민도 이만저만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지만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금 부과를 위해선 무엇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정이 급선무이다. 과세의 형평성이란 예민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는 가능한 한 빨리 시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금지 법안 추진한다는 입장 발표 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라 쇄도하고 있다. 이들 중 8만 건이 넘는 추천 수를(12일 오전 기준) 받은 청원자의 글은 '가상화폐 규제 반대'를 주장하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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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 투자자들이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라며 "3백만 투자 인구 대부분은 투기꾼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일부 다른 게시물에는 "4차 산업이니 국민 미래 행복이니 다 핑계입니다. 스포츠는 좋은 것이지만 불법 스포츠토토는 도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가상 화폐 자체는 좋은 기술이라도 가상 화폐를 놓고 거래하는 거래소는 도박장 일뿐입니다"라며 가상화폐의 규제와 폐쇄에 찬성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가상화폐가 뭐라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국민 여론 역시 반으로 분열되었다. 직장인,  학생, 주부 등 일반인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존재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또 언제 어떠한 이유로 투자를 결심했을까. 나는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고 짐작한다.

지난해 12월경부터 언론에서 "비트코인 광풍"이라며, 2017년 초 1000달러에도 못 미쳤던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11월 29일 사상 처음으로 1만 1000달러를 넘어섰다고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11개월 동안 무려 1000%(11배)가 넘게 폭등했다.", "이제 시작일뿐 앞으로 더욱 오를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비트코인의 장기 상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실제로 12월 17일 20000달러를 돌파하며, 올해 1월 6일 역대 최고가인 2660만 원을 기록했다.

사실 비트코인은 8년 전 처음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2017년 5월을 기준으로 7년간 약 54만 배 폭등했다. 매달, 매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일확천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버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가상화폐는 어느덧 서민들에게 '흙수저 인생'을 탈출하게 해줄 새로운 대박 투자 수단의 상징이 돼버렸다.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을 아시나요?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막연히 나도 해야만 할 것 같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질투심과 소외감이 느끼는 것이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불안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아니, 현재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특히 '아직 가상화폐를 사지는 못했고,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으니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번 정부의 규제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생겨 너도나도 힘을 모아 벌써 8만 명 이상의 청원 동의를 이끌어냈다. 가상화폐 시장을 이끄는 것은 FOMO 현상이다. 대중들에게 FOMO 현상이 강해지면 가격은 상승하게 되고, 이 기대 심리가 현재까지 가상화폐 광풍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FOMO 현상의 리드하는 건 미디어다.

처음 언론에서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라는 존재가 흥미로운 기삿거리이고, 여태껏 보지 못했던 신드롬이 발생했기에 이슈화했다. 사람들은 흥미로워했다.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하는, 그렇지만 알파고로 몸소 경험한 '4차 산업혁명'이 껴있으니 가상화폐가 돈이 된다는 맹목적 확신과 기대 심리로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이 매달, 매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고 하니 그 누구라도 혹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트코인 광풍'이 점점 심각해 지자 해외 언론에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그리고 CNN 은  미국, 중국 등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몇 년간 성장한 것과 달리 급작스럽게 1년 전부터 팽창한 한국 시장을 걱정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1.8%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1%가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국제 시세보다도 23%나 더 높게 형성되는 코리아 프리미엄(김치 프리미엄)을 꼬집었다. 학생들도 수업시간 사이 비트코인 가격을 확인하고, 직장인들은 업무 중 커피를 마시다가도 매매에 나서며, 노인세대와 가정주부까지 비트코인 시장에 빠진 이 현상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그제서야 국내 언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Confirmation Bias: 확증 편향). 이미 많은 사람들은 가상화폐에 빠져있었고 사실을 말해주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와서 언론에서 '정부의 규제', ' 가상화폐 거래소 파산신청' 등의 뉴스였다.

국내 언론들이 진작에 다루었어야 했던 것은 객관적인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 확인 및 신속하고 중립적인 외신 보도 인용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줬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전혀 관련 없이 그 당시(작년 12월) 탄핵설까지 나오는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약 달러화 정책 기조가 금과 비트코인 상승을 견인했다고 보도했는가?

미 백악관은 작년 12월 초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논란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 공식 발표했으며 제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역시 12월 13일 당시 이상 폭등세를 보이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해서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어느 방송사에서라도 이를 다뤘었는가?

무엇보다,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주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자에게는 "자금 세탁을 가능하게 하는 완벽한 화폐이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는가? 가상화폐가 위협적인 이유는 그동안은 각국 정부는 은행, 금융회사 등에서 정보를 입수해 테러 자금줄을 차단해왔지만 이제 테러조직은 가상화폐를 통해 현금을 조달하고, 현금을 가상화폐로 환전해 '블랙머니'를 숨길 수 있기에, 기존 금융당국의 정보망에서 완전히 배제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우리나라에 현재와 같은 허술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있을 수 없다. 통신 판매업 하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안전망이 없다. 즉, 규제가 없고 익명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피해가 발생할 시 이는 모두 투자자의 몫이다.

시민들끼리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시민과 정부 사이에 미래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가상 화폐'로 점점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나는 미디어가 중간다리 역할을 잘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제4의 권력으로 현대 사회에 있어 언론이 갖고 있는 영향력은 크다.

앞으로 언론이 보다 제 역할을 잘해줬으면 하기를 바란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사건을 보도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날카롭게 정치·경제·사회적 권력에 대한 비판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 SNS, TV 뉴스 등으로 인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정보의 홍수 속 100% 완벽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매체는 없다. 정보의 편집과 가공은 개인 혹은 언론의 종류에 의해 100% 객관적으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진인지, 정보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가다듬어졌는지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상반된 정보를 마주했을 때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나는 청원글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선 "행복한 꿈 = 부자"로 정의되어있는 듯했다. 우리나라가 국민에게 제공해주는 의료보험, 치안 및 자유로운 정치 참여 등은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는 게 씁쓸했다.



태그:#가상화폐, #가상화폐규제, #비트코인, #청와대국민청원, #가상화폐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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