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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작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메인 노출, 광고 등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이벤트에서 '은송', '미치' 작가의 작품은 노출하지 않습니다. 레진님이 별도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라는 내용이 회사 내부에서 공유됐다.

문구에 나온 작가는 작품 <양극의 소년>의 은송 작가와 작품 <340일간의 유예>, <봄의 정원으로 오라>의 미치 작가다. 두 작가는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스스로를 "블랙리스트 작가"라고 소개했다. 두 작가는 어쩌다 블랙리스트 논란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됐을까.

작품 제작 환경 이야기했더니 "작가님은 이상주의자다"

은송 작가는 '무서운 신인'이었다. 2015년 레진코믹스(이하 레진)가 주최한 '제1회 세계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타며 데뷔했다. 상금만 1억 원인 큰 대회였다. '대상 신인'이란 타이틀은 꽃길만 걷게 해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15년 4월 레진코믹스 담당 피디와의 면담부터 스텝이 꼬였다.

"작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어시스턴트와 카페, 학교 같은 배경을 쉽게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인 스케치업 공동구매,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폰트 등을 회사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어요."

돌아온 대답은 기대와 달랐다. '고려해보겠다', '검토해보겠다' 보다는 '이상주의자다'라는 말이 먼저 돌아왔다고 작가는 말했다.

"피디님은 '퀄리티 높아봤자 독자들은 몰라요', '폰트는 작품의 다양성 존중하기 위해서 작가님들에게 맡기고 있다', '어시스턴트 구할 생각 말고 웬만하면 혼자 해라'라고 했어요. 회사에서 작가와 작품을 위해서 지원하는 기본적 복지가 거의 없었어요."

작가가 요구한 지원 대신 회사는 '2016년 5월 29일'이라는 마감시한을 줬다. 장편 작품 <양극의 소년> 연재 시작일이었다. 날짜를 맞추기 위해 작가는 혼자 고군분투했다. 연재 내내 스트레스와 마감 압박으로 2~3달에 한 번 집을 나갈까 말까였다. 그렇게 9kg이 빠졌다.

살인적인 작업 스케줄은 '1년에 1번이라도, 명절에라도 쉬고 싶다'라는 생각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레진은 "건강검진 혜택이 유급휴가보다 돈이 더 든다"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미치 웹툰 작가의 레진코믹스 투쟁기1
 미치 웹툰 작가의 레진코믹스 투쟁기1
ⓒ 미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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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작가의 레진코믹스 투쟁기2
 미치 작가의 레진코믹스 투쟁기2
ⓒ 미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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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하니 프로모션 제외

건강검진은 레진코믹스가 자랑하는 작가 복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기준이 제각각이었다는게 작가들의 주장이다. 1년에 한 번 받는 줄 알았지만 갑자기 격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가들에게 별도의 통보도 없었다. 레진코믹스에서 <340일간의 유예>, <봄의 정원으로 오라> 등을 그린 미치 웹툰 작가가 이를 2017년 5월 트위터로 공론화했다. 그때부터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진 12월까지 미치 작가의 작품은 단 한 번도 프로모션에 포함 되지 않았다.

"15년 11월에 완결이 난 작품임에도 2017년 4월 11일까지 세일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등 수차례 이벤트에 올랐어요. 하지만 공론화 한 17년 5월 이후 레진은 학원물 이벤트, 순정만화 이벤트, 로맨스 이벤트 등에서 작품 <340일간의 유예>를 완전히 배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봄의 정원으로 오라> 및 <340일간의 유예 일본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시기 은송작가도 서울시 예술인 불공정 피해상담센터를 공론화했다. 2016년 11월 은송작가는 작가에게 돌아오는 코인 수익이 계약 당시 들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피디와의 대화에서 해결이 안 돼, 2017년에서야 서울시 예술인 불공정 피해상담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센터에서 상담 등 많은 도움을 받아, 동료 작가에게도 이를 알리고 싶어 2017년 5월 공론화했다.

물론 트위터에 쓰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작품을 계속 연재중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광고와 메인 노출 불이익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래도 이야기했다. '나라도 움직여야, 짱돌을 던져야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목소리를 낸 대가는 역시 비쌌다. 일방적인 피디 교체 통보가 이어졌다. 피디는 자꾸 불만을 제기하는 작가가 힘들다며 '작가 포기 선언'이라고 했다. 작품에 대한 홍보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16년 5월에 시작해 작년 4월에 마감한 <양극의 소년> 1부는 SF분야에서 1위, 전체 연령층 8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그해 7월에 연재에 들어간 <양극의 소년> 2부는 레진 메인면 노출은커녕 '즐겨 찾는 장르의 히트작'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은송작가는 "독자분들이 '즐겨 찾는 장르 히트작'란에 제 작품이 오르는지 갖은 방법으로 확인해봤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히트작란에 오른 걸 본 사람이 없어요"라며 "설마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건가 의심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작품이 이벤트에 배제되면서 작가가 입은 피해는 상당하다. 미치작가는 "프로모션, 이벤트 등의 효과는 상당해요. 세일이 진행될 때마다 매출이 최소 700만원에서 1800만원까지 터지죠"라고 설명했다.

이후 은송·미치 작가를 포함해 '레진 불공정행위 피해작가연대' 소속 작가들과 독자 등 100여명은 11일 낮 12시부터 서울 논현동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한파에도 굴하지 않고 "레진은 해명하라"라고 외쳤다.

웹툰·웹소설 작가들,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시위  '레진 불공정행위 피해작가연대' 소속 작가와 독자 등 100여명이 11일 오후 웹툰 서비스업체 레진코믹스의 논현동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어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웹툰·웹소설 작가들,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시위 '레진 불공정행위 피해작가연대' 소속 작가와 독자 등 100여명이 11일 오후 웹툰 서비스업체 레진코믹스의 논현동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어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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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이벤트에서 '은송', '미치' 작가의 작품은 노출하지 않습니다. 레진님이 별도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라는 문건이 레진 내부 자료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이익이나 블랙리스트는 부인했다.

"당시 은송, 미치 작가의 경우 각자의 SNS를 통해 본사와 관련된 다량의 내용을 왜곡시켜 지속적으로 유포하면서 계약 당사자간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본사의 여러 부서가 본연의 업무 수행에 많은 지장을 받았기 때문에 계약해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두 작가의 작품에 대한 프로모션 진행은 곤란한 상황이었고, 해당 내용을 전달하면서 당시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실무자가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계약해지 논의에 따른 프로모션 중지였다는 것이다. '레진님이 별도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당시 대표님 포함 많은 이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나왔던 말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레진측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를 오는 16일과 18일 양일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송·미치 작가 "대표가 직접 나와 사과해야"

레진사태로 촉발된 작가들의 목소리는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일단 플랫폼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작가와 작품 미팅을 할 때 '저희는 레진처럼 지각비 걷지 않아요', '레진과 다르게 스케치업 지원해드려요'라고 마케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작가들도 움직이고 있다. 미치 작가는 "저로 인해서 자기도 공론화하게 됐다라고 말하는 작가들이 있다"라며 "작가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예전만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은송 작가는 "레진의 여러 제도가 업계 표준이 되는 현실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남느냐가 앞으로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웹툰 업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웹툰 작가 울린 블랙리스트, 그들이 레진코믹스와 싸우는 이유
ⓒ 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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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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