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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와 세월에 지고 온 것은 꽃이었더라.
▲ 우리의 할망, 어멍, 누이. 그 이름 해녀. 내 어깨와 세월에 지고 온 것은 꽃이었더라.
ⓒ 오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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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바다를 품은 김녕은 제주의 어느 해안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그만 길을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가면 그제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된다.
 
올레 20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한 김녕은 꽤 비슷비슷하게 생긴 집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어느 날엔가,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질 때 쯤 찾아 갔을 땐 길을 잃을 뻔 하기도 했다.

마을엔 미로처럼 작은 올레도 나 있는데, 이 마을이 내게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금속 공예 작품 때문이다. 

집 벽이며, 건물 벽에 금속 공예 작품들이 붙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작품은
해녀가 테왁과 망사리를 등에 이고 가는 모습의 작품이었다. 조금은 평범할 뻔 한 그 작품이 아름다웠던 건, 그 망사리 속에 해산물 대신 꽃송이가 가득 들어 차 있었기 때문이다.  

'내 어깨와 세월에 지고 온 것은 꽃이었더라'라는 글귀가 해녀의 굽은 등과 꺾인 무릎을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끔 어깨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 때, 허리가 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이 한 문장 떠올려 보면 어떨까.

자꾸만 어깨가 굽고, 목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이 겨울 우리의 해녀 할망, 어멍, 누이처럼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봄이 오면 꽃이 필 테고, 좋은 날엔 이렇게 한 아름의 꽃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바라본다.


태그:#해녀, #겨울, #봄, #제주, #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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