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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아세안특사를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가운데), 신경민 의원이 지난해 5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러시아·EU·아세안 특사단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아세안특사를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가운데), 신경민 의원이 지난해 5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러시아·EU·아세안 특사단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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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에게 인사는 하고 가야지?"

2017년 1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앞. 국회 출입 기자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밖에서 담소를 나누던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지나가던 남자를 불러 세웠다. 그 남자는 2016년 10월 이후 문재인 캠프의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임종석 전 의원(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두 사람은 박 시장의 정무부시장을 잇달아 지냈는데,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기 의원의 말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던 임 실장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임 실장은 "나는 괜찮은데... 시장님이 날 보고 얼굴 붉어지실까 봐, 표정 관리 못하실까봐 그러지"라는 말을 남기고 후다닥 사라졌다.

당시 박 시장은 임 실장을 문재인 캠프에 '빼앗긴' 것에 크게 낙심해있었고, 반대로 임 실장은 '문재인 대망론'에 몸을 싣고 원외에서 새로운 정치 인생을 펼쳐나가는 상황이었다. 박 시장은 결국 2017년 1월 대선 도전의 꿈을 접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구구한 억측이 나왔다.

해가 바뀐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최초로 시민들이 직접 뽑는 '3선 서울시장'을 준비하고 있고,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많은 당원들이 대거 참여할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각 후보들은 이른바 '친문 표심'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해를 받을 만한 발언이 보도됐다.

"지난해 말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영선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박 시장 3선 출마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그에 따르면 임 실장은 시내 모처에서 박 의원을 만나 이렇게 밝히고 '박 의원이 (경선에) 나와 중심을 잡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10일자

이 기사가 나간 날 오후 서울시 김종욱 정무부시장은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의 요지는 임종석 실장의 전언이었다.

"박영선 의원의 요청으로 지난 연말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다. 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3선 도전하지 말고 대선으로 직접 가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3선을 결심했으니 존중하기로 했다. '박 의원도 열심히 하시라'는 덕담을 했는데, 이런 기사가 나와서 곤혹스럽다. 박 시장에게 죄송하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논란의 당사자인 임 실장 대신 서울시가 왜 나섰냐", "박 시장이 오히려 논란을 키운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박 시장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온갖 억측이 나올 텐데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무라인에서는 "초동 대응을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상상력을 덧붙인 기사들이 또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부상했다고 한다.

서울시 "대응 논의하는데 임 실장이 먼저 전화 걸어와"

임종석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을 진화한 사람은 임 실장 본인이었다. 임 실장이 오전 9시 40분경 서울시 정무라인에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그때는 신문 기사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지금은 임 실장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준비로 바쁠 테니 오후에나 전화를 해볼까' 정도의 얘기가 오갔는데, 임 실장이 먼저 해명 전화를 걸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시장과 임 실장의 관계를 두루 잘 아는 서울지역 민주당 의원의 부연 설명은 이랬다.

"임 실장이 작년 가을부터 사람들을 두루 만났다. 차기 지방선거 얘기가 안 나올 수 없었고,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을 한 이후 대선에 도전할 때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얘기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3선 도전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가 정설이 된 11월 이후부터는 '박 시장의 뜻이 그렇다면 열심히 하시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 다른 경선 주자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할 것'이라고 정리한 상태다."


여권에서는 2016년 가을부터 끊어진 박 시장과 임 실장의 '불편한' 관계가 서울시장 경선과 맞물리며 빚어낸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이 표면화되면서 민주당 경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는, 이른바 '문심' 논쟁이 조기에 사그라들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서 성공한 예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깎아먹는 자해 행위"라며 "이번 논란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논란을 조기 진화하려고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당사자인 박영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인 간에 격의 없이 한 얘기였다"며 "임 실장의 입장도 있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태그:#박원순, #임종석, #박영선, #기동민,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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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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