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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커피거리 커피커퍼 안목 1호점에서 내다본 바다
▲ 안목 커피거리 커피커퍼 안목 1호점에서 내다본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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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릉에 내려오셨나요?"

강원도 강릉시 북쪽 연곡 해안을 내려다보는 낮은 언덕 위 카페 '보헤미안'. 지난 4일 오전 9시, 아침 햇살이 아직 붉은 기를 간직하고 있는 비교적 이른 아침에 보헤미안을 찾았다.

바리스타 박이추 명인은 이른 아침부터 로스팅룸에서 작업에 열중하느라 바빴다. 그가 잠깐 나온 틈에 단 1분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자리에 앉았다.

"사람 없는 데 가고 싶어서 그랬지요."

서울에서 오랫동안 커피 명인으로 수많은 단골을 거느린 그가 18년 전 강릉에 내려오면서 마니아들도 강릉을 들락거렸다. 처음에는 오대산 위에 있다가 바다가 좋다고 아예 바닷가로 내려왔다고 한다.

"이 카페를 처음 열 때만 해도 주변에 건물이 하나도 없었어요. 바닷가에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도 없었지요."

당시만 해도 오로지 푸른 바다만 보였다는 것. 보헤미안 카페는 특별히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예쁘거나 인상적인 곳이 아니다. 오로지 박이추 명인이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사천해안에서 경포해수욕장으로 가는 바닷가에 자리한 박이추 커피공장으로 찾아간다.

보헤미안 전경 박이추 명인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연곡 해변의 보헤미안 카페
▲ 보헤미안 전경 박이추 명인이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연곡 해변의 보헤미안 카페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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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좋아 연어의 고장 강릉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는 그의 말은 '사람 없는 데 가고 싶었다'는 짧은 말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의 '사람 없는 곳'은 정말 사람이 없는 곳이 아니라, 번잡하고 복잡하며 온갖 이해관계로 얽힌 대도시를 벗어난 곳이 아닐까 싶다. 태어난 고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마음이 편안한 자연 속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나이 때문에 힘이 부쳐 쉬느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아예 문을 닫아 놓는 카페, 문 열어놓는 날들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카페, 그의 커피를 마시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는 이렇게라도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보헤미안은 박이추 명인의 소박한 마음이 담겨 있어 아늑하고 편안하다.    

강릉의 바다와 하천, 그리고 강릉만이 가진 문화적 향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박이추 명인  EBS에서 박이추 명인에게 준 감사패
▲ 박이추 명인 EBS에서 박이추 명인에게 준 감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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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커피 문화

언제부터인가 강릉은 커피의 새로운 성지가 됐다. 약 20여 년 전부터 박이추 명인을 비롯한 이름난 커피 명인들이 하나둘 강릉에 내려왔고, 이들이 카페만 차린 게 아니라 커피 교육 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커피 문화의 씨를 뿌렸다.

그저 호기심에 구경하러 가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최초의 커피박물관이 들어섰으며, 해마다 10월에는 커피축제가 열린다. 횟집과 조개구이집들이 대부분이었던 작은 항구 안목항이 자판기 커피의 명소로 소문나더니 지금은 전국에서 유일한 커피거리의 이름을 얻으며 강릉의 필수적인 명소가 됐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찾아가기도 쉽지 않은 산골짜기의 커피박물관은 커피의 탄생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커피 현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접 커피묘목을 가져와 하우스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미 3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33년생 커피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심어진 커피나무. 커피박물관에 있다.
▲ 33년생 커피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심어진 커피나무. 커피박물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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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대부분의 커피는 해발 고도가 높은 고지대이면서 서리와 냉해의 피해가 없는 곳이라야 잘 자라고 재배되며, 고유의 향기가 보전된다. 높은 산지인데, 춥지 않은 곳이라야 하니 조건이 까다로운 셈.

그러니 대부분의 커피 산지는 열대지방의 고원 지대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의 적도 지역이자 고원지대인 에티오피아, 케냐, 동남아 인도네시아의 고원 지대, 중남미 안데스산맥이 지나가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콜롬비아, 브라질 등이 다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런데 이 커피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겠다고 거의 30년을 여기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강릉에 있는 것이다.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재배를 해도 아직 상품 가치가 낮은 데다 향기도 떨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 연구와 시험에 몰두하고 있다고 하니 그 노력이 대단하다.

사실 커피는 외래 작물의 이름이자 아메리칸 냄새가 강한 음료의 이름이지만, 대단히 빠른 속도로 한국화됐다. 원두커피든 아메리카노든 자판기커피든 인스턴트커피든 하루에 커피 한 잔 이상 안 마시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국민 음료가 됐다. 특히, 직장인일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안목 해변 강릉에서 커피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강릉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독자적인 문화 전통 때문이 아닐까
▲ 안목 해변 강릉에서 커피 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강릉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독자적인 문화 전통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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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라 생각될 정도로 강릉이 커피의 성지가 된 이유는, 아마도 소문난 바리스타들이 여럿 내려와 정착할 정도로 강릉의 자연과 문화가 매력적이라는 데 있을 듯하다. 또 수도권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푸른 동해안의 도시이자 생활환경도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강릉시에서는 커피 문화의 전통을 우리 차 문화의 전통과 연결하고, 신라 때 화랑들이 차를 마시며 놀았다는 고려 때의 기록과 유적지(한송정)까지 거론하며 차와 커피의 역사성과 관련성을 강조한다.

굳이 차 문화까지 연결해 역사성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다 싶다. 차는 적어도 1200년 전에 우리 땅에 들어와 토착화된 데 비해 커피는 100여 년을 갓 넘긴 역사성을 갖고 있다. 더구나 커피와 차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으며, 원산지와 확산 과정도 완전히 다르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차와 커피가 모두 외래 음료로 들어와 토착화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온 차와 커피가 강릉 안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가는 흐름은 분명히 보인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릉이 가진 문화적 저력이 있다는 얘기다.

사실 오래 전 신라 때부터 이곳에 남아 있는 유물, 유적들은 중앙과 다른 고유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항상 중심부와는 먼 곳인 변방이었던 강릉이지만, 중앙 문화와 강릉 고유의 문화가 융합해 특징적인 문화를 가졌다.

강릉과 주변 일대에 남아 있는 유달리 많은 5층 이상의 다층석탑과 탑을 바라보는 공양상에서도 그런 점이 엿보이며, 조선 후기 탈춤과 가면극이 유행할 때 이 고장에서는 유일하게 대사가 없는(요즘 같으면 마임극이라고 할 수 있는) 관노가면극이 유행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먹거리도 그렇다.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 초당두부는 허균의 아버지 허엽(허엽의 호가 초당)이 처음 고안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수제비의 강원도식 변형이라 할 수 있는 감자옹심이도 이 지역의 독특한 음식이다. 심지어 근래에는 중국 음식인 짬뽕이 강릉에 들어왔다가 교동짬뽕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 수출(?)되고 있다(처음 교동짬뽕을 시작한 집이 상표 등록을 안 해서 그 이름을 전국 각지의 짬뽕집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강릉은 매력적인 고장이다.  

강릉시는 커피 문화를 차 문화의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연결해 그 역사성을 애써 강조할 것이 아니라, 외래문화나 중앙 문화를 수용하고 이를 변용해 자신만의 문화로 재창조해내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강릉의 문화적 저력을 강조하고, 그 차원에서 커피 문화의 확산을 설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목 커피거리

안목 커피거리 바다와 어울린 야경이 낭만적이다
▲ 안목 커피거리 바다와 어울린 야경이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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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횟집 몇 개밖에 없었어요. 그냥 시골 작은 항구였지요. 우리가 그 초창기에 들어왔어요."

안목 커피거리에 있는 '커피커퍼 1호점' 문현미 점장은 커피거리의 산 증인을 자처한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내려 양질의 커피를 공급하는 커피거리의 수많은 카페들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들인데, 이렇게 드물게 오래된 카페들도 있다. 게다가 유명한 스타벅스나 카페베네도 들어와 있으니 그 숫자나 다양성 면에서는 비교할 곳이 없다. 더구나 정면에 짙푸른 바다와 백사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다와 카페들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곳도 없다.  

이 커피거리의 남쪽 항만에서는 울릉도로 떠나는 여객선이 출항한다. 북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면 경포해수욕장까지 내내 바다를 끼고 달린다. 그런데 동계올림픽 때문에 새롭고 규모가 큰 숙박시설들이 경포 해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래서 그 공사 때문에 길이 끊긴다. 그래도 이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사람조차 풍경의 일부로 만들어버린다.

커피와 시  안목 해변에 설치된 설치미술 작품 <커피와 시>
▲ 커피와 시 안목 해변에 설치된 설치미술 작품 <커피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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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해안에는 수많은 카페들이 있다. 북쪽의 연곡 해변에서 사천 해변을 거쳐 경포 해변, 그리고 안목 해변과 남항진 해변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이름난 카페들이 숨어 있다. 강릉 커피 문화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보헤미안, 박이추커피공장, 테라로사, 커피커퍼의 본점과 지점뿐 아니라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카페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강릉의 커피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안목 커피거리다. 이미 1980년대부터 낭만의 항구이자 소문나지 않은 데이트코스로 알음알음 알려진 작은 항구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개성적인 커피 자판기가 들어서서 커피 자판기 거리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판기 주인들의 커피 배합 방식이 저마다 달라 맛도 달랐다는 자판기들의 서로 다른 맛을 즐기려는 주머니 가벼운 젊은층들이 몰리면서 순식간에 커피거리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지금 그 자판기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수많은 전망 카페들이 들어서서 야간까지 환하게 밝은 커피거리로 변모했다. 계절마다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높이도 더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딱 이만큼까지였으면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3~4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싶지만.

20대 청춘 남녀들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아 마시며 바닷가를 거니는 풍경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카페들이 갈수록 높은 건물과 규모, 화려함에 눌려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기는 싫다. 

안목 커피거리 야경 커피거리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 안목 커피거리 야경 커피거리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카페들이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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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커피거리는 갈수록 유명세로 혼잡해졌다. 주말만 되면 낮 12시가 넘어도 이미 커피거리는 차들로 포화상태가 된다. 아침 10시부터 문을 여는 카페들이 많으니 오전 중에 가면 바다를 내려다보는 창가 자리에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실 커피 맛보다 커피거리 자체와 바다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는 하다.

하지만 기왕에 커피거리에 왔다면, 각각의 맛과 개성을 가진 카페들이 내놓는 오늘의 추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커피빵이라도 입에 물고 바다를 바라보면 더 근사하지 않을까. 유명하지는 않아도 저마다의 꿈을 가진 젊은 바리스타들이 자기만의 손맛을 갖고 내리는 커피를 한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느 카페에서는 '진한 맛'과 '연한 맛' 어느 것을 원하는지 까지도 물어본다. 그럴 때 필자의 대답은 항상 같다.

"바다 색깔과 같은 약간 진한 맛으로 내려 주세요."

카페 산토리니 지중해 바다 느낌의 카페 산토리니에서 내다본 안목 해변
▲ 카페 산토리니 지중해 바다 느낌의 카페 산토리니에서 내다본 안목 해변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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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 커피박물관 (주소: 강릉시 왕산면 왕산로 2171-19)
070-8888-0077, www.coffeemuseum.kr

- 보헤미안 (주소: 강릉시 연곡면 홍질목길 55-11) 
033-662-5365

- 보헤미안 박이추커피공장 (주소: 강릉시 사천면 해안로 1107) 
033-642-6688, www.bohemian.coffee

- 커피커퍼 안목 1호점 (주소: 강릉시 창해로 14번길 20) 
033-652-8828

테라로사 커피공장  공장형 건물의 내부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 공간이 여유롭고 시야가 트여 있다
▲ 테라로사 커피공장 공장형 건물의 내부가 시원하게 뚫려 있어 공간이 여유롭고 시야가 트여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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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커피와 관련하여 가봐야 하는 또 다른 명소 중 하나는 테라로사 커피공장이다. 과거의 오밀조밀하고 좁은 공간을 폐쇄하고, 2017년 7월에 거대한 공장형 건물의 내부를 넓게 터 시원하고 독특한 맛을 주는 공간으로 재오픈한 이 집은 보헤미안과 함께 초창기 커피전문점을 대표하는 곳이다. 경포해수욕장에서 사천 해변으로 가는 길 소나무숲 속에 사천점이 있다.

- 테라로사 커피공장 (주소: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7)
033-648-2760, www.teraro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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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행작가,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 개인 저서 6권. 공저 다수.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 나그네의 길을 간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