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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청구하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자주 있고,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과 검찰의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무엇이고, 우리 헌법과 법률의 규정이 어떠하며,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기준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 국민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에서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강제처분)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 이를 영장주의(令狀主義)라 한다. 수사기관의 강제처분. 특히 구속의 경우에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2조 제1항)'고 규정한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구속영장(拘束令狀)은 피의자를 구인·구금하기 위하여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구속 허가장) 또는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을 명하는 영장을 말한다. 경찰은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검사에게 신청해서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대하여 구속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구속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영장발부를 거부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1조 제4항). 법원은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실질적 심사권을 가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구속영장은 수사기관에 대한 법원의 허가장 의미다.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를 대면하여 심문하고 구속사유를 판단한 이후에 구속영장의 발부여부를 결정한다. 이처럼 판사가 구속전의 피의자를 직접 신문한 다음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구속영장실질심사제라 한다.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는 종래 형식적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 구속이 남발되었던 것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1995년 제8차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제201조의2 제1항). 미체포 피의자의 경우에도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 외에는 심문을 하여야 한다(제201조의12 제2항)'고 규정한다. 위와 같이 구속영장실질심사제가 도입된 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있어서 보다 신중하게 되었고, 그만큼 국민들의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었음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서류만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를 직접 불러서 소명을 듣도록 하다 보니 피의자가 소명하는 과정에서 수사와는 다른 내용도 드러나고 구속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수사기관의 뜻대로 구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영장갈등이 자주 발생하고, 특히 여론의 주목을 받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 영장담당 판사가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반복된다. 이러한 영장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속영장의 발부기준이 보다 객관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현재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속의 요건은 먼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다음에 ①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②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③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중 어느 하나의 사유를 충족하여야 한다(형사소소법 제70조 제1항, 제201조 제1항 본문).

위와  같은 구속의 요건을 갖추었더라도 구속으로 인하여 피의자에게 가져올 고통, 불이익 및 폐해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하여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안되는 적극적 필요성이 있는지를 비교해서 구속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결국은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영장담당 판사의 재판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더욱이 구속영장의 심사는 형사법정에서 이루어지는데 피의자와 변호인, 검사, 그리고 배우자 등의 가족만 참석할 수 있고, 일반인은 참석할 수 없다. 물론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라도 기자나 다른 언론인이 참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밀실에서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피해자나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필요한 사건을 공개해서는 안되지만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는 사건은 일부 공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인과 너무 다른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구속영장의 심사, 또는 과거 유력한 경제인이나 정치인에게 청구되었던 실질심사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 국민들에 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방어권이 충실하게 보장되어 오랜 시간 동안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일반 국민들 사건의 경우라면 사실상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세히 소명하려 들면 서면으로 해라고 하든지, 아니면 핀잔을 들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 불안감을 안게 된다.

두 번째로는 유력 정치인이나 경제인의 경우 밤 12시를 넘어 영장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영장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물론 검토해야 할 기록의 양이 다르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장실질심사는 본안 판단과 같이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거나, 증거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명자료를 비교적 손쉽게 검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고민하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 두 가지 면에서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에 대한 구속여부가 권력자나 경제인에 비해서 너무 가볍게 처리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 제103조). 영장실질심사 또한 하나의 재판이므로 위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법관의 양심은 주관적인 양심이 아니라 객관적인 양심이고 법조적 양심이다.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건전한 법상식을 뛰어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고, 예규의 형태로 기준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예규는 법원 내부에서만 또는 검찰 내부에서만 비밀리에 관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일반 국민들 또한 그러한 예규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영장발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거나, 기록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판사의 재판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국민적 비난을 피해 가려는 것은 또 다른 의구심을 안겨줄 뿐이다. 법은 법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 또한 건전한 법률상식을 갖고 있다. 그러한 상식을 뛰어넘는 법률해석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법관의 독립은 판결의 신뢰성이 확보되야 비로소 가능하고, 판결은 객관성과 형평성이 유지되야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변호사이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구속영장, #구속심사, #구속영장실질심사, #구속전피의자신문, #영장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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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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