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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어느덧 5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여당과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선거이기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정권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이에 맞서 여당의 싹쓸이를 막고 6곳(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인천)을 사수하기 위해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계획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산 금정구를 지역구로 하는 김세연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직을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위협받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바른정당을 탈당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재보궐 선거도 함께 치러집니다. 재보궐 선거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탓에 더욱더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송파 을(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직 상실), 노원 병(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직 사직), 울산 북(민중당 윤종오 의원직 상실)로 3곳이 예정되어 있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재판의 경과에 따라서 추가될 상황이 높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노원 병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이전에도 재보궐 선거가 열렸던(제19대 국회의원 노회찬 의원직 상실) 곳으로 상계1동, 상계2동, 상계3·4동, 상계5동, 상계8동, 상계9동, 상계10동을 포함합니다.

이 지역은 비교적 진보정당에 유리한 지역구입니다. 노원 병이 노원 을에서 떨어져나가 새롭게 창설된 이래로 홍정욱 의원을 제외하면 이 지역에서 당선된 보수 정치인이 없습니다. 제19대 국회에서는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이 당선되었고,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인한 재보궐 선거와 제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보수 정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민주당의 황창화 지역위원장이나 국민의당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와 관련한 MBC 뉴스를 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 있었습니다. MBC 뉴스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노원 병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1월 8일 있었던 MBC의 <투데이 매거진>은 '정치 브리핑 : 지방선거와 신4당?'이라는 제목 하에 앞으로 있을 정세를 예측했습니다. 이 방송은 박경추 아나운서가 질문하고 보도국 정치부 김재용 국회반장이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안철수 대표의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박경추 아나운서가 질문하자, 김재용 기자가 송파 을과 노원 병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노원 병에 출마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방송 내용 중에 오류가 있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공직선거법 제266조 제3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③ 다른 공직선거(교육의원선거 및 교육감선거를 포함한다)에 입후보하기 위하여 임기 중 그 직을 그만둔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사직으로 인하여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의 후보자가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노원 병의 국회의원 직을 그만 둔 안철수 대표가 다시 노원 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법률상 불가능합니다.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일입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의원이 사직해서 보궐 선거가 이루어지는데 그 선거에 그 의원이 다시 출마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직한 사람 때문에 선거를 실시하는데 또 사직한 후보가 나온다면 나라에선 대체 왜 세금으로 선거를 왜 계속 실시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이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시대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열린우리당은 서울시장 후보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내세웠습니다. 한나라당의 맹형규 의원(서울 송파 갑, 당시 3선)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서울 송파 갑 국회의원직을 사퇴(2006년 1월 31일)했지만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바람에 후보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후 오세훈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황당한 일은 이로 인해 재보궐 선거(2006년 7월 26일)가 벌어졌는데, 이 자리에 한나라당 맹형규 후보가 출마해서 또 당선되었던 것입니다. 맹형규 의원 본인은 고사하려고 했지만 사람이 없어서 방법이 없었다는 뒷말도 있습니다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런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열린우리당은 선거마다 참패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고, 맹형규 의원은 자신의 의원직 사직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에서 76.8%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또 당선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맹형규 의원은 선거 비용은 선관위 지원을 받지 않고 자비로 부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이런 황당한 일을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2010년 1월 25일에 공직선거법 제266조 제3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0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자리를 사퇴한 후보자가 다시 자신의 사직으로 인한 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국회의원 사직으로 인해 발생한 서울 노원 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MBC는 지난 9년 동안 '비오는 날에는 소시지 빵'을 비롯한 기가 막히는 뉴스와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비롯한 절망적인 기사들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신뢰는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이니, 면밀한 조사와 성실한 취재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취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안철수, #노원, #노원병,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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