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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의미에서 간호 인력의 독일 송출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송출은 기독교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민간교류의 형식이었다. 이후 1966년부터 독일 마인츠 대학의 의사였던 이수길 박사의 주선으로 대규모 간호사 파견이 시작되었으며, 이때부터 한국해외개발공사가 간호 인력의 모집과 송출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약 1만 226명의 간호 인력이 독일에 파견되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파독 간호사'라고 검색을 하면 위와 같은 글이 뜬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위 세 번째 줄에는 분명 간호사 파견이라고 되어 있는데 네 번째 줄에는 간호 인력으로 마지막 줄에도 간호 인력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간호사나 간호 인력 한 가지로 사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당시 서독으로 간호사가 파견될 때 간호사만 간 것이 아니라 4000여 명의 간호조무사도 같이 갔기 때문이다. 1만 명 중에 4000명은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자료에도 간호조무사가 파견되었다는 사실은 나와 있지 않다. '파독 간호사'라는 말은 들어도 '파독 간호조무사'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다. 이유는 뭘까?

먼저 간호조무사가 서독으로 파견될 즈음 우리나라에는 아직 간호조무사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었다. 파독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이루어졌지만, 간호조무사협회는 1973년에 창립 되었다. 그렇다 보니 간호조무사를 대변하고 홍보하는 곳이 없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같이 서독으로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이후 간호조무사협회가 만들어졌지만, 간호조무사협회는 서독으로 간 간호조무사들을 기억하거나 돌보지 못했다. 간호조무사협회 홈페이지에는 간호조무사들이 서독으로 간호사와 같이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다른 매체에 알리거나 정정을 요구한 적은 없는 듯하다.

다음으로 서독으로 가는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조무사로 파견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간호사인지 간호조무사인지 구별이 어려웠기 때문에 많은 간호조무사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고 간호사로 서독에 간 것이다. 당연히 서독 병원에서의 업무나 급여는 간호사와 달랐겠지만, 우리 딸이 간호조무사로 서독에 갔다고 하기 보다는 간호사로 서독에 갔다고 말하기 좋으니 서독으로 간 사람도 한국에 남은 가족들도 간호사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간호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라고 고쳐 말하지 않았다. 참 슬픈 일이다.

간호사와 같이 먼 타국 땅에서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일했지만, 그 공은 오로지 간호사들만 누렸다. 간호사 단체인 대한간호협회에서도 간호사와 같이 간호조무사들도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사와 함께 간호조무사들도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하다가 2010년이 지나면서 간호조무사의 파독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산하에 파독간호조무사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남해에 있는 독일 마을에 독일에서 귀국한 간호사들과 광부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마을에 간호조무사는 없는지 궁금하다. 혹시 있다면 그들은 아직도 자신이 간호조무사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지 물어보고 싶다. 

간호조무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간호사로 살고 싶은 사람들도 문제지만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지 못한 선배 간호조무사들이나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간호조무사의 위상을 높이고 권익을 향상 시키는 것은 간호사와 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는 간호사이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이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당당하게 자신을 간호조무사라고 소개하는 간호조무사를 만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해 6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파독 간호 여성의 삶을 조명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란 전시회를 열었는데 '독일로 간 한국 간호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부재가 붙은 전시회였다. 독일로 간 한국 간호사라 표현하지 않고 간호 여성들로 표현한 것은 간호사와 함께 간호조무사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라는 단체도 있다. 늦었지만 간호조무사 단체와 간호조무사들은 이제라도 간호조무사의 파독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태그:#파독, #간호조무사, #간호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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